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 4월 현역 육군 중사의 음주 뺑소니로 사망한 고 김신영(33)씨의 생전 모습(왼쪽)과 가족 사진.



음주운전으로 사망사고를 낸 뒤 뺑소니까지 친 현역 중사가 징역 8년의 중형을 선고받았다. 가해자 육군 중사는 지난 7월 18일 육군 수도방위사령부 보통군사법원에서 도로교통법(음주운전) 위반 혐의와 특정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도주차량 운전자의 가중처벌) 등에 따라 징역 8년형을 선고받았다. 대법원이 ‘차량사고 후 도주죄’에 권고하는 양형기준이 4~6년을 고려하면 높은 형량을 선고한 것이다. 군 검찰은 징역 15년을 구형했었다. 그런데 이 음주운전자 뺑소니 사망 사고에 얽힌 피해자 가족의 사연이 사람들의 가슴을 더 아프게 하고 있다. 


피해자 김신영(33)씨는 인터넷 설치기사였다. 그는 기타리스트의 꿈도 키우고 있었다. 능력도 뛰어나서 다른 사람들의 노래공연 때 연주도 도맡아 하곤 했다. 그리고 단란한 가정의 가장이었다. 33개월된 아들과 함께 행복한 가정을 꾸리고 있었다. 사고가 나던 날은 일요일이었다. 휴일임에도 인터넷 고장 신고를 받고 수리를 하러 가던 길이었다. 김씨는 온몸이 골절되고 장기도 파열돼 수차례 수술을 받다가 사고 13일만에 숨지고 말았다. 사고 당시 김씨의 작업복은 곳곳이 찢어지고 피로 물들어 있었다. 김씨의 몸이 20m 거리까지 튕겨 나가면서 신발 한짝은 끝내 찾지도 못했다고 한다. 


가해자 육군 중사는 사고 전날 서울 마포구 홍익대 근처에서 밤새 술을 마신 뒤 운전대를 잡았다. 좌우로 흔들리는 장씨의 차를 순찰중이던 경찰이 발견했고, 정지 명령을 내렸지만 그는 시속 100km가 넘는 속도로 도주를 시작했다. 그의 질주는 마포구 성산초교 앞 교차로에서 신호를 무시한 채 질주했고 김씨를 들이받고 말았다. 가해 차량은 사고 이후에도 도주를 계속하다 약 400m 떨어진 건물에 충돌하고 나서야 멈췄다. 당시 그의 혈중알코올농도는 0.07%로 면허정지 수준이었다. 사고를 당한 김씨는 오른팔을 제외한 전신이 골절됐고 뇌를 비롯한 여러 장기에 출혈이 발생했다. 이대목동병원으로 긴급 이송된 김씨는 수차례 수술을 받았지만 사고 13일 만에 4월1일 숨을 거뒀다.


당시 가해 차량에는 운전자인 장씨 외에도 사고 전날 클럽에서 만난 여성 임아무개(24)씨가 있었다. 이들은 현장에서 긴급 체포됐다. 유족이 공개한 차량 블랙박스 영상 녹취록에는 이들의 대화가 고스란히 담겼다. 임씨는 장씨가 음주상태에서 운전을 하려고 하자 “너 술 마셨잖아” “(운전대) 똑바로 잡아”라고 말한다. 경찰이 지난해 4월 발표한 음주운전 처벌 강화 방침에 따르면 △음주운전을 할 것을 알면서도 차 열쇠를 제공한 자 △음주운전을 하도록 권유 및 독려한 동승자 등은 음주운전 방조죄에 해당한다. 경찰은 4월17일 임씨를 음주운전 방조 혐의 기소의견으로 검찰에 송치했지만, 검찰은 증거가 불충분하다면서도 별다른 보강 수사를 지휘하지 않고 사건 송치 하루 만에 무혐의로 사건을 종결했다. 


이때 유가족은 경황이 없어 사건처리가 어떻게 진행되는지도 잘 몰랐다고 한다. 김씨의 아내는 "유가족인 나에게 사건 진행 등에 대해 알려주거나 제대로 전달해준 사항이 없다. 음주운전 방조죄 성립이 가능하다고 알고 있는데 너무 빨리 혐의없음으로 사건이 종결됐다. 대법원에 진정서를 제출한 상태다. 어떻게 피해자 유가족이 직접 발벗고 나서서 알아봐야 하는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당시 수사를 담당했던 경찰 관계자는 “현행 음주운전 방조죄 적용은 동승자의 적극적 기여·권유가 기준이 된다. 이번 사건의 경우, 운전을 적극 말리지 않은 것만으로도 혐의가 있다고 보고 기소 의견으로 사건을 송치했으나 결과적으로 불기소 됐다. 유족과 관련해서는 안내와 설명이 미진했던 부분이 있었던 점 죄송하게 생각한다”고 말했다.


재판에서 군 검찰은 “피고인은 2주간의 키리졸브 훈련 기간 중 부대 인근에 대기해야 함에도 위수지를 이탈해 홍대 인근에서 밤새 술을 마셨다. 클럽에서 만난 여성에게 자랑할 의도로 여성을 차량에 탑승시켜 음주 상태로 운전을 했고, 경찰의 정지 명령을 듣고도 오히려 인도나 반대 차로를 이용하고, 신호를 위반해 과속을 일삼으며 도로 위의 위험을 가중했다. 도주 중 피해자를 발견하고도 일말의 주저함도 없이 충격하고 그대로 도주했다. 차량이 고장 나서 더는 도주하지 못했을 뿐이지 사람을 친 사실을 알면서도 자신이 도망가는 것만을 생각했다. 사실상 미필적 고의에 의한 살인에 가깝다고 할 수 있다”라며 15년 구형 사유를 밝혔다. 


이에 재판부는 평소 형량보다 높은 징역 8년을 선고했다. 재판부의 선고를 들은 순간 김신영씨의 유족들은 슬픔을 이기지 못하고 오열했다. 비록 양형기준보다는 높은 형량이 선고됐지만, 남편이자 아빠, 아들을 잃은 가족에게는 한없이 모자란 숫자였다. 김씨의 어머니는 피해자 부부의 세 살짜리 아들 이름을 부르며 몸을 가누지 못했다. 아내 조씨는 “가해자가 10년을 살든, 20년을 살든 제 남편은 살아 돌아오지 않아요. 20대인 그가 형을 다 살고 나와도 여전히 30대일 거에요. 음주운전은 살인으로 이어진다는 점을, 사람들이 꼭 깨달았으면 해요.”


한 단란한 가정의 가장은 누군가가 마신 '죽음의 술' 때문에 졸지에 불귀의 객이 되고 말았다. 가족들은 평생을 그 아픔과 싸우며 살아야 한다. 하지만 그를 죽인 범인은 만기출소를 해도 여전히 30대다. 피해자 가족은 남은 생을 고통속에 보내야 하고, 그 범인은 출소 뒤 인생을 편안하게 살아갈 것이다. 



▲ 사고 당시 김신영씨가 탔던 오토바이.



온라인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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