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프레스 센터 요원 여러분! 여기는 평양 고려 호텔 프레스 센터입니다.”


2000년 남북 정상회담. 뜨거웠던 6월의 취재 현장. 평양에서 서울로 보낸 마지막 팩스는 이렇게 시작하고 있다.



▲ 2000년 6월 15일 남북정상회담 당시 평양 취재진이 서울로 보낸 마지막 팩스


당시 남북 정상회담을 취재하기 위해 청와대 출입기자 위주로 꾸려진 남측 취재단은 평양 고려호텔에 짐을 풀었다. 

역사적인 남북 정상간 첫 만남을 취재하는 최전선의 기자들이었다.


그들의 팩스를 받는 곳은 서울 롯데호텔에 차려진 대규모의 미디어 룸.


커다란 프레스 센터에는 대한민국과 세계 유수의 언론사의 취재 데스크, 방송 부스, 영상 수신과 송출을 위한 기계 장비들. 이 모든 것은 평양에서 특별취재단이 보내는 기사와 영상을 받기 위해 늘 스탠바이 상태였다.


또한 대한민국 100여개 언론사에서 나온 기자 550여명과 세계 유수 언론사 142개사의 390여명의 기자들도 긴장 속에 기다림을 이어가고 있었다.




1천 여명의 기자들이 기다리는 건 평양에서 날아오는 팩스.


평양에 간 취재진들이 남북 핫라인을 통해 개설된 팩스로 남쪽에 보내는 팩스 한 장 한 장은 역사적 남북 정상 회담 현장 취재의 모든 것이자, 각종 해설과 분석 기사의 시발점이었다. 대한민국 모든 언론사들이 그들의 팩스를 애타게 기다렸고, 전 세계 방송들은 그들이 보내는 현장 영상을 받느라 뜬눈이었다.


“2박 3일은 참으로 길었습니다. 이곳 보다는 서울 프레스 센터가 더 힘들었다고 속짐작만 해 봅니다. 하지만 훌륭한 방문 성과로 그 모든 피곤함을 잊을 수 있었으리라 감히 생각해 봅니다.”


그리고 이어진 문구. 


“평양 고려호텔 프레스 센터에서 마지막으로 보냅니다. 끝” 


당시 취재는 위의 문구로 막을 내렸지만, 2000년 남북 정상회담 이후 10여 차례의 남북 장관급 회담, 20차례의 이산가족 상봉, 남북 경추위 회담과 적십자 회담 등 각종 회담과 교류가 2000년대 초반 한반도에서 계속 이어졌다.


필자는 당시 서울 프레스 센터에서 6.15 정상회담에 대한 기사 작성과 보도를 담당하고 있었다. 지난 20여년 간 각종 회담과 남북관계 및 한반도 관련 취재 활동을 되돌아보면 그 때 만큼이나 흥분되고 짜릿한 취재는 없었던 것 같다. 당시 현장 기자들이 언급한 ‘훌륭한 방문 성과’는 이후 남북관계와 한반도 정세에 의해 더 빛이 나기도 하고 또 희석되기도 했다.   


남북이 갈라진 채 존재하는 한 한반도 평화와 통일에 대한 염원은 끝나지 않을 것이다. 그리고 남북관계와 주변국간의 관계, 우리 생활에 미칠 영향에 대한 취재와 분석도 이어질 것이다. 앞으로 쓰게 될 취재 에피소드와 작은 생각들이 평화와 통일에 조금이나마 기여할 수 있기를 희망해 본다. 


김연/통일전문기자

김연 통일전문기자는 공중파 방송국에서 기자로 활동하며 10여년동안 주로 남북관계와 한반도 이슈를 취재했다. 지금은 모 방송국에서 일하면서 북한정세와 남북관계 관련 연구도 활발히 하고 있다. 인동의 시절에 꽃피는 봄을 준비하는 마음으로 남북관계와 통일의 이야기를 풀어나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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