① 17년 7월 28일과 19년 7월 25일

2017년 7월 28일 한밤중 북한 자강도 무평리. 북한이 대륙간탄도로케트라고 부르는 화성 -14형 미사일이 “장쾌한 불줄기로 어둠의 장막을 밀어내며 우주 만리로 솟구쳐 올랐다.”  김정은 위원장이 직접 현지 지도한 화성-14형 미사일은 “핵 강국, 세계적 로켓맹주국의 존엄과 위용을 만방에 떨쳤다”고 북한은 자랑했다.

그로부터 약 2년 뒤인 2019년 7월 25일 새벽 강원도 원산 호도반도. 북한이 신형 단거리 탄도 미사일 2발을 동해 쪽으로 발사했다. 북한 김정은 위원장이 직접 참관했다. 김 위원장은 “방어하기 쉽지 않을 전술유도탄의 저고도 활공도약형 비행궤도의 특성과 위력을 직접 확인하고 확신할 수 있게 돼 만족한다”고 말했다.

2년의 시차를 둔 북한의 미사일 발사. 하지만 발사가 주는 심리적 충격은 극과 극이다.

2017년 7월 당시는 북한이 핵무력 완성을 위해 질주하던 시기다. 화성 14형 발사 이후 미국이 ‘화염과 분노’를 표출하고 북한이 ‘늙다리 미치광이’로 맞받아치면서 미국과 북한간의 갈등이 일촉즉발의 국면까지 극도로 상승했다. 하지만 북한이 으레 도발을 일삼는 국가라는 인식 탓에 한국이 받은 심리적 충격은 덜했을 지도 모른다.

하지만 2019년 7월 25일의 북한 단거리 탄도 미사일의 발사가 던지는 충격은 사뭇 다르다.

2018년 4월 판문점 회담을 포함해 남북의 정상이 3차례 만나 평화와 화해의 언어로 ‘한반도에서는 더 이상 전쟁은 없다’고 선언했고, 남북 협력은 한층 강화될 것임을 다짐했다. 북미 정상도 사상 처음으로 3차례 악수했으며 서로의 관계는 매우 좋다며 덕담도 나눴다. 그런 일련의 평화 프로세스를 거친 탓에 북한이 유엔 재재 대상인 ‘탄도’ 미사일을 쏜 데 대한 충격이 적지 않다.

북한이 쏜 단거리 미사일은 제주를 포함한 한반도 전역은 물론, 주일미군까지 타격할 수 있는 사거리를 가지고 있고, 무엇보다 저고도로 비행해 한국의 미사일 방어 시스템으로는 요격이 상당히 까다로운 미사일인 탓에 한국 정부에 주는 북한의 메시지는 결코 무게가 가볍지 않다.

어렵게 표현하면 북한이 쏜 미사일이 ‘저고도 활강과 수직상승’같은 이른바 회피기동으로 전투적 성능이 검증됐고, 한반도에 출동할 미국의 증원전력과 남한전역이 타격권이라서 우리 군은 방어체계 수립에 고심할 수밖에 없는 것이다.

이런 탓일까? 북한의 5월 미사일 발사 때에는 애써 탄도 미사일이라는 표현을 사용하지 않은 한국 정부가 7월 25일 미사일 발사 땐 비교적 신속하게 ‘단거리 신형 탄도 미사일’이라고 규정하고 “한반도 군사적 긴장완화에 도움이 되지 않은 일로 강한 우려를 표명”한 걸 보면 북한 도발의 충격파가 적지 않았음을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하지만 북한도 남한을 향한 불만을 강한 톤으로 쏟아냈다. 그것도 김정은 위원장의 말을 통해서다.

“남한 당국자들이 세상 사람들 앞에서 ‘평화의 악수’를 연출하면서 뒤로는 최신무기 반입과 합동군사연습 강행과 같은 이중적 행태를 보이고 있다”며 노골적으로 불만을 드러냈다.

