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게 문 닫고 의료 자원봉사…코로나 사태 속 자영업 영웅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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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게 문 닫고 의료 자원봉사…코로나 사태 속 자영업 영웅들
  • 최우리 기자
  • 승인 2020.04.18 10: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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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료봉사를 위한 휴점 공지와 봉사 중인 김청미씨. (사진=김청미씨 인스타그램 캡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경제에 미친 충격에 신음하면서도 자신보다 어려운 이들을 위해 발 벗고 나선 자영업자들이 있어 화제다.

서울 중랑구에서 마카롱 전문점을 2년째 운영 중인 김청미(34)씨는 지난달 조리복을 벗고 의료용 방호복을 입었다.

마카롱 가게를 시작하기 전 10년간 간호조무사로 노인 요양 병동과 정형외과 수술실에서 근무했던 김씨는 대구·경북 지역에서 코로나19 환자가 쏟아져 나오던 지난 2월 말께 가게를 잠시 쉬고 코로나 극복에 힘을 보태야겠다고 결심했다.

텔레비전에서 대구 지역 한 의사가 "도와달라"고 읍소하는 모습을 보고 도저히 생업에만 열중할 수 없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그길로 보건복지부에 전화해 의료 봉사를 문의하자 요양병원 집단 감염으로 노인 간호 인력이 턱없이 부족하던 터라 가능하다는 답변을 받았다.

지난달 9일 경북 안동의료원으로 출근해 같은 달 29일까지 근무한 뒤 포항의료원으로 옮겨 지난 13일까지 의료 봉사에 임했다.

김씨는 과거 경력을 살려 주로 노인 확진자들을 보살피는 일을 했다.

그는 17일 연합뉴스와 통화에서 "치매를 앓거나 누워서 지내는 환자가 대부분이라 병동은 거의 전쟁터라고 할 수 있을 정도"라며 "방호복을 입은 채 대소변을 받아내고 체위를 바꿔드리는 등 노인 환자의 손과 발이 되는 일을 했다"고 전했다.

치매를 앓는 확진자가 많다 보니 식사를 돕는 간단한 일에도 큰 주의가 필요했다. 치매 확진자가 마시던 물을 밥을 먹여주던 의료진 머리 위에 붓는 바람에 바로 자가격리에 들어간 사례도 있었다.

김씨는 "그래도 가끔 정신이 돌아온 환자들이 '고맙습니다'라고 말하던 목소리가 아직도 귓가에 맴돈다"면서 "코로나19 때문에 가족도 만나지 못하고 그리워하던 모습에 마음이 아팠다"고 했다.

그처럼 전혀 다른 직종에 종사하다 의료 봉사를 온 사람은 현장에서 만나지 못했다고 했다.

그러나 의료 봉사자 대부분이 봉사를 위해 자발적으로 다니던 병원을 그만두거나 무급 휴가를 받아 코로나19와 전쟁에 뛰어든 경우가 많았다고.

현재 의료 봉사를 마치고 자가격리 중인 김씨는 두 달 간 밀린 임대료 등에 대해 "이미 각오하고 떠났기 때문에 괜찮다"면서 "앞으로 코로나 사태와 같은 일을 또 겪을지 모르겠지만 그때도 똑같이 다 두고 봉사를 떠나겠다"고 다부지게 말했다.

그가 마카롱 매장 문을 닫고 의료 봉사를 떠난다는 공지와 방호복을 입은 사진 등을 올린 인스타그램에는 많은 누리꾼이 응원과 감사의 댓글을 달았다.

인천의 한 음식점도 끼니를 때우기 힘든 노인들을 위한 무료 배식에 나서 지역 인터넷 카페를 훈훈하게 달구었다.

 

유민수씨 선행에 대한 지역 인터넷 카페 글. (사진=박현숙씨 제공)
유민수씨 선행에 대한 지역 인터넷 카페 글. (사진=박현숙씨 제공)

 

인천시 청라국제도시에서 소고기 전문점을 운영하는 유민수(65)씨는 지난 2월부터 인근 독거노인에게 하루 설렁탕 30그릇씩 한 달에 1천 그릇을 무상으로 제공하고 있다. 코로나19로 경로당이 폐쇄돼 끼니를 해결하기 어려운 노인이 늘었다는 소식을 듣고서다.

유씨는 "음식 장사를 30년 했지만 코로나 사태가 닥친 지금이 제일 힘들긴 하다"면서도 "나도 이제 은퇴가 머지않았는데 이때 아니면 언제 좋은 일을 할까 싶어서 결심했다. 음식 재료가 빨리 회전되니 장사에도 도움이 된다"고 호탕하게 웃으며 말했다.

이 지역 주민 박현숙씨는 "이런 이야기들이 세상을 따뜻하게 만들어주고 코로나로 인해 많이 지치고 화가 난 마음을 달래주는 것 같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