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의 상징 가운데 하나가 바로 '영어'다. 그들 언어에 대한 자부심은 상상을 초월한다. 아직도 '퀸즈 잉글리시'라는 말은 전통과 자부심의 상징처럼 전해져온다. 여왕이 쓰는 최고 상류층 귀족들만의 언어 스타일을 일컫는다. 영국인들은 특히 미국인들의 굴리는 '연음' 발언을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 코메디에서 종종 패러디 소재로도 쓰일 정도로 가벼운 미국 발음에 대한 시선도 곱지 않은 편이다. 


그래서 ‘고상한’ 영어의 본고장인 영국에선 어떤 단어가 더 ‘상류층(upper class)’스러운 표현인지에 대한 논란이 끊이지 않는다. 대표적으로, 상대방의 말을 못 알아들었을 때에 한 번 더 말해달라고 부탁하는 표현인 ‘Pardon?’ ‘Beg you a pardon?’은 하류층(lower class)이 쓰는 표현으로 분류된다.





1950년대에 나와 아직도 상류층에서 지키는 고전적인 단어·표현 용례집을 보면, ‘Pardon!’은 비 상류층(non-U)이 ①상대의 말을 못 알아들었을 때 ②복도에서 몸이 부딪혔을 때 ③재채기나 트림을 했을 때 쓴다. 상류층은 ①의 경우엔 ‘What?’ (뭐라고요?) ②의 몸이 부딪힌 상황에선 ‘Sorry!’라고 말하고 ③의 민망한 상황에서 침묵으로 무대응한다. 물론 상류층 부모들은 자녀에게 ①의 상황에선 “What did you say?(뭐라고 말씀하셨어요?) ② “I’m frightfully sorry(대단히 죄송합니다)”와 같이 정중하게 말하도록 가르친다.


하지만 최근 영국 ‘상류층 교과서’라 불리는 패션·라이프스타일 잡지인 ‘태틀러(Tatler)’는 상대방의 말을 못 알아들었을 때 쓰는 ‘Pardon!’을 ‘고상하고 예의를 갖춘’ 표현으로 ‘인정’했다고, 2일 영국 데일리메일이 보도했다.


‘Pardon’에 대한 논란이 시작된 건 1955년, 소설가 낸시 밋퍼드(Nancy Mitford)’가 ‘영국의 귀족성(The English Aristocracy)’이라는 제목의 에세이를 낸 후부터다. 낸시 밋퍼드는 주로 영국과 프랑스 상류층을 다룬 소설을 냈고 에세이집 ‘노블리스 오블리제’의 편집을 맡았다.



▲ 영국 상류층 교과서로 불리는 패션 스타일 잡지 태틀러.



그는 이 에세이에서 당시 언어 관행을 따져 ‘Pardon’을 ‘non-U(비상류층)’ 표현으로, 또 미국에선 오히려 무례하게 들리는 ‘What’을 ‘U(상류층) 표현’으로 구분 지었다.


당시에도 교사나 유모들은 애들에게 친절하고 정중한 말인 ‘Pardon’을 사용하도록 가르쳤지만, 귀족층 부모들이 이에 질겁을 했다고 한다. 하지만 이젠 영국 상류층이 보는 잡지에서도 ‘Pardon!’의 사용을 권장한 것이다.


이 사교잡지는 오히려 “‘What?’은 상대방에게 뺨을 맞거나, 한 소리 들을 만한 표현”이라고 꼬집었다. 또 “아이들의 경우 ‘What?’이 정중한 말투로 나오기가 어렵다. 굉장히 반항적이고 천박하게 들릴 것”이라고 주장했다.


상류층 집안에선 ‘What’이 옳은 표현이라고 배우지만, 실제로 말할 땐 신중해야 한다고. 자칫하면 ‘오만한 녀석’으로 보일 수 있다고 경고했다.


이 잡지는 상대의 말을 못 알아들었을 때에 ‘Pardon’이란 표현이 끝내 어색한 사람이라면, 미국인처럼 ‘Sorry(죄송합니다만)?’과 ‘Eh(네)?’, ‘Could you repeat that(다시 한 번 말씀해주시겠어요)?’ 를 사용할 것을 추천했다. 잡지는 ‘Excuse me(실례합니다)?’는 괜찮은 표현이지만, 다소 과장된 말로 들릴 수 있다고 말했다.


온라인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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