대구시민들도 인정한 '친절왕'...여러차례 상도 받아

사진=대구는지금 페이스북 페이지 캡처
사진=대구는지금 페이스북 페이지 캡처

 

 

지난달 26일 페이스북 페이지 ‘대구는지금’에 “706번 버스기사가 급하게 내려서 한 할머니가 횡단보도를 다 건널 때까지 도와줬다”며 시내버스기사를 칭찬하는 제보가 올라왔다. 이 글에는 버스 승객이 촬영한 것으로 보이는 사진 한장이 첨부돼 있었다. 사진 속에서 버스기사는 폐지로 가득 찬 손수레를 밀고 있는 할머니 옆에서 함께 손수레를 밀고 있었다.

할머니를 도와준 주인공은 우주교통에서 706번 버스를 운행하고 있는 곽재희(48)씨로 밝혀졌다. 지난 2일 대구일보는 곽씨를 인터뷰한 기사를 보도했다. 곽 기사는 이날 인터뷰에서 당시 상황을 상세하게 설명했다.

보도에 따르면 곽 기사는 대구광역시 북구에 있는 학남초등학교 앞에서 좌회전 신호를 기다리며 정차해 있었다. 그때만 해도 보행자 신호는 파란불이었다. 폐지가 가득한 손수레를 끌고 있던 할머니는 횡단보도를 건너기 위해 천천히 발걸음을 옮겼다.


그런데 할머니가 횡단보도를 건너기 전 보행자 신호가 빨간불로 바뀌었다. 할머니가 횡단보도에 갇히고 만 것이다.

대다수 운전자들은 이런 상황에서 어떻게 반응할까? 아마도 대부분은 할머니가 알아서 지나가기를 기다렸을 것이다. 누군가는 좌회전으로 신호가 바뀌자마자 액셀을 밟았을지도 모른다. 성격이 급한 사람이거나 난폭한 운전자였다면 클랙슨을 울리거나 할머니를 향해 욕설을 퍼부었을지도 모를 일이다. 하지만 곽 기사의 행동은 전혀 달랐다. 먼저 버스 승객들에게 양해를 구한 뒤 버스에서 내려 곧장 할머니에게 달려갔다. 그는 할머니가 안전하게 건널 수 있도록 끝까지 손수레를 함께 밀었다. 그리고는 할머니가 인도로 올라선 뒤에야 버스로 돌아왔다. 승객들은 돌아온 그에게 박수를 쳤다고 한다.

곽 기사는 “보행 신호가 빨간불로 바뀐 뒤에도 미처 횡단보도를 건너지 못한 할머니를 그냥 지나칠 수 없었다. 신호대기 중인 차량 운전자들의 도움으로 안전하게 건너편으로 모셔다 드려 다행”이라면서 “할머니를 모셔다드리고 돌아오자 승객들은 아낌없는 박수로 맞아줘 머쓱했다. 한 학생은 ‘기사님이 너무 대단하다. 존경스럽다’고 격려하더라”고 전했다.

그러면서 “버스 기사로서 승객의 이동권을 보장해야 하지만 승객들이 할머니를 돕도록 한마음으로 배려를 해줘 큰 힘이 됐다”고 덧붙였다.
 

사진=2017년 12월 25일 연합뉴스TV에 게재된 영상 캡처.
사진=2017년 12월 25일 연합뉴스TV에 게재된 영상 캡처.

 

사실 이날은 곽 기사에게 마냥 행복한 날만은 아니었다고 한다. 선행을 베푼 지 1~2시간 뒤 어머님이 돌아가셨다는 비보를 접한 것이다.

하지만 곽 기사는 의연했다. 그는 “폐지를 실은 할머니를 도와준 장면을 SNS상에서 확인한 한 지인이 ‘이렇게 좋은 일을 하고 다니니까 어머니께서 분명 좋은 곳으로 올라가셨을 거다’라고 위로를 해줬다”고 말했다. 이어 “승객들이 저를 기억해 주는 것만으로도 일이 편안하고 즐겁다”며 “어머니를 좋은 곳으로 보내드린 만큼 다음 달 2일부터 706번 버스는 다시 달릴 것”이라고 다짐했다.

알고보니 곽재희 버스기사는 대구시민들도 인정한 ‘친절왕’이었다. 곽 기사는 지난해 대구 시민들이 직접 뽑는 친절한 시내버스 기사 1차 선정에서 베스트 드라이브에 선정됐다. 버스기사로 근무하면서 시가 수여한 상만 수십 개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몸에 배려가 배 있어 그런 선행이 나온 것이다. 한 버스기사의 작은 미담이지만 이 이야기를 접한 사람들은 마음 한 켠에 따뜻함과 감사함을 느꼈을 것이다. 

 

임석우 기자 

저작권자 © 피처링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