북한 관영매체는 “남한 당국자는 비위가 거슬려도 남한은 평양발 경고를 무시해 버리는 실수를 범하지 말라”고 한 술 더 떴다. 그러면서 “일부 세력들에게 해당불안과 고민을 충분히 심어주었을 것”이라고 주장해 미사일 발사가 북미 비핵화 협상에서 주도권을 잡기 위한 퍼포먼스임을 우회적으로 시사했다.

미국의 첫 반응은 일단 신중하다.

트럼프 대통령은 김정은과의 관계는 여전히 좋다며 “많은 이들이 하는 소형 미사일 실험만을 했을 뿐”이라고 북한 미사일 발사에 대한 무시전략을 구사했다. 폼페이오 장관도 “협상을 준비하면서 모두가 지렛대를 만들고 상대편에 대한 위험요소를 만든다.”면서 단거리 미사일 발사에 개의치 않고 협상 궤도 유지에 주력하겠다는 의지를 피력했다.

하지만 미국은 경고의 메시지도 잊지 않았다. 트럼프 대통령도 “북한이 그동안 잘해왔지만 그것이 앞으로도 지속될 거라는 점을 의미하지 않는다.”며 북한이 '레드라인'을 넘을 경우  군사적 강경대응에 나설 가능성도 배제하지 않았다.

 

 

 

② “위험 수준은 낮추고 신뢰와 투명성의 수준은 높여라

2년 전 ‘화염과 분노’, ‘미치광이 늙다리’에서 ‘대통령 각하’와 ‘위원장 동지’라는 언어로 진전된 북한과 미국 관계. 하지만 언제 또 다시 험악한 단어가 난무하는 관계로 돌아갈지 아무도 예측할 수 없다.

20여년에 걸쳐 진행되는 북핵을 둘러싼 한반도 정세가 각종 스릴과 서스펜스, 현란한 액션을 거쳐 궁극에는 해피엔딩으로 끝나는 「인디애나 존스」나 「미션 임파서블」 같은 화려한 첩보 영화가 결코 아님을 인식해야 한다.

1914년 유럽이 어떻게 1차 세계 대전이라는 전쟁에 이르게 되었는지 방대한 자료를 분석한 크리스토퍼 클라크는 자신의 책 「몽유병자들」에서 “1914년 당시 맹방들 사이에도 서로 불신하는 분위기를 퍼뜨려 평화를 위태롭게 했다”며 이는 “중무장한 자율적인 권력의 중심지들이 서로 속사포를 쏘듯이 상호작용했기 때문에 생겨난 것”이라고 적었다.

클라크는 “당시 국제 체제는 위험 수준은 높고 신뢰와 투명성의 수준은 낮은 조건에서 운영됐다”며 “1914년 주역들은 눈을 부릅뜨고도 보지 못하고 꿈에 사로잡힌 채 자신들이 세상에 불러들일 공포의 실체를 깨닫지 못한 몽유병자”라고 일갈했다.

공교롭게도 이 책은 2017년 12월 북한을 방문한 제프리 펠트먼 유엔 사무차장이 우발적 전쟁 위험을 우려하며 북한 리용호 외무상에게 전달한 책이기도 하다.

2019년 북핵과 한반도 문제의 해법은 클라크의 결론을 뒤집어 보면 찾을 수 있다.

‘위험 수준은 낮추고 신뢰와 투명성의 수준은 높여라’

 

김연/통일전문기자(북한학 박사)

김연 통일전문기자는 공중파 방송국에서 기자로 활동하며 10여년동안 주로 남북관계와 한반도 이슈를 취재했다. 지금은 모 방송국에서 일하면서 북한정세와 남북관계 관련 연구도 활발히 하고 있다. 인동의 시절에 꽃피는 봄을 준비하는 마음으로 남북관계와 통일의 이야기를 풀어나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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