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김정은 문재인, 세 정상의 판문점 역사적 회동 뒷이야기

 

① 美 대통령, 정전 66년 만에 북한 땅 밟다

2019년 6월 30일 오후 3시 45분.

판문점 공동경비구역 군사 분계선 앞

하늘색 건물을 좌우로 두고 미국 대통령 트럼프가 판문점 군사 분계선 표지석 앞에 섰다. 마주하는 상대는 북한 김정은 위원장. 서로 눈을 마주치더니 인사를 주고받는다.

“어이 친구 (My friend)!”

어깨를 세 번 톡톡 두드리며 불쑥 꺼내는 인사에 짐짓 당황한 척 하는 김정은 국무위원장.

“이런 데서 각하를 만나게 될 줄 생각 못했습니다.”

6.25 전쟁을 휴전하면서 그었던 군사분계선. 서로 총부리를 겨누던 적대국의 두 정상이 이렇게 조우했다. 친구라고, 또 각하라고 서로를 호칭하면서 악수한 두 정상, 말 그대로 선을 넘는 파격적인 대화를 이어갔다.

“이 선을 넘어도 되겠습니까?”

“각하께서 한 발자국 건너시면 사상 처음으로 우리 땅을 밟으신 미국 대통령이 되십니다.”

“넘어가기를 바랍니까? 그렇다면 영광입니다.”

트럼프 미 대통령은 높이 약 20센티미터, 폭 60센티미터의 판문점 군사 분계선 표지석을 가뿐히 넘었다.

북한 땅을 밟은 트럼프 대통령, 북한 김정은 위원장과 손을 잡고 18걸음정도 북한 땅을 걸었다. 김정은과 1분가량 환담도 했고, 판문점 북측 지역인 통일각을 배경으로 김 위원장과 악수하며 기념사진도 찍었다.

1953년 7월 휴전 이후 그어진 군사분계선.

 

 

 

동족상잔의 비극을 뒤로 한 채 서로를 향해 적대행위를 하지 못하도록 그어진 선. 서쪽 예성강부터 판문점을 지나 중부지역의 철원을 거쳐 동해안 고성 명호리까지…. 동서로 155마일, 약 250킬로미터 가량 이어져 한반도 허리를 잘라낸 휴전선.

무엇보다도 길고 또 견고하게 느껴져 쉽게 해체되지 않으리라는 냉전의 경계선을 정전 66년 만에 교전 상대국 지도자들이 최초로 허무는 순간이다.

② 역사적 이벤트가 된 작은 트윗

시작은 트윗 몇 문장이었다.

G20 참석차 일본 오사카를 찾은 트럼프 대통령. 6월 29일 아침 7시 51분에 의미심장한 트윗을 날렸다.

“문 대통령과 함께 한국에 간다. 한국에 있을 때, 김정은 위원장이 이것을 본다면, DMZ에서 그를 만나 악수하고 인사를 할 수 있을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의 트윗을 일반인의 평범한 말투로 치환해 보면 이런 식 아닐까?

손윗사람이나 영향력 있는 지인이 아주 친한 친구나 후배에게

“나 언제 거기에 다른 일로 잠시 가는데 혹시 시간되면 얼굴이나 볼까?”하는 것처럼……

북한의 반응은 즉각적이었다.

새롭게 떠오른 최선희 외무성 제1부상이 트윗 5시간 여 만에 담화를 냈다. 최 부상은 ‘매우 흥미로운 제안’이라며 ‘트럼프 대통령의 의중대로 분단의 선에서 북미 수뇌 상봉이 이뤄지면 친분관계를 깊게 하고 양국관계 진전의 의미 있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반응했다.

그러면서 ‘아직 공식제기를 받지 못했다’며 서둘러 공식 제안을 해 달라는 메시지도 은연중에 추가했다.

