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문점 번개회담 ②] 예상 깬 ‘53분’ 회담…북미협상 앞길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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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판문점 번개회담 ②] 예상 깬 ‘53분’ 회담…북미협상 앞길은?
  • 노현우 기자
  • 승인 2019.07.01 17:2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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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김정은 문재인, 세 정상의 판문점 역사적 회동 뒷이야기
하노이 회담에서 북미는 성과 없이 협상이 결렬돼 한때 위기를 맞기도 했다.
하노이 회담에서 북미는 성과 없이 협상이 결렬돼 한때 위기를 맞기도 했다.

 

 

① 예상 깬 ‘53분’ 회담…하노이는 잊어라?

2019년 6월 30일 오후 3시 59분. 북한과 미국 정상이 다시 마주 앉았다.

하노이에서 성과 없이 결렬된 지 꼭 넉 달 만이다. 회담장 배경으로 성조기와 인공기가 나란히 배치돼 싱가포르와 하노이 회담 당시의 모습과 많이 다르지 않았다. 사실상 3차 북미 정상회담으로 인식해도 무방할 법하다.

트럼프의 깜짝 제안으로 만나, 북미 두 정상이 나란히 남북 국경을 오가는 역사적인 판문점 산책 뒤에 열린 탓인지 그 감흥으로 김정은 위원장이 말문을 열었다.

“트럼프 대통령이 만나자는 의향을 표시한 데 깜짝 놀랐습니다. 분단의 상징이고 나쁜 과거를 연상케 하는 장소에서 오랜 적대 관계였던 두 나라가 평화의 악수를 하는 것 자체가 어제와 달라진 오늘을 표현하는 겁니다. 트럼프 각하와 나 사이 존재하는 그런 훌륭한 관계가 아니라면 하루 만에 이런 상봉이 전격적으로 이뤄지지 못했을 거라 생각합니다. 우리의 훌륭한 관계가 앞으로의 난관과 장애를 극복하는 신비로운 힘으로 될 거라고 확신합니다.”

트럼프 대통령은 자신이 SNS 메시지를 보냈는데 김정은 위원장이 오지 않았다면 참 민망했을 것이라면서 목소리에 힘이 있다고 화답했다.

“제가 대통령 되기 전을 생각해보면 아주 위험한 상황이었습니다. 한국, 미국 모두에게 위험한 상황이었습니다. 우리가 이후 만든 관계는 많은 사람들에게 크나큰 의미를 가진다고 생각합니다. 다시 한 번 제가 군사 분계선을 넘어설 수 있었던 것에 큰 영광으로 생각하고, 저를 초대해준 것에 매우 감사합니다. 정말 역사적인 순간입니다.”

회담을 이어간 북미 정상은 비핵화 협상 재개를 놓고 의견을 교환했다. 폼페이오 장관과 리용호 외무상까지 배석한 1+1 회담까지 합하면 두 정상이 회담한 시간은 모두 53분가량.

회담을 마친 뒤 문 대통령과 트럼프 대통령은 김 위원장과 함께 군사 분계선까지 걸어간 뒤 김 위원장을 환송했다.

당시 시각은 오후 4시 53분.

애당초 “장시간에 걸친(extended) 게 아닌 그저 짧은 인사(quick hello) 정도”라고 트럼프 대통령이 밝혔지만 역사적인 판문점 ‘번개’ 북미 정상회담은 68분가량 진행되며 마무리 됐다.

 

 

② “도박이 먹혔다”는 미국…북, 이번엔 미국식 셈법 파악?

53분간의 판문점 정상 회동 직후 나온 북미 양쪽의 발표는 비교적 신중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폼페이오 국무장관 주도로 2∼3주간 실무 팀을 구성해 협상하겠다”고 밝혔다. 하노이 노딜 이후 막혔던 비핵화 협상이 실무 접촉으로 재개될 모양새가 된 것이다.

북한 관영 매체도 “분단의 상징인 판문점에서 두 수뇌가 악수하는 놀라운 현실이 펼쳐졌다"며 “비핵화와 북미관계에서 새로운 돌파구를 열기 위한 생산적 대화들을 재개하고 적극 추진해나가기로 합의했다”고 밝혔다.

