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은은 왜 당 정치국 상무위원회를 열었을까?




2017년 9월 3일 오후 3시 반. 북한 대표 아나운서 리춘희가 중대 보도를 힘차게 읽는다.


“대륙간 탄도 로케트 장착용 수소탄 시험에서 완전성공.


북한은 9월 3일 평양시간으로 낮 12시 풍계리 핵실험장에서 ICBM 장착용 수소탄시험을 성공적으로 단행했다. "이번 수소탄 시험은 ICBM 전투부에 장착할 수소탄제작에 새로 연구 도입한 위력 조정기술과 내부구조 설계방안의 정확성과 믿음성을 검토 확증하기 위해 진행됐다“고 밝혔다.


우리 정부는 북한의 수소탄 실험의 규모가 진도 5.7에 해당하며 폭발력으로 따지면 50kt에 해당한다고 밝혔다. 일본에 떨어진 원폭의 3~5배 수준으로 평가된다.


북한 핵 위기가 발발한 94년 이후 20여년 만에, 북한이 1차 핵실험을 한 2006년 이후 11년 만에 북한이 사실상 핵 국가의 지위에 완전히 다다른 것으로 분석된다. 일각에서는 이번 북한의 수소탄 실험을 놓고 정확하게 수소탄인지 아닌지는 좀 더 분석이 필요하다는 의견도 제시한다. 북한의 핵 수준을 정확히 분석하는 게 필수적이기는 하지만 그렇다고 그걸 핑계로 북한 핵 능력을 평가 절하해서는 안 될 것이다. 북한이 수폭을 제대로 실험했는지 아닌지가 더 이상 논쟁의 초점이 돼서는 안 된다.


2006년 북한이 1차 핵 실험을 한 직후 뉴욕 타임스는 "북한의 발표를 의심할 이유가 없다고 부시 행정부의 고위 관계자들이 말했다"면서도 "북한의 주장대로 실험이 실시됐다 하더라도 그게 실제 핵폭탄인지, 초보적인 장치(primitive device)인 지는 불분명하다"고 지적했다. 이어 "일부 전문가들은 북한이 재래식 폭발물을 터뜨려놓고 핵폭발로 가장하려 할 수도 있다“고 보도해 당시 북한 핵실험을 평가 절하하는 분위기도 있다는 사실을 전달했다.


북한이 2016년 5차 핵실험과 2017년 9월 6차 핵실험을 통해 수폭을 만들었다고 주장하는 상황이다. 더구나 북한은 5차와 6차 핵 실험을 정부 차원이 아닌 북한 핵무기 연구소 성명으로 발표했다. 북한의 핵 보유는 이제 기정사실이며 북한이 굳이 정부 차원에서 호들갑 떨 일도 아니라는 걸 은연중에 내비치고 있는 것이다.


그래서 오히려 주목해야 할 것은 북한이 당 정치국 상무위원회를 열고 핵 실험을 지시했다는 사실이며 그것을 대내외에 선전하고 있다는 점이다. 이 자리에는 김정은은 물론 김영남, 황병서, 최룡해 박봉주 같은 북한 최고 권력 서열자 5인이 모두 참석했다.





북한은 당 정치국 상무위원회가 “국가 핵 무력 완성의 완결단계목표를 달성하기 위한 일환으로 ICBM 장착용 수소탄 시험을 진행할 데 대하여’를 채택했고 김정은이 최종 서명했다”고 강조하고 있다.


사회주의 국가에서 당 정치국 상무위원회는 정부와 당 조직에서 사실상의 최고 권력 기구이며 최고 의사결정기관이다. 김정은은 2016년 5월 7차 당 대회를 36년만에 열면서 사회주의 국가와 정부, 당 조직을 재정비했다. 김정은 자신이 통치하는 한반도 이북이 결코 조폭 집단이나 불량 국가가 아닌 조직과 시스템에 의해 굴러가는 ‘정상국가’라는 이미지를 인민들에게 그리고 국제사회에 심기 위해 노력하고 있는 것이다. 그런 김정은이 6차 핵실험을 결정하는 과정에서 당 정치국 상무위원회를 등장시킨 것은 의미심장하다 .


북한도 절차적 명분과 채널이 있음을 대외적으로 보여주고 핵무기뿐 아니라 자신의 통치 시스템도 자리가 잡혀 간다는 걸 대외에 과시한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또한 국가의 중대한 결정을 독단적으로 처리하는 게 아니라 국가 기구, 당 기구가 결정한다는 이미지를 심어주고 있는 것이다.

이런 절차적 정당성과 명분 축적으로 김정은이 노리는 건 무얼까?


그건 당연히 국제사회가 북한을 핵 보유국으로 당당히 인정하라는 메시지이다.


6차례의 핵 실험으로 사실상의 핵 국가로 인정받고 미국과의 대등한 외교관계를 구사하는 파키스탄의 길로 북한도 접어들었음을 국제사회에 각인시키려는 의도인 것이다. 중국 인민대 스인홍 교수는 “북핵 폐기의 시간은 이제 끝났으며 중국과 미국은 북한 핵 무기를 인정할 수 밖에 없을 것”이라고 전망하기도 한다.


2차 북한 핵 문제가 발발했을 당시 북핵 문제를 다루었던 정부 고위 당국자의 말이 생각난다.





“북한 핵 문제가 잘 풀릴 거라고 국민들이 막연히 기대하는 것 같은데 북한 핵 문제는 결코 영화 ‘인디애나 존스’가 아닙니다. 북핵은 수많은 위기와 난관이 닥치지만 그 모든 걸 극복하고 결국에는 해피엔딩으로 끝나는 그런 ‘영화’가 아닙니다. 결말을 알 수 없는, 예측할 수 없는 현실입니다.”


사실상의 핵 보유국 북한을 머리에 이고 살아야 하는 대한민국. 북핵을 바라보는 패러다임과 북 핵 접근 방법은 이제 분명히 바뀌어야 한다.


김연/통일전문기자

김연 통일전문기자는 공중파 방송국에서 기자로 활동하며 10여년동안 주로 남북관계와 한반도 이슈를 취재했다. 지금은 모 방송국에서 일하면서 북한정세와 남북관계 관련 연구도 활발히 하고 있다. 인동의 시절에 꽃피는 봄을 준비하는 마음으로 남북관계와 통일의 이야기를 풀어나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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