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근식 경남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20일 조국 청와대 민정수석이 "대법원의 일제 강제징용 배상 판결을 부정하는 사람은 마땅히 '친일파'라 불러야 한다"고 한 데 대해 "조 수석이 또 친일파 편가르기를 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김 교수는 이날 페이스북 글에서 "조 수석은 일본 식민 지배의 불법성을 강조하며 이에 동의하지 않으면 친일파라는 건데, 우리나라에 일제 강제점령과 식민지배의 불법성을 부인하는 사람들이 과연 몇명이나 있을까"라며 "조 수석은 누구나 당연히 알고있는 사실을 내세워 마치 문재인 정부의 대일정책을 비판하는 사람들이 식민지배를 찬성하는 사람들인 것처럼 몰아가는 참 비열하고도 한심한 편가르기를 하고 있다"고 했다. 김 교수는 서울대 정치학과를 졸업하고 이 대학에서 북한 연구로 박사학위를 했다. 2007년 10월 남북 정상회담 때 노무현 당시 대통령 공식 수행원으로 북한을 다녀왔다.

김 교수는 "1965년 한일 청구권 협정이 일본의 식민지배의 불법성을 인정하지 않은 불충분한 협정이었다는 (조 수석의) 평가는 맞는 말"이라면서 "당시 샌프란시스코 강화 조약에 우리가 참여할 수 없었고 일본의 조선지배의 불법성이 인정되지 않았기 때문에 이에 기초해서 박정희 정부가 일본과 국교수립 조약과 청구권 협정을 맺은 것이기 때문"이라고 했다. 

아시아 지역 2차 대전은 1952년 발효된 샌프란시스코 강화조약에 의해 청산됐는데, 배상청구권은 '(일본에) 점령됐거나 손해를 입은 승전국'에 한정됐기 때문에 승전국 지위를 얻지 못한 한국은 참여하지 못했다. 또 당시 주요 승전국이 대부분 제국주의 국가였기 때문에 강화조약의 배상권이 '식민지 배상'이 아닌 '전쟁 배상'을 인정하는 선에서 식민 지배 책임론은 봉인됐다는 게 김 교수 설명이다.

김 교수는 그러면서 "한국 정부는 좋든 싫든 역사성을 계승하는 것"이라며 '"조국이라는 개인이 1965년 협정을 부당하다고 인정하지 않을 수는 있지만 그렇다 해서 문재인 정부가 한일 간 협정을 부정할 수는 없다"고 했다. 그는 "당시 박정희 정부가 체결하고 당시 국회가 비준한 양국간 협정은 억울하고 분하지만 문재인 정부도 계승해야 하는 것"이라며 "억울함과 분노에도 김대중 정부가 김대중-오부치 선언으로 한일관계의 미래를 지향한 것도, 노무현 정부가 2005년 민관공동위를 통해 강제징용과 관련한 보상은 청구권 협정으로 이뤄진 것으로 간주하고 한국정부가 특별입법을 통해 징용피해자에게 위로금과 지원금을 제공한 것도, 대한민국 정부의 연속성이라는 엄중함을 인정했기 때문"이라고 했다.

김 교수는 "2012년 대법원의 강제징용 배상판결과 2018년 확정 판결은 사법부의 법리적 판단"이라며 "속시원한 판결이었지만 한국 정부는 1965년 한일협정의 연속성하에서 사법부의 판결을 접근해야 한다. 그게 엄연한 현실"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정부 간 협정과 사법부 판결 사이에서 일본과 이 문제를 정치적으로 외교적으로 풀었어야 한다"고 했다. "일본은 1965년 협정을 이유로 개인청구권이 소멸되었다고 주장하고 대한민국 법원은 개인청구권이 살아있다고 판결한 상황에서 문재인 정부는 한일협정의 역사성을 인정하면서 사법부판단을 존중하는 지혜로운 해결책을 일본과 논의했어야 하는 것"이라며 "그게 바로 정치이고 외교"라고 했다.

김 교수는 "그런데 지난해 10월 확정판결 이후 정부는 아무 노력도 하지않고 손놓고 일본의 협의 요청을 무시하고만 있었다"며 "그리고 일본의 무도한 경제보복에 친일반일, 애국매국 편가르기만 하고 있다"고 했다. 그는 "대통령의 법률자문을 하는 민정수석이 한일협정의 부당성을 강조하고 이에 동의하지않는 사람을 친일파라고 규정하는 것이라면, 정말 문재인 정부는 1965년 한일협정과 이후 한일관계를 근본부터 부인하겠다는 건지 분명히 밝혀야 한다"고 했다.

그는 "조 수석은 정말 1965년 한일협정을 파기하고 일본정부로부터 식민지배 인정과 사과와 '배상'을 다시 받고자 하는 건지 답하기 바란다"며 "과연 문 대통령도 그렇게 생각하는지도 궁금하다"고 했다. 김 교수는 "조 수석은 지금 개인 학자인지, 한국 정부의 민정수석인지 스스로 자문해보기 바란다"며 "1965년 협정 무효화와 일본 식민지배의 불법성 인정과 배상을 요구하는 자연인으로 행동하고 싶으면 제발 사표 내고 개인적으로 하라"고 했다. 그는 "문재인 정부의 뿌리인 노무현 정부가 당시 고심 끝에 왜 그런 결론을 내렸는지 곱씹어보기 바란다"며 "제발 우리 내부에 총질하고 편가르기는 그만하고 정부가 해야 할 일을 먼저 하기 바란다"고 했다.

김근식 교수는 국민의당 중앙선대위 정책대변인 등을 거쳤지만 그 전 노무현 정부 때 평양을 공식 수행해서 다녀오는 등 진보성향 정치인으로 분류된다. 이렇듯 진보층에서도 일본 수출규제에 대한 정부대응을 두고 엇갈리는 목소리들이 분출되고 있다. 자칫 일본 수출규제 정국이 '친일' '반일'로만 구분되는 이분법적 잣대 속으로 빠져들 수도 있다. 무엇보다 국회가 혼란스러운 정국의 주체가 나서서 공론화 작업을 이끌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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