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문지 국가의 요청과 외교적 관례로 결정

문재인 대통령의 북유럽 순방을 두고 '김정숙 여사 버킷리스트'까지 나오는 등 논란이 일고 있다. 사진=SBS뉴스 캡처
문재인 대통령의 북유럽 순방을 두고 '김정숙 여사 버킷리스트'까지 나오는 등 논란이 일고 있다. 사진=SBS뉴스 캡처

 

 

청와대는 11일 ‘김정숙 여사의 버킷리스트?’라는 제목의 중앙일보 칼럼에 대해 “잘못된 정보를 옳지 않은 시선에서 나열한 사실왜곡”이라며 정정을 요청했다. 

한정우 청와대 부대변인은 이날 입장문에서 “6월11일자 중앙일보 <남정호 칼럼>에 대해 강력한 유감을 표한다”며 이같이 밝혔다. 

한 부대변인은 “더욱 안타까운 것은 외교상 방문지 국가의 요청과 외교관례를 받아들여 추진한 대통령 순방 일정을 ‘해외유람’으로 묘사하고 있는 것”이라며 “이는 최초로 국빈 방문을 하게 된 상대국에 대한 심각한 외교적 결례이며, 국익에도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한 부대변인은 “노르웨이 베르겐 방문일정은 모두 노르웨이의 요청에 따라 결정된 것”이라며 “수도 오슬로 이외 제2의 지방도시를 방문하는 것은 노르웨이 국빈방문의 필수 프로그램이다. 노르웨이의 외교관례”라고 설명했다. 이어 “베르겐 방문은 노르웨이 국빈방문 일정의 거의 대부분을 동행하는 국왕의 희망이 반영된 것이다. 노르웨이 측은 노르웨이 역사상 가장 큰 규모의 해군 함정 승선식을 우리 대통령 내외분과 함께 하는 것을 적극적으로 희망했다”고 했다.

한 부대변인은 “중앙일보는 그리그의 집’ 방문을 ‘양국관계 증진’이 아닌 ‘풍광 좋은 곳에서의 음악회 참석’으로 폄훼한다”며 “그리그의 집 방문 또한 노르웨이 측이 일정에 반드시 포함해 줄 것을 간곡히 권고하여 이루어진 외교일정이다. ‘그리그’는 노르웨이 국민들이 사랑하고 가장 큰 자부심을 갖고 있는 베르겐 출신의 노르웨이 국민 작곡가”라고 말했다. 

한 부대변인은 “중앙일보는 또 김정숙 여사의 인도 방문을 두고 ‘인도 총리 요청으로 가는 것처럼 발표했다’고 했다. 이는 사실이 아니다”고 밝혔다. 김정숙 여사는 지난해 11월 인도를 단독 방문한 바 있다. 그는 “김정숙 여사의 대표단 인도 방문은 인도 모디총리가 한-인도 정상회담 계기에 대표단 참석을 요청하고 이후 지속적으로 우리 고위 인사 참석을 희망해옴에 따라 성사된 것”이라며 “허위의 사실을 기반으로 김정숙 여사를 비방한 것”이라고 말했다.

야당에서는 일단 문재인 대통령의 순방 횟수가 너무 많다고 지적한다. 그것도 유명한 해외 관광지와 순방지가 묘하게 겹친다는 것이다. 문 대통령은 25개월간 모두 19번의 해외순방을 했다. 이명박 대통령이 60개월 동안 49회로 최다를 기록했는데 지금과 같은 추세라면 신기록 갱신도 가능하다고 야당에서는 말한다. 총 19회의 해외순방 가운데 18회는 김정숙 여사가 동행해 '김 여사의 버킷리스트에 따라 순방지가 결정되는 것 아니냐'는 뒷말도 나왔다.

중앙일보 칼럼은 바로 이러한 세간의 의혹을 정리한 것이다. '김정숙 버킷리스트'까지 언급한 것은 도가 좀 지나친 것이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확인 안 된 루머를 칼럼같은 권위있는 글에 여과 없이 썼다는 비판도 나온다. 반면 청와대가 칼럼에 정색을 하고 왜곡이라고 항의하는 것도 모양새도 좋지 않다는 말도 있다. '제 발 저리니' 그렇게 강경대응한다는 볼멘 소리도 나온다. 정국은 대통령의 해외순방지까지 논란의 중심에 서는, 실로 다분히 감정적이고 유치한 말싸움 난장이 계속되고 있다. 

 

노현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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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정호의 시시각각] 김정숙 여사의 버킷리스트?

