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행장에서 미사일을 쏜 북한 김정은...순안비행장의 추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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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행장에서 미사일을 쏜 북한 김정은...순안비행장의 추억
  • 성기노
  • 승인 2017.08.31 09: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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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구글어스에서 본 평양 순안비행장의 전경. 사진=VOA



북한이 8월 29일 새벽 중거리 탄도 미사일을 일본 머리 위로 날려보냈다. 자신들이 주장하는 화성-12형 탄도미사일이다. 태평양 지역에 떨어졌고 8월 중순에 밝힌 것처럼 괌 타격을 염두에 둔 미사일 발사다. 북한은 김정은이 현지에서 이 발사를 지도했다면서 “침략의 전초기지인 괌도를 견제하기 위한 의미심장한 전주곡”이라고 나름대로의 의미를 부여했다. 또 일본 상공으로 쏜 것에 대해서는 일본에 나라를 잃은 경술 국치일을 맞아 “일본 섬나라 족속들이 기절초풍할 대담한 작전”을 펼친 것이라고도 했다. 미국과 일본을 동시에 겨냥한 것이라는 걸 분명히 한 것이다.


하지만 무엇보다도 필자의 눈길을 끈 것은 미사일을 쏜 지역이다. 자신들의 국제 관문인 평양 공항 바로 그 순안 비행장에서 중거리 탄도 미사일을 쏜 것이다.


필자에게 순안 비행장(평양공항) 세가지 표정으로 기억된다.


① 순안 비행장에서 북녘산하를 바라보던 DJ






2000년 6월 13일 오전 10시 33분. 평양 순안 비행장은 엄청난 환호성에 갇힌다. 김정일 위원장이 김대중 대통령을 맞이하기 위해 공항에 나타난 것이다.


10시 37분. 남한에서 온 특별기의 문이 열리고 김대중 대통령이 북한에 첫 모습을 드러냈다.


DJ는 트랩 위에서 한참이나 북녘 산하를 바라보며 감회에 젖는다.


그리고 트랩을 걸어 내려와 김정일 위원장과 악수를 나눈다.


분단 55년만의 남북 두 정상이 처음으로 만나는 역사적인 순간.

바로 그 순안 비행장이다.


② 비행기 계류장에서 추위에 떨며 낙오된 100살 유두희 할머니


2000년 11월 30일. 2차 이산가족 상봉을 위해 도착한 남측 방문단. 그 가운데에는 휠체어에 의지한 당시 100세 유두희 할머니도 있었다. 아들 신동길씨를 만나기 위해 백순의 노모는 힘든 여정도 마다하지 않았다.


그런데 비행기에서 내린 이후 문제가 생겼다. 비행기까지의 안전은 남측 동행 안내원이, 순안 비행장에서부터는 북측 요원들이 연로한 이산가족을 안내하기로 합의됐는데 비행기 계류장은 남과 북 어디서 담당해야 하는지를 명확히 하지 않은 것이다.


남측에서 동행한 안내원들은 비행기 내부까지로 활동반경이 정해졌고, 북측 안내원들은 공항 청사부터 이산가족을 인계받기로 돼 있어서, 비행기가 착륙한 계류장의 광활한 공간에 대한 책임 소재가 불분명한 것이었다.


동짓달 북녘 삭풍에 거동이 불편한 당시 최고령 이산가족 유두희 할머니는 휠체어에 의지한 채 덩그러니 계류장에 남겨진 신세가 됐다. 그렇게 몇 분간 남북 사이에 책임 구역 실랑이가 오고가다 결국 동행한 기자단이 유 할머니 휠체어를 밀고 또 들고 해서 순안 비행장(평양 공항) 청사로 들어갔던 기억이 난다.


바로 그 순안 비행장이다.


③ “평양 생각하면 화가 나“


북한과 베트남. 많은 부분에서 닮아 있지만 또 다른 국가이다. 2001년 초 베트남 호치민(과거 사이공)에 취재차 간 적이 있다. 호치민 시의 관문인 탄손넷 국제 공항. 입국심사를 마칠 즈음 동행했던 한 기자가 불쑥 한마디 던졌다.


“베트남 공항에는 에스컬레이터도 있네”

“왜 그래?”

“선배, 평양 순안 비행장에는 (에스컬레이터가) 없었잖아”


2000년 이산가족 상봉행사 때 평양에 함께 갔던 기자의 말이다.

“그래서 화가 나…평양 생각하면” “왜?”


“베트남도 북한처럼 식민 지배를 받았고 미국과의 전쟁도 했어. 북한은 한국전쟁 3년을 겪었지만 베트남은 그것의 5배나 긴 기간 동안 전쟁을 했어. 그런데 지금 북한은 저렇게 못살고 베트남은 이렇게 발전했는데”


북한과 베트남을 비교해 볼 수 있었던 바로 그 순안 비행장이다.


김정은은 아버지 김정일 사후에 대대적으로 바로 그 순안 비행장을 개축했다. 그리고 2015년 여름 즈음해서 제2의 개장을 했다. 각종 현대화된 시설을 갖추었다고 자랑했고, 면세점도 마련돼 있다고 한다. 북한 주장으로는 국제적으로도 손색이 없을 만큼 첨단화 돼 있다고 말한다. 순안비행장은 지금도 북한 고려항공과 중국 ‘에어 차이나(중국 국제항공)’ 등이 취항하는 곳으로, 하루 1~2편의 항공편이 뜨고 내리는 국제공항이다.


▲ 평양 순안공항 청사 2015년 6월 재개장 모습.



2017년 5월에 북한은 "순안 국제 공항과 활주로 주변에 새로운 살림집을 많이 건설했다. 대부분 2016년 가을부터 2017년 초 사이에 지어진 살림집으로 최소 7개구역이며 구역마다 20~30 채 이상의 집이 들어섰고 여전히 건설 중인 아파트의 모습도 눈에 들어온다"고 미국의 자유 아시아 방송은 밝혔다.


특히 "순안국제공항 주변에 많은 살림집 건설 공사가 진행된 것은 평양을 찾는 외국인에게 현대화된 북한의 모습을 보여주기 위해서"라는 분석이었다.


그런 순안 비행장에서 중거리 탄도 미사일을 쏜 북한.


자신들의 국제 관문에서 전쟁 연습을 한 나라. 대외 신인도나 국제사회의 인식에는 아랑곳 않는 그들의 독창적인 사고에 마음이 씁쓸하다.


더구나 그걸 잘못된 선택으로 생각하기보다는 ”북한의 수도권지역에서 탄도 로케트를 발사하도록 승인해 줘 북한 인민 가슴에 쌓이고 쌓인 한을 풀어준 김정은에게 가장 뜨거운 감사의 인사를 드리는” 북한의 공식 발표를 보면 마음이 더 심란해진다.





김연/통일전문기자

김연 통일전문기자는 공중파 방송국에서 기자로 활동하며 10여년동안 주로 남북관계와 한반도 이슈를 취재했다. 지금은 모 방송국에서 일하면서 북한정세와 남북관계 관련 연구도 활발히 하고 있다. 인동의 시절에 꽃피는 봄을 준비하는 마음으로 남북관계와 통일의 이야기를 풀어나갈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