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월 부산 해운대의 한 호텔 수영장에서 사고를 당해 100일 넘게 혼수상태에서 사투를 벌이던 초등학생이 또래 3명에게 장기를 기증하고 하늘나라로 떠났다.  

7일 한국장기조직기증원에 따르면 수영장 사고로 병원 치료를 받던 이기백(12)군이 지난 5일 좌우 신장과 간을 투병 중인 또래 3명에게 기증한 뒤 숨을 거뒀다.  

이 군은 올해 2월 17일 부산 해운대구의 한 호텔 수영장에서 팔이 사다리에 끼는 사고를 당해 100일 넘게 혼수상태에서 치료를 받아왔다.  

이 군 부모는 간절한 마음으로 기도하며 희망의 끈을 놓지 않고 있었지만 최근 이군의 사태가 악화하자 장기 기증을 선택했다.  

장기조직기증원에 따르면 이군 가족은 "기증을 하는 것도 무섭고 두려운 일이지만, 아들이 흔적도 없이 사라지는 것은 더 무서운 일"이라며 "기백이가 어디선가 살아 숨 쉬길 희망하기에 기증을 결심했다"고 전했다. 

예정대로라면 올해 3월에 중학교에 입학했을 이군은 안타깝게 교복을 입어보지도 못하고 가족과 이별했다. 입지 못한 교복은 기부한 것으로 알려졌다.

2007년 부산에서 1남 1녀 중 막내로 태어난 이 군은 착한 심성으로 애교가 많고 교유 관계가 좋아 주위 사람들에게 사랑을 받고 자란 것으로 전해졌다. 

이군의 부모는 아들과 마지막 작별 인사를 하며 오열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군의 어머니는 "내 아들로 태어나줘서 고맙다. 키우는 동안 엄마를 웃게 해주고 행복하게 해준 고마운 아들아 끝까지 훌륭한 일을 해줘서 자랑스럽다. 언제나 사랑하고 하늘나라에서 행복해라"는 말을 전했다. 

이와 함께 이군 가족은 "어린 아이들이 어른들의 안전 불감증으로 인해 아픔과 고통 속에서 세상을 떠난 것은 슬픈 일"이라며 "앞으로는 누구도 이런 아픔을 겪지 않았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전했다. 

한편, 이번 사고를 수사한 부산 해운대경찰서는 호텔 안전 관리 부실이 사고와 무관하지 않다고 보고 수영장과 호텔 관계자 6명에 대해 과실치사 혐의를 물어 검찰에 기소의견으로 송치할 계획이다.

노현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