 

노르웨이 서해안엔 베르겐이란 그림 같은 도시가 있다. 깎아지른 절벽 사이로 새파란 바닷물이 넘실대는, 세계 최고의 절경이라는 송네 피오르의 심장부다. 누구든 이곳에 오면 죽을 때까지 잊지 못할 대자연의 아름다움에 흠뻑 젖기 마련이다. 바로 여기가 모레 문재인 대통령 부부가 갈 곳이다. 명목은 노르웨이 발주로 대우조선이 건조한 2만6000톤급 군수지원함 ‘모우호’ 승선. 이 나라 최대 군함이라지만 조선 강국 한국으로선 그리 특별하진 않다. 대우조선은 이미 3만7000톤급 군수지원함 4척을 만들어 영국에 수출한 적이 있다. 
  
어쨌거나 문 대통령 부부는 배에 올라 피오르의 비경을 접할 거다. 이후 이들은 10㎞가량 떨어진 ‘그리그의 집’에 간다. ‘솔베이지의 노래’로 유명한 노르웨이 작곡가 에드바르 그리그가 살던 아담한 2층 건물로, 이젠 기념관이 됐다. 노르웨이 정부는 문 대통령 부부를 위해 여기서 음악회를 열어준다. 청와대가 밝힌 노르웨이 방문 목적은 “양국 관계 증진, 한반도 평화, 친환경 경제, 조선·해양 분야 등에 대한 협력 논의”였다. 문 대통령은 사실상 이틀뿐인 공식 일정 중 하루를 이 풍광 좋은 베르겐에서 쓴다. 
  
문 대통령은 취임 후 25개월간 19번 출국했다. 빈도로는 5년간 49번으로 가장 많던 이명박 전 대통령과 비슷하다. 하지만 웬일인지 유독 관광지를 자주 찾는다는 느낌을 지울 수가 없다. 김정숙 여사는 딱 한 번 일본 당일 출장을 빼곤 18번의 해외 나들이 때마다 동행했다. 작년 말엔 혼자 인도에 갔다. 이 과정들에서 찾아본 명소는 캄보디아의 앙코르와트, 인도의 타지마할과 후마윤 묘지, 체코의 프라하, 베트남의 호이안, 바티칸의 성베드로성당 등. 죄다 유네스코 문화유산인 세계 최고 관광지다. 
  
이에 대해 야당에선 “부부동반 세계일주하냐” “김 여사 버킷리스트가 있지 않냐”는 비아냥이 쏟아지고 있다. 체코 대통령이 없던 때라 왜 갔는지 모를 프라하 방문도 버킷리스트로 설명하는 비판이 나온다. 
  
특히 김 여사의 인도 단독 방문은 개운치가 않았다. 청와대는 “인도 총리가 허왕후 공원 착공식의 한국 대표로 공식 초청했다”며 “2002년 이희호 여사가 혼자 방미한 적도 있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김 여사는 바로 넉 달 전 문 대통령과 인도에 간 적이 있다. 남편이 일하는 사이, 인도 정부는 그를 세계적 유적인 후마윤 묘지로 안내했다. 당시 김 여사는 “시간이 없어 타지마할의 전신인 이곳에 왔다”며 “다시 오면 타지마할에 꼭 가겠다”고 아쉬워했다. 
  
이와 관련, 청와대는 인도 총리 요청으로 가는 것처럼 발표했지만, 인도 대사관은 “한국 측이 김 여사를 대표단 대표로 보낸다고 알려와서 초청장을 보냈다”고 밝혔다. 어쨌거나 초청 과정도 그렇지만 일정도 별났다. 청와대가 언급했던 이희호 여사 사례와 비교해 보자. 
  
# 2002년 4월 이 여사는 유엔 아동특별총회 대표단 대표로 방미했다. 전용기 대신 민항기를 탔다. 첫날 테네시주로 가 인권상을 받았다. 그리곤 둘째 날부터 유엔 회의에 참석해 넷째 날까지 회의를 주재하고 관련 인사들을 만났다. 그리곤 다섯째 날 귀국했다. 
  
# 지난해 11월 김정숙 여사는 대통령 전용기 2호기로 인도에 갔다. 첫날은 밤에 도착해 둘째 날 총리 등을 면담했다. 셋째 날은 허왕후 공원 착공식 및 인도의 최대 축제 ‘디왈리’에 갔다. 그리곤 넷째 날 타지마할 관광 후 귀국했다. 
  
물론 전임 대통령 부부들이라고 관광지에 안 간 건 아니다. 상대국이 초청한 일정도 있었을 게다. 그럼에도 이번처럼 잦은 적은 없었다. 현재 북핵 문제는 풀릴 기미가 없다. 경제는 고꾸라지고 무역분쟁 중인 미·중은 서로 자기편을 들라고 압박한다. 그러니 “지금 유람할 때냐”는 비판이 안 나오게 노르웨이 일정도 한 번 더 생각해 보는 게 옳았다. 그곳에서 머잖은 헝가리에선 지금도 유람선 사고 실종자 수색에 여념이 없지 않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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