이후 실무 진행은 매우 분주하게, 일사천리로 진행됐을 것이다. 마침 (미리 알고 와 있었다는 듯이) 한국에 있던 비건 대북특별대표는 29일 밤 판문점에서 최선희 부상을 만나 두 정상의 만남에 대해 세부 사항을 조율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리고 이튿날인 6월 30일 오후 3시 45분. 역사상 최초의 북한과 미국 정상의 판문점 회동이 극적으로 전 세계에 생방송으로 중계됐고 판문점은 또 한 번 그렇게 역사의 중심에 섰다. 트럼프 대통령의 깜짝(?) 제안에서 만남까지 32시간 만에 전격적으로 성사된 것이다.

③ 북미 정상 손잡고 자유의 집으로

 

 

북한 땅에 사상 최초로 들어간 트럼프 대통령은 약 1분 짧지만 굵직한 북한 체류를 마치고 김정은 위원장과 함께 판문점 군사분계선을 넘어 남으로 돌아왔다.

2019년 6월 30일 오후 3시 51분.

판문점 남측 자유의 집 앞에서는 문재인 대통령이 역사적 장면을 연출한 두 정상을 환한 미소로 반겼다. 이 또한 미증유의 사건. 남과 북 그리고 미국의 지도자가 판문점에 함께 선 것이다.

김정은 위원장이 북한 땅을 밟은 트럼프 대통령에게 “좋지 않은 과거를 청산하고 앞으로 좋은 앞날을 개척하는 트럼프 대통령의 남다른 용단"이라고 치켜세웠고, 트럼프 대통령도 “지난 몇 년간 우리는 많은 진전을 이뤄냈고 훌륭한 우정을 갖고 있다. 짧은 시간에 연락했는데 만남이 성사돼 기쁘다”고 화답했다.

여기서 잠시 시간을 2년 전으로 되돌려 보자.

2년 전인 2017년 11월 7일 한국을 방문한 트럼프 대통령. 짙은 안개로 DMZ 방문이 무산된 뒤 국회에서 연설했는데, 트럼프 대통령은 당시 “한국에서는 사람들이 스스로의 삶과 국가를 꾸려나가고 자유와 정의, 문명과 성취의 미래를 선택했지만 다른 한쪽 북한은 부패한 지도자들이 압제와 파시즘 탄압의 기치 아래 자국민을 감옥에 가뒀다. 그 결과 한국의 기적은 자유국가의 병력이 1953년 진격했던 곳, 이곳으로부터 24마일 북쪽까지만 미쳐 번영은 거기서 끝나고 북한이라는 교도소 국가가 시작된다”라고 말했다.

2년 전 북한과 북한 지도자를 맹비난했던 그때와 비교해 보면 한반도 정세가, 북한 지도자에 대한 트럼프의 인식이 180도 변한 걸 체감할 수 있다.

역사적인 판문점 남북미 회동에 참석한 문재인 대통령은 “한반도 평화 프로세스의 큰 고비를 넘었다”며 기뻐했다. 앞서 문 대통령은 “오늘 대화의 중심은 미국과 북한”이며 “트럼프 대통령은 한반도 평화를 만드는 피스메이커”라며 북미 정상의 만남이 순조롭게 이뤄질 수 있도록 하는 호스트 역할에 충실했다.

트럼프 대통령과 김정은 위원장이 자유의 집에 마련된 회담장으로 이동해 정상간 환담을 시작했다. 당초 몇 분 정도 만나 인사만 나누겠다고 했지만 회담은 단독 환담에 이어 두 나라의 외교장관이 배석한 1+1 회담까지 열려 약 53분간 진행됐다. 사실상 3차 북미 정상회담인데, 싱가포르에서 시작돼 하노이를 거친 북미 정상 회담이 판문점까지 이어진 것이다. (2편에 계속)

 

김연/통일전문기자(북한학 박사)

김연 통일전문기자는 공중파 방송국에서 기자로 활동하며 10여년동안 주로 남북관계와 한반도 이슈를 취재했다. 지금은 모 방송국에서 일하면서 북한정세와 남북관계 관련 연구도 활발히 하고 있다. 인동의 시절에 꽃피는 봄을 준비하는 마음으로 남북관계와 통일의 이야기를 풀어나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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