폼페이오 장관은 “북한 외무성이 비핵화 실무 협상 카운터파트가 될 것”이라고 확인했다. 비록 북한이 폼페이오 장관을 겨냥해 “수뇌가 애써도 반북 실무자로는 협상이 안된다”며 엄포를 놓기도 했지만 결국 북미 양국의 정통 외교라인이 비핵화 실무협상을 담당하게 된 것이다.

북미 정상의 ‘톱다운 케미’로 마련된 비핵화 협상, 본격 힘겨루기는 실무진이 담당해야 할 몫이다.

폼페이오 장관도 판문점 회동이 도박 아니었냐는 질문에 “도박이 먹혔다”고 답하며 다가올 협상에 “매우 들떠 있다”고 소감을 밝혔다. 그러면서 서두를 게 없다는 ‘속도 조절론’을 강조했고 대북 제재도 그대로 유지된다며 북한에 대한 기선잡기에도 소홀하지 않았다.

이에 맞대응할 북한은 기존 북미 협상을 주도했던 김영철 부위원장을 하노이 노딜 이후 2선으로 후퇴시켰다. 대신 하노이 심야 반박 기자회견의 주연격인 리용호 외무상과 최선희 부상에게 중책을 맡길 것이다.

특히 김정은의 새로운 복심이자 대외 정책 스피커로 불리는 최선희 부상은 하노이 노딜 당시 “김 위원장이 미국식 셈법을 잘 이해하지 못하는 것 아닌가 하는 느낌을 받았다”고 말해 “자기 요구만을 들이미는 미국식 대화법에는 체질적으로 맞지 않아” 앞으로는 북한 자신들의 화법으로 협상을 주도하겠다는 의지를 보인 적이 있다.

도박이 먹혔다는 미국, 미국식 셈법은 체질적으로 맞지 않는다는 북한.

비핵화 협상 방법을 두고 포괄적 접근이니, 동시적·병행적 접근이니, 단계적 접근이니 하는 말장난 같은 단어들이 나오고 있다. 문 대통령의 발언으로 촉발된 ‘영변 폐기는 비핵화 입구론’이나 트럼프가 지적한 ‘영변 폐기는 하나의 단계’처럼 한국과 미국 사이에도 비핵화 방법론을 두고 미묘한 입장차이가 존재하는 게 사실이다.

더욱이 비핵화와 체제 보장을 두고 건곤일척을 겨루는 북미간의 입장 차이는 이보다 더 깊고 복합적이다.

게다가 “이번 판문점 북미 정상 회동이 비핵화 실무협상을 재개하는 의미 있는 만남이며, 트럼프-김정은 사진은 평화의 문을 여는 퍼즐의 조각으로, 쉽게 무너져 내리지 않도록 응원해야 한다”는 긍정적인 평가도 있지만, “비핵화라는 단어는 한 번도 나오지 않았으며, 김정은 체제에 정당성을 부여하고 동시에 트럼프의 재선 캠페인을 위한 리얼리티 TV 쇼”라는 신랄한 비판도 동시에 존재한다.

‘하노이 노딜’ 이라는 교착상태를 ‘판문점 번개’로 뚫어냈지만 ‘완전한 비핵화’를 이루기까지 앞으로 가야할 길은 여전히 멀고 넘어야 하는 산을 높고도 많다. 중국 측에서 나온 평가가 정리한 것처럼……

“트럼프의 큰 한걸음, 한반도 핵 문제의 작은 한걸음”

 

김연/통일전문기자(북한학 박사)

김연 통일전문기자는 공중파 방송국에서 기자로 활동하며 10여년동안 주로 남북관계와 한반도 이슈를 취재했다. 지금은 모 방송국에서 일하면서 북한정세와 남북관계 관련 연구도 활발히 하고 있다. 인동의 시절에 꽃피는 봄을 준비하는 마음으로 남북관계와 통일의 이야기를 풀어나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