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중보건의사들의 코로나19 직무교육.

 

 

신종 코로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으로 전국에 있는 한의사들이 대구를 돕겠다고 지원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한의사 70여 명이 대구 파견 근무를 지원했지만 무산됐다고 한다.
 
보건 당국은 한의사에게 검체 채취를 맡기는 것에 대한 법적 논란이 있다는 이유를 들었다. 한의사들은 “급박한 상황에서 양의·한의 간 직역 다툼이 일고 있다”고 반발하고 있다.
 

강원도 원주의 보건소에서 공중보건(공보) 한의사로 근무하고 있는 강병수 한의사는 최근 공보 한의사 72명과 함께 대구 파견 근무에 지원했지만 거부됐다. 이들은 중앙사고수습본부(중수본)가 지난달 23일 대구 지역의 코로나19 확산 방지를 위해 봉사할 의료진을 모집한다고 발표하자 검체 채취 업무를 돕겠다고 뜻을 모았다고 한다.
 
강 한의사는 4일 “대구 상황이 어렵다는 말을 듣고 저를 포함한 한의사들이 지원했다”며 “검체 채취 등 기본적인 업무는 한의사도 충분히 할 수 있는 일이다”고 말했다. 또 그는 “임상 경험이 없는 일반의들까지 파견을 받고 있는데 나는 전문의다”고 덧붙였다. 이들은 한의대 교육 과정에서 검체 채취 교육을 받는다는 이유를 들어 중수본의 거부 결정을 비판하고 있다.
 

대구·경북 등에서 코로나19 확산으로 의료 인력이 부족하자 보건복지부는 신규 공보 의사 742명을 조기 임용하고 5일부터 방역 현장 즉각 투입을 위한 교육을 하고 있다. 이에 대해 대한공중보건한의협의회는 “현장 의료 인력이 부족한 상황에서조차 한의사들은 배제되고 있다”고 주장한다.
 

“한의사도 의무·권리 있다”고 주장하는 최혁용 대한한의사협회장.
“한의사도 의무·권리 있다”고 주장하는 최혁용 대한한의사협회장.

 

 

편수헌 공보한의협회장은 “한의사들이 현장에서 침을 놓고 한약 처방하겠다는 게 아니고 검체 채취 업무를 하겠다는 건데 이조차 사실상 거부됐다”며 “경남 하동군 보건소에서 검체 채취 업무를 한의사인 내가 하고 있고, 경기도 일부에서도 한의사 공보의가 같은 업무를 수행하고 있다”고 했다.
 
편 회장에 따르면 하동군에서는 한의사 3명이 선별진료소에서 검체 채취 업무를 담당하고 있다. 이 주장에 대해 보건복지부는 “한의사 검체 채취 업무 범위에 대해서는 법적인 논란이 있어 일률적으로 검체 채취 업무에 투입하기 어려운 상황이다”며 “지자체에 따라 역학조사관으로 활용하는 등 지역 보건소의 실정에 맞게 인력을 운용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5일 대구 상인동 일대에서 군 장병들이 코로나19 방역작업을 하고 있다.
5일 대구 상인동 일대에서 군 장병들이 코로나19 방역작업을 하고 있다.

 

 

감염병의 예방 및 권리에 관한 법률(감염병예방법)에 따르면 의사·치과의사·한의사는 모두 감염병 환자 진단에 대해 소속 기관의 장과 보건복지부 장관에게 신고할 의무가 있다. 의사 출신인 박성민 변호사(법무법인 평안)는 "의료법에는 각 의료인별로 어떤 의료행위를 할 수 있는지 명확히 구분돼있지 않고, 한의사가 검체 채취를 할 수 없다는 조항도 없다"고 설명했다.
 
강연석 원광대 한의학과 교수는 “흔히 말하는 ‘밥그릇 싸움’이 심각한 국가 재난 상황에서도 일어나고 있는 것이다”며 “모든 인적·물적 자원이 공공 취지에 맞춰서 활용돼야 하는 때지 직역 다툼을 할 때가 아니다”고 지적했다. 한편 대한의사협회 관계자는 "복지부에서 한의사 면허의 범위나 현장의 현실적인 상황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서 내린 결정인 것 같다"며 "단순히 검체 채취하는 것 외에도 비말·접촉 주의 등 현대의학상 감염관리 개념을 한의사가 의사와 동일한 정도로 알고 있을지는 의문이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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