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향우 한국의재발견 대표가 창덕궁에서 우리궁궐지킴이 활동에 관해 설명하고 있다.
이향우 한국의재발견 대표가 창덕궁에서 우리궁궐지킴이 활동에 관해 설명하고 있다.

 

 

경복궁이나 창덕궁에 가면 고운 한복을 입고 사람들 앞에서 궁궐에 얽힌 역사를 이야기하는 해설사를 쉽게 본다.

전각 기능과 연혁은 물론 궁에서 벌어진 다양한 사건을 흥미롭게 전하는 해설에 귀 기울이다 보면 자연스럽게 우리 문화재에 대한 관심과 애정이 커진다.

해설 프로그램은 각 궁이 운영하기도 하지만, 일부는 봉사자들의 자발적 참여로 이뤄진다. 자원봉사 해설을 하는 대표적 문화단체가 바로 '한국의재발견'이다.

올해는 겨레문화답사연합으로 1998년 발족한 한국의재발견이 '우리궁궐지킴이'라는 이름으로 궁궐 안내를 한 지 정확히 20주년이 되는 해다.

최근 창덕궁에서 만난 이향우(66) 한국의재발견 대표는 "우리가 궁궐지킴이라는 말을 만들었는데, 이제는 문화재에 지킴이라는 말을 많이 쓴다"며 "어느덧 20년을 채웠다는 사실이 뿌듯하다"고 감회를 밝혔다.

"저희 슬로건이 '공부해서 남 주자'입니다. 우리 문화유산에서 느낀 감동을 적극적으로 공유하자는 것이죠. 칭찬받고 싶습니다. 그럴 만하지 않나요."

한국의재발견은 2002년 단체 명칭을 현재와 같이 바꾸고, 덕수궁 선원전터 미국대사관 아파트 신축을 반대하는 운동을 벌였다. 2004년에는 사단법인으로 등록하고, 제1회 대한민국 문화유산상 봉사·활용 부문에서 대통령상을 받았다.

봉사자들이 해설하는 문화유산은 궁궐을 시작으로 종묘, 조선왕릉, 성균관, 사직단, 환구단으로 점점 확대했다.

고등학교 미술교사를 하다 1999년 명예퇴직한 이 대표는 이듬해에 한국의재발견에 발을 들였다. 국가로부터 녹을 받았으니 즐겁게 봉사할 수 있는 일을 찾아보자고 생각한 것이 계기였다.

이 대표는 "대학에서 미술사를 배웠는데, 아무래도 역사와 맞닿아 있다 보니 문화재를 좋아하기는 했다"면서도 "궁궐에 이렇게 빠질 줄은 정말 몰랐다"고 웃으며 말했다.

이어 "일부 외국인이 동양 문화 원류라고 하는 중국이나 정돈되고 깔끔한 분위기의 일본 문화유산과 우리 문화재를 비교해 볼거리가 별로 없다고 평가하는 것이 싫었다"며 "영어 해설을 하려고 학원에 다니기도 했는데, 외국인을 만나 재미있는 경험을 많이 했다"고 털어놨다.

 

그는 한국의재발견에서 활동하는 봉사자가 대략 500명쯤 된다고 했다. 그중에는 직장에서 정년퇴직한 어르신도 있고, 대학에 다니는 젊은 학생도 있다. 전공이나 좋아하는 분야도 제각기 다르다.

이 대표는 "봉사자들은 해설을 하더라도 각자 색깔이 나타날 수밖에 없다"며 "아무래도 잘 아는 부분을 자세하게 이야기한다"고 설명했다.

해설에는 개성이 묻어나지만, 해설에 임하는 자세에는 큰 차이가 없다. 이 대표는 그 이유가 회원들이 마음속에 품은 강한 자긍심에 있다고 봤다.

그는 "봉사자에게 가장 중요한 덕목은 성실성이어서 눈이 오든 비가 내리든 해설 시작 5∼10분 전에는 반드시 현장에 도착해야 한다. 교육 중에도 네 번 결석하면 바로 쫓겨난다"며 "교육 기간에는 문화재 지식뿐만 아니라 말씨, 몸동작, 해설하기 좋은 위치 등도 배운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회원들은 비록 전문적인 역사학자는 아니지만, 일반 관람객들이 어떤 점에 호기심을 가질지 고민하며 해설한다"면서도 "그렇다고 해서 야사를 말하지는 않고, 역사서에 나온 기록만을 소개한다"고 덧붙였다.

한국의재발견은 지난 9일 성균관대 컨벤션센터에서 우리궁궐지킴이 20주년 행사와 21기 수료식을 열었다. 성년을 맞이한 셈이지만, 살림은 여전히 넉넉하지 않다. 문화재청으로부터 받는 교육비 외에는 회원들이 내는 회비로만 운영한다.

"여기저기에 들어가는 돈이 많아요. 재정적으로 자립하고 싶은 마음이 있죠. 문화유산에 대한 관심이 더 커져서 후원금이 십시일반 모이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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