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 정부의 일방적인 교육 정책 강행에 대한 교육계와 야권의 반발이 거세지고 있는 가운데 유은혜 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이 8일 오전 국회 교육위원회 전체회의에 앞서 보고를 받으며 생각에 잠겨 있다.
현 정부의 일방적인 교육 정책 강행에 대한 교육계와 야권의 반발이 거세지고 있는 가운데 유은혜 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이 8일 오전 국회 교육위원회 전체회의에 앞서 보고를 받으며 생각에 잠겨 있다.

 

 

정부가 시행령을 손질해 오는 2025년 전국 자율형사립고(자사고)·외국어고·국제고를 일반고로 일괄 전환키로 하면서 교육계에서는 ‘위헌적 조치’ ‘교육독재’라는 비판이 쏟아지고 있다. 공론화 과정과 헌법 정신을 무시한 독선적인 결정으로 교육 정책의 불확실성이 커지고 일대 혼란을 불러올 수 있기 때문이다.

8일 교육부에 따르면 정부가 고교 서열화 주범으로 지목한 자사고·외고·국제고는 설립 근거인 초·중등교육법 시행령을 고치기만 하면 일반고로 전환할 수 있다. 바꿔 말하면 정권이 바뀌면 언제든 뒤집어질 수 있다는 것이다. 정부의 ‘시행령 정책’이 헌법에 위배된다는 비판이 나오는 이유다. 헌법 제31조에는 “모든 국민은 능력에 따라 균등하게 교육을 받을 권리가 있으며, 교육제도와 운영에 대한 사항은 (시행령이 아닌) 법률로 정한다”고 명시돼 있다. 당장 자사고·외고 측은 위헌 소송을 예고한 상태다. 이기철 전국외고교장협의회장은 “특목고는 정권이 바뀔 때마다 흔들려왔다”며 “진영논리에 갇혀 소수 학교를 적폐로 찍어 없애려 한다면 결국 국가 경쟁력만 하락시킬 것”이라고 비판했다. 이들의 소송으로 헌법재판소가 위헌 판단을 내리거나 교육 철학이 다른 차기 정부가 시행령 수정에 나선다면 다시 원점으로 돌아간다.

정부는 영재학교·과학고만 남기고 모두 일반고로 전환하는 대신 ‘일반고 역량 강화’에 5년간 2조2000억 원을 투입할 방침이다. 2025년 고교학점제가 도입되면 일반고도 특목고·자사고처럼 다양한 교육과정을 제공할 것이라는 복안도 내놨다. 하지만 공립 일반고에 대한 불신을 극복하기에는 역부족이라는 반응이 나온다. 특목고와 자사고에 대한 선호현상은 ‘대입 실적’도 있지만, 일반고의 역량과 면학 분위기가 교육 당국 내에서 ‘황폐화’라고 표현할 정도로 악화된 상황도 반영하고 있다. 한 일반고 교사는 “아무리 많은 예산을 내려보낸들 선발 경쟁을 하지 않고, 쉽게 매너리즘에 빠질 수 있는 일반고가 학부모, 학생의 기대에 부응할 수 있을지 잘 모르겠다”며 “자칫하면 민족사관고처럼 잘하는 학교는 죽고, 일반고 수준은 그대로인 하향 평준화가 올 수도 있다”고 말했다. 실제 전국단위 자사고인 민사고의 경우 졸업생의 20%가 해외 대학에 진학하는데, 일반고로 전환돼 광역단위(강원도)로만 학생을 뽑게 되면 지금과 같은 결과를 내기 어렵게 된다.

특목고와 자사고가 사라지면, 강남 8학군 등 유명 사립고가 위치한 지역을 중심으로 쏠림현상이 강화될 거란 분석이 나온다. 임성호 종로학원하늘교육 대표는 “지역 내 명문학교로 부각되는 고교 유형별 격차가 일반고 간 격차로 모양만 바뀔 수 있다”며 “2025년에 고1이 되는 초등학교 4학년 이하 학생이 있는 가정에서는 명문 학군이나 명문고 인근으로 이사 가는 수요가 발생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유성룡 1318대학진학연구소장은 “정부가 최근 정시 비중 확대를 추진하겠다고 했는데, 대입이 정시 중심으로 간다면 사교육 환경이 좋고, 사립고가 많은 교육 특구로 몰릴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혈세 부담도 만만치 않다. 자사고 42곳의 일반고 전환비용만 5년간 7700억 원에 달하고, 사립 외고·국제고까지 포함하면 1조 원에 이를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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