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11년만에 평양을 찾았다. 사진=SBS뉴스 캡처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11년만에 평양을 찾았다. 사진=SBS뉴스 캡처

 

 

① “북한과 함께 원대한 계획을 짜겠다”

2019년 6월 20일. 시진핑 중국 주석이 평양을 찾았다. 꼭 11년만이다. 국제정치적 이목이 집중되는 북-중 정상회담이다. 각종 매체에서는 교착상태에 빠진 북한 비핵화 협상의 또 다른 분수령이라는 분석을 쏟아낸다. 시진핑 주석도 이를 굳이 숨기지 않았다. 중국 국가 주석으로는 이례적으로 북한 노동당 기관지인 노동신문에 기고를 보냈는데, 시 주석은 이번 방북이 “한반도 문제와 관련한 대화와 협상이 진전되도록 공동으로 추동함으로써 지역의 평화와 안정, 발전과 번영을 위해 적극 기여할 것"이라고 강조한 것이다.

비록 비핵화라는 단어를 명시적으로 사용하지는 않았지만 핵협상에 중국이 적극 나설 것임을 표명했다. ‘북한의 합리적 관심사 해결을 지지한다’며 ‘의사 소통과 대화, 조율과 협조를 강화해 새 국면을 개척해 나갈 것’이라고 밝힌 부분은 북한이 요구하는 제재 완화에 힘을 실어준 것으로 분석할 수 있다.

또한 "중국 측은 북한 동지들과 함께 손잡고 노력하여 지역의 항구적인 안정을 실현하기 위한 원대한 계획을 함께 작성할 용의가 있다"고 밝혀 북핵 협상의 구체적인 플랜이나 로드맵 작성에도 개입할 것임을 시사했다.

무역 협상을 놓고 미국과 전투중인 중국이 전략적으로 평양 카드를 꺼내들었다는 분석이 가능한 부분이다. 미국 트럼프가 홍콩 카드로 중국의 아픈 곳을 슬쩍 건드리니, 중국이 평양 카드로 맞불을 놓은 것이다. 시진핑 주석이 북중 관계를 "천만금을 주고도 바꿀 수 없는 것"이라고 표현하면서 국제정세와 상관없이 북중친선협조관계를 공고히 하겠다고 밝힌 부분은 ‘평양카드’ 해석에 힘을 싣고 있다. 세계 패권을 둘러싼 G-2의 용호상박에 한반도가 무시 못할 주요 변수로 다시 등장했다는 점은 분명하다.

② 김정은 판 대안친선유리공장은?

 

 

2005년 10월 28일 평양 순안 공항.

국빈을 맞이하는 평양 사람들이 화려한 옷을 입고 열렬히 꽃술을 흔들었다. 김정일 위원장이 친히 공항 활주로에 나와 국빈을 맞이했다. 북한의 혈맹 중국 손님을 영접하는 자리다. 2000년 이후 처음으로 북한 땅을 찾은 중국의 국가 원수, 후진타오 주석은 이날부터 2박 3일 동안 평양에서 북중 정상회담을 가졌다. 환영 만찬에서 김정일 위원장은 90년대 고난의 행군시기 중국의 지원에 감사하다고 강조했다.

눈에 띄는 일정은 김정일 후진타오 두 정상이 평남 대안의 한 공장을 함께 방문한 점이다. 바로 ‘대안친선유리공장.’ 중국의 2400만 달러 무상원조를 받아 건설한 유리 공장이다. 두 나라의 경제적 협력 관계를 실제 상징하는 공장인 셈이다. 이 곳 방문을 계기로 북-중은 경제기술협조에 관한 협정을 체결하기도 했다. 핵을 개발하고 있던 북한이 중국이라는 든든한 뒷배를 다시 한 번 확인하는 계기가 됐다. 당시 정상 회담에서는 북·중 관계 발전 4원칙이 천명됐는데, ‘고위층 상호 방문, 교류 확대, 경제무역을 통한 공동 발전, 협력을 통한 공동이익 추구’ 같은 양국의 전통적 선린 우호 관계를 재확인했다.

2008년 6월엔 특별한 손님이 평양을 찾았다. 당시 국가 부주석이던 시진핑이 김정일을 만난 것이다. 북한으로서는 새롭게 떠오르는 중국의 실력자에게 보험을 둔 셈이라고나 할까? 시진핑 당시 부주석은 선물로 항공유 5천 톤과 1억 위안을 북한에 제공했는데 이는 총 1천 500만 달러 규모였다고 소식통들은 전하고 있다. 당시 김정일-시진핑 회담에서 북-중 관계를 더욱 돈독히 하자는 의견을 주고받은 것은 물론이다.

 

 

그리고 11년 만의 시진핑 평양 방문이 현실이 되고 있다. 중국 국가 주석 자격으로는 14년 만이다.

시진핑 주석은 노동신문 기고에서 ▲여러 급의 의사소통과 조율 ▲당적 교류 심화와 국가관리 경험 교류 ▲교육·문화·체육·관광·청년·지방·인민생활 등 여러 분야의 교류와 협조 확대로 양국 국민의 복리 증진를 언급하며 “북중 관계발전에 새로운 동력을 불어넣을 것”이라고 밝혔다.

최고 지도자로서 자신의 평양 방문이 북-중 관계를 한 단계 업그레이드할 계기가 될 것이라는 점을 강조하고 있는 것이다.

이번 시진핑 평양 방문에서 시 주석은 "한반도 문제 정치적 해결 프로세스 추진을 지지하며 북한의 안보가 해결될 수 있도록 적극 돕겠다" 말했고, 김정은 위원장은 "한반도 문제 해결을 위해 인내심을 유지하겠다"고 했다.  시 주석의 이같은 발언은 중국이 북한의 우방국으로서 안보부터 경제 분야에 이르기까지 적극적으로 지원하겠다는 메시지로 해석된다. 아직 정상회담의 구체적인 내용은 아직 알려지지 않았지만, 북한 핵문제를 비롯한 한반도 관계 현안과 북중 간 협력 강화 방안 등을 논의한 것으로 보인다. 

두 정상이 한반도 비핵화에 대해 어느 정도 조율했는지가 중대한 관심사다. 또한 중국의 대북 지원 규모가 비핵화 협상 국면과 유엔 대북 제재에 미칠 영향도 무시 못 할 것이다. 게다가 미국과 세계 패권 쟁탈전을 벌이는 중국이 이번 평양방문 카드를 활용하면서 미국과의 협상에 나설 것도 명확하다. ‘평양 카드’가 미국과 중국의 세계 전략 체스판에서 전술적 기제로 등장했다는 점에서 비핵화 협상 국면이 더 복합적이고 다층적인 구조로 질적인 변화를 일으키고 있다.

 

김연/통일전문기자(북한학 박사)

김연 통일전문기자는 공중파 방송국에서 기자로 활동하며 10여년동안 주로 남북관계와 한반도 이슈를 취재했다. 지금은 모 방송국에서 일하면서 북한정세와 남북관계 관련 연구도 활발히 하고 있다. 인동의 시절에 꽃피는 봄을 준비하는 마음으로 남북관계와 통일의 이야기를 풀어나가고 있다.

 

저작권자 © 피처링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