횡령 혐의로 재판을 받다가 해외로 도피한 정태수(1923년생) 전 한보그룹 회장이 지난해 12월 에콰도르에서 사망했다고 검찰이 최종 결론내렸다.

서울중앙지검 외사부(부장검사 예세민)는 정 전 회장의 넷째 아들 한근(54)씨가 제출한 사망확인서 등 관련 서류가 진본이라는 사실을 에콰도르 정부로부터 확인받았다고 4일 밝혔다.

검찰은 에콰도르 출입국관리소와 주민청 내부시스템에 정 전 회장의 사망사실이 등록된 사실도 확인했다. 검찰은 정 전 회장과 함께 에콰도르 과야킬에서 도피생활을 하다가 지난달 22일 강제송환된 한근씨로부터 부친 사망과 관련한 증거를 제출받고 진위를 객관적으로 검증하는 작업을 해왔다.

한근씨는 과야킬 시청이 발급한 사망확인서와 사망등록부, 무연고자 사망처리 공증서류, 화장증명서와 장례식장 비용 영수증 등을 검찰에 제시하면서 "정 전 회장이 작년 12월 사망했다"고 진술했다.

검찰은 한근씨 노트북에서 정 전 회장의 사망 직전과 입관 사진, 장례식을 촬영한 사진과 1분 분량의 동영상을 확인했다. 정 전 회장의 셋째 아들 보근(56)씨는 최근 검찰 조사에서 "부친 사망 당시 동생이 국내에 있는 가족들에게 알리고 관련 사진을 보냈다"고 진술했다.

한근씨는 지난해 12월1일(현지시간) 부친이 숨지자 이튿날 시신을 화장한 것으로 조사됐다. 한근씨는 현지 변호사로부터 모든 절차를 책임지겠다는 공증을 받고 사망신고 등 행정절차를 밟았다. 부자 모두 남의 인적사항을 빌려 도피생활을 한 탓에 서류상 부자관계가 인정되지 않은 상태였다.

검찰은 이같은 정황과 객관적 기록을 종합해 정 전 회장이 숨진 것으로 결론내리고 한근씨가 송환되면서 제출한 유골함을 유족에게 인도했다. 한근씨는 구속 상태에서 과거 기소된 사건 재판과 기소중지된 횡령 수사를 받게 된다.
 

정태수 전 한보그룹 회장 장례식 사진. 서울중앙지검 제공
정태수 전 한보그룹 회장 장례식 사진. 서울중앙지검 제공


정 전 회장은 고려인으로 추정되는 츠카이 콘스탄틴(TSKHAI KONSTANTIN)이라는 이름의 1929년생 키르기스스탄인으로 위장해 2010년 7월 에콰도르에 정착했다. 정 전 회장은 에콰도르 제2의 도시인 과야킬 인근에서 유전개발 사업을 하려던 것으로 보인다고 검찰은 설명했다.

정 전 회장은 자신이 이사장으로 있던 대학 교비 72억원을 횡령한 혐의로 재판을 받다가 2007년 5월 지병 치료를 이유로 출국했다. 법원은 정 전 회장이 국내에 없는 상태에서 재판을 진행해 2009년 5월 징역 3년6개월을 확정했다.

한근씨는 자신이 운영하던 동아시아가스 자금 3천270만 달러(당시 한화 322억원)를 스위스 비밀계좌에 빼돌린 혐의로 수사를 받다가 1998년 6월 도주했다.

정 전 회장의 사망이 확인됨에 따라 확정된 징역형은 집행이 불가능해졌다. 체납된 국세 2225억2700만원 환수도 사실상 물건너갔다. 검찰과 국세청은 한근씨가 해외에 은닉한 재산이 발견될 경우 환수할 방침이다. 한근씨는 국세 293억8800만원이 밀린 상태다.

 

노현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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