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 유력 경제지에 실린 한국 코로나19 사태 관련 기사들. (사진=레제코지 캡처)
프랑스 유력 경제지에 실린 한국 코로나19 사태 관련 기사들. (사진=레제코지 캡처)

 

프랑스 유력 경제지에 “한국은 감시·고발에 있어 세계 둘째가는 나라”라는 뜬금없는 주장이 등장해 논란을 빚고 있다. 자국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 억제에 대해 이야기하다가 갑자기 한국이 진행하는 확진자 동선 추적을 비난한 것이다.

문제의 내용은 프랑스 경제지 레제코 온라인판에 지난 6일 실린 ‘코로나바이러스와 동선 추적: 개인의 자유를 희생시키지 말자’라는 제목의 독자투고에 실렸다. 기고자는 비르지니 프라델이라는 이름의 현지 변호사다.

그는 글을 시작하면서는 프랑스 정부의 안일한 상황인식과 태도급변을 비판했다. 코로나19 사태 초기였던 지난 1월 보건 당국이 “바이러스가 유입될 위험이 거의 없다”고 선언했으나 불과 두 달 만에 “우리는 코로나19와 전쟁 중”이라는 대통령 발언이 나왔다고 꼬집었다.

그러면서 “한국은 정부가 신속하게 마스크 착용을 권장하고 전국에 ‘드라이브 스루’ 선별진료소를 설치해 대규모 검사를 한다”며 “이와 반대로 프랑스 정부는 시민은커녕 의료진을 위한 마스크도 확보하지 못했다”고 질타했다.

한국 발 빠른 대응을 언급하던 글이 갑자기 방향을 튼 건 이 다음부터다. 프라델은 “그러나 한국의 환자 동선 추적과 유사한 방식을 프랑스가 검토하는 것에 반대한다”며 “한국과 대만이 추적 장치를 마련한 것은 불행한 결과이며 프랑스 정부는 국민이 이런 상황을 겪지 않도록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심지어 한국은 본보기가 아니라고 말하며 ‘최악의 국가’라는 표현까지 덧붙였다.

이어 한국 사회상을 자국과 비교하며 비난하기도 했다. 그는 “한국은 감시·고발에 있어 세계 둘째가는 나라로 수천명의 한국인이 학원에서 이런 기술 훈련을 받는다”며 “담배꽁초부터 간음까지 타인을 밀고해 돈을 번다”고 썼다. 그러면서 “다행히 프랑스는 이런 나라들과 다르다”며 “그들은 개인의 자유를 오래전부터 경시해왔다. 물론 그런 자유가 존재했었더라면 말이다”라고 비하했다.

이 글이 공개되자 프랑스 교민사회에서는 공분이 일어났다. “근거 없는 편견에 가득 찬 매도”라며 프라델의 개인 이메일과 트위터 계정을 공유하며 항의 메일 보내기 운동이 펼쳐지기도 했다.

한국 정부도 유감을 드러내며 대응에 나섰다. 주프랑스한국대사관은 레제코 측에 항의한 데 이어 주프랑스한국문화원장 명의로 된 정식 반박 기고문을 보냈다. 한국이 코로나19 대처를 위해 국민적 합의를 거치고 관련 정책을 민주적 절차에 따라 투명하게 집행하고 있다는 내용이다. 그러나 레제코 측은 이 기고를 아직 게재하지 않고 있다.

주불한국대사관도 “프랑스 언론 보도에 일일이 대응하지는 않는다”면서도 “해당 글은 프랑스에서 여론의 반향이 거의 없는 내용이지만 왜곡이 심각하다고 판단해 적극적으로 반박했다”고 밝혔다.

특히 대사관측은 "이것이 레제코紙의 정식 기사 또는 영향력 있는 인사의 칼럼이 아니었고 반향이 거의 없기는 하였으나 내용이 너무 왜곡되어 대사관은 즉각 이를 반박하는 기고문을 동 신문사에 전달하고 이를 게재해 줄 것을 요청하였다. 최근 프랑스 최대 민영방송인 TF1이 한국의 코로나 대응에 대한 특집 보도를 하였고, 이어 페이스북에 게재된 동 보도의 조회 수가 235만 건에 이를 정도로 프랑스 국민들의 한국의 코로나 대처에 대한 평가는 매우 높다. 그리고, 코로나 사태 이후 한-프 양국은 방역 협력은 물론 아프리카 지역 우리 국민들의 파리 경유 귀국 지원 등 여러 사안에 있어 긴밀히 협력하고 있음을 알려드린다"라는 입장을 덧붙였다. 


프라델의 글 외에도 코로나19 사태 초기 현지에서는 한국의 감염자 동선 공개를 두고 비판의 목소리가 있었다. 그러나 프랑스 내 확진자와 사망자 수가 급증하는 반면 한국은 바이러스 확산을 성공적으로 차단하자 최근에는 “한국을 모델로 삼아야 한다”는 주장이 등장하고 있다.

프랑스 양대 일간지 중 하나인 르 피가로가 지난 9일 공개한 레지스 아르노 기자의 칼럼에는 “한국의 방식을 사생활 침해로 치부한 프랑스가 뒤늦게 기본권인 통행의 자유까지 제한하면서도 바이러스 확산을 막지 못했다”며 “오만방자하다”는 내용이 담겼다. 또 “한국은 민주주의를 위해 비싼 대가를 치르며 싸운 나라”라며 “통행의 자유를 제한한 지금 당신들이 사생활 침해를 운운한 것을 기억하느냐”고 지적했다.

현재 프랑스는 지난달 17일 필수적 사유를 제외한 이동과 여행을 전면 금지했다. 식료품점과 약국 외의 상점 영업도 중단시킨 상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코로나19 확진자는 13만명에 육박한다. 사망자는 1만3000명을 넘겼다. 코로나19 치명률 역시 프랑스는 10.6%로 한국의 5배가 넘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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