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렉산드르 루카셴코 벨라루스 대통령. (사진=KBS 캡처)

 

"사우나에 가라. 주 2∼3회가 좋을 것이다. 나올 때는 손만 씻지 말고 보드카 100g을 들이켜 속까지 씻어내라."

피곤해 보이는 동료에게 건네는 평범한 직장인의 농담처럼 들리겠지만 실은 한 나라의 대통령이 950만 국민에게 제안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예방대책이다.

동유럽 국가 벨라루스의 알렉산드르 루카셴코 대통령 이야기다.

폴란드, 러시아 등 이웃국들이 코로나19 감염 확산을 우려해 국경을 걸어 잠그고 대규모 격리 조처를 시행할 동안 그는 코로나19를 "광란이자 정신병"이라고 부른다.

지난 28일(현지시간) 워싱턴포스트(WP)는 전 세계 지도자들이 코로나19에 대한 공포로 엄격한 폐쇄·통제 조처를 도입하는 와중 별다른 위기의식을 드러내지 않는 루카셴코 대통령의 대응 방식을 소개했다.

현재 벨라루스에서는 각종 상점, 술집, 식당, 교회 등이 정상 운영 중이다.

영화관은 신작을 홍보하고 있으며, 축구 리그도 유럽에서 유일하게 일정을 강행하고 있다. 28일 민스크에서 열린 축구 경기에는 상의를 벗은 채 열광하는 관중들의 모습도 포착됐다.

 

벨라루스의 프로축구 개막경기를 보러온 관중들은 마스크를 거의 쓰지 않았다. (사진=SBS 캡처)

 

 

프로축구 경기가 스페인에서 코로나19가 갑작스럽게 창궐한 원인으로 지목되는 등 대규모 행사를 통한 코로나19 유행 우려가 제기되지만 벨라루스 연맹은 개의치 않는 모습이다.

이는 코로나19 확산 차단을 위한 그 어떠한 조처도 거부하고 있는 루카셴코 대통령의 태도와 무관치 않다.

지난 28일(현지시간) 벨라루스 수도 민스크의 한 축구 경기장에 모여든 관람객 모습. [EPA=연합뉴스]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에 따르면 30일(한국시간) 오전 9시 기준 벨라루스의 코로나19 확진자 수는 94명에 이른다.

하지만 지난 27일 루카셴코 대통령은 한 건축 자재업체를 방문한 자리에서 코로나19 사태에 관해 "이 정신병은 전 세계 거의 모든 국가의 경제를 마비시켰다"라고 말했다.

코로나19 확산이 실체가 없는 정신질환 증세라는 것이다.

앞서 지난 19일에는 우크라이나, 폴란드, 러시아 등 이웃한 5개국이 국경을 폐쇄한 것에 대해 "완전히 바보 같은 짓"이라고 비난을 퍼붓기도 했다.

3일 전인 지난 16일에는 바이러스에 대해 걱정하는 대신 밖으로 나가 밭일을 해야 할 때라고 말했다.

그는 "사람들이 경운기를 타고 일하고 있다. 아무도 바이러스에 관해 얘기하지 않는다"라며 "경운기가 모두를 치료하고 할 것이다. 밭이 모두를 치료한다"라고 발언해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서 우스갯거리가 됐다.

코로나19 사태의 심각성을 과소평가한 '포퓰리스트 지도자'는 루카셴코 대통령만이 아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사태 초기에 확산이 "매우 잘 통제되고 있다"고 말했으며, 자이르 보우소나루 브라질 대통령은 코로나19는 그저 "가벼운 독감"에 지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루카셴코 대통령은 코로나19 확산 방지를 위한 전 세계의 전략을 무시하는 정도가 이들과는 또 다른 수준이라고 WP는 꼬집었다.

외교 싱크탱크인 카네기 모스크바센터의 정치 분석가인 아르템 슈라이브만은 "루카셴코 대통령의 주된 생각은 공포가 바이러스 자체보다 더 위험하다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어 "그는 코로나19 관련 논쟁에서 확실히 트럼프 대통령 쪽에 있는데, 아무런 제한 조처를 하지 않는다는 점에서 트럼프 본인보다 더 트럼프 같다"고 평가했다.

루카셴코 대통령의 이런 대처법에 대해 이웃 강국 러시아 역시 우려하고 있다고 WP는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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