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하지 않는 국회' '최악의 20대 국회'라며 비난을 받고 있는 국회의원들의 세비가 내년에 2.1% 인상될 것으로 보인다. 국회가 세비 인상률을 스스로 정해 통과시키는 '셀프 인상'논란이 다시 불거질 전망이다.

27일 국회 사무처에 따르면 2020년 예산안에 올라가 있는 국회의원 수당과 활동비를 합한 총보수는 전년보다 293만원 오른 1억5469만원이었다. 수당은 공무원 공통처우개선율인 2.8%가 그대로 적용돼 1억472만원에서 1억765억원으로 늘어났다. 매월 의원들에게 지급되는 입법활동비와 특별활동비 등 활동비는 전년과 같은 연 4704만원으로 동결됐다.

지난해엔 '2019년 예산안'을 통과시키면서 국회의원 총보수를 전년 대비 1.2% 오른 1억5176만원으로 결정했다. 수당은 1억290만원에서 1.8%인 182만원 늘어난 1억472만원이었다. 활동비는 4704만원에서 멈췄다.

국회의원 수당은 2012~2017년까지 동결됐고 활동비는 2011년부터 오르지 않았다.

수당과 활동비가 동시에 동결된 기간은 2012~2017년까지 6년간이다. 2018년부터 수당이 오르면서 총보수도 같이 상승했다.

2018년 총보수는 전년 1억4733만원에서 1억4994만원으로 상승, 1.8% 늘어났다. 수당이 전년대비 2.6%인 261만원이 올랐다.

20대 국회들어 2016년에는 '2017년도 예산안'을 짜면서 기존의 관례대로 동결했지만 곧바로 2017년부터 3년연속 인상을 추진했다.


국회의원들은 겉으로는 '셀프 인상' 반대를 외치거나 인상 반납을 주장해왔다. 일각에서는 '세비 30% 삭감' 얘기도 나왔고 청와대 국민청원게시판에는 '국회의원 세비 인상 반대' 의견도 제기됐다.

국회의원 수당은 '국회의원 수당 등에 관한 법률'에 의해 '수당을 조정하고자 할 때에는 공무원보수의 조정비율에 따라 국회규칙으로 정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국회의원 수당 등에 관한 법률'에서는 '국회의장이 공무원 보수의 조정비율의 범위내에서 이를 정할 수 있다'고 돼 있다.

문제는 3년간 연속 국회의원 수당을 공무원임금 인상률에 맞춰 올리는 부분에 대한 국민들의 시선이 곱지 않다는 것이다. 파행 거듭과 함께 부실한 예산심사, 낮은 법안처리율 등으로 '일하지 않는 국회'로 낙인이 찍혀 있기 때문이다. 국회의원 보수를 외부인사들에 의해 정하게 하고 일하는 국회를 만들어 신뢰를 회복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정치개혁공동행동과 정의당이 같이 주최한 '국회개혁 필요성과 대안모색 토론회'에서 박원석 정의당 정책위의장은 "국회의원 수당에 관한 법률이 있으나 법은 규칙에 위임하고 규칙은 공개되지 않는 규정에 위임하면서 의장과 교섭단체들의 합의로 수당과 활동비를 마음대로 올릴 수 있게 돼 있다"면서 "국민들은 국회의원 세비가 얼마인지 알지 못하고 세비의 규모나 인상 여부는 연말 예산안 처리시 언론의 보도를 통해서 알려지고 있어 국민들의 의혹과 불신의 대상이 되어왔다"고 지적했다. 이어 "국회는 헌법기관들 가운데 유일하게 자기 월급을 자기들끼리 정하는 기관"이라며 "국회의원이 아닌 학계 법조계 언론단체 시민단체 등으로부터 추천받은 사람들로 구성된 국회의원보수산정위원회를 두고 여기애서 세비를 결정하게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 비과세 대상인 입법활동비, 특별활동비에 대해서는 '폐지'를 주장하기도 했다. 박 의장은 "국회의원들에게 지원하는 각종 지원비가 입법활동 등을 위한 것인데 별도 명목으로 월급처럼 지급하면서 비과세혜택까지 주는 것은 맞지 않다"고 지적했다. 박정은 참여연대 사무처장은 "국회의원 수당법 개정대신 국회의장의 규정개정으로 수당을 셀프증액해 온 관행은 매우 잘못된 것"이라며 "국회의원 수당을 비롯해 국회의원에게 지급되는 제반 비용을 책정하고 감시하는 독립적인 기구설치를 검토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제반 물가상황 등을 감안하면 국회의원들의 세비 인상이 무조건 잘못되었다고 비난하는 것은 적절치 않다. 하지만 현재의 국회가 보여주는 정략적인 정치갈등과 비생산적 활동 등을 감안하면 고액의 세비에 대한 국민들의 원성은 높아질 수밖에 없다. "차라리 무보수 봉사직으로 하면 국회의원직을 목숨 걸고 차지하려는 권력지향적 인물들이 줄어들 것이고 그것이 정치개혁으로 이어질 수 있다"라는 말까지 나오고 있다. 국회의원들이 입법활동을 제대로 하든 하지 않든 세비는 꼬박꼬박 지급된다. 또한 그것을 당연한 듯 의원들은 자기 주머니에 챙기고 있다. 이런 비상식적이고 비정상적인 정치문화를 반드시 바꿔야 한다. 296명 국회의원 가운데 비생산적인 의정활동에 책임을 지고 세비를 반납하겠다는 사람은 단 하나도 없다. 


 

저작권자 © 피처링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