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엔 안보리는 한국시각으로 2017년 8월 6일 새벽 새 대북 결의 2371호를 만장일치로 채택했다. 북한의 대륙간 탄도미사일 발사에 대한 제재 성격이다. 이 제재가 시행되면 북한 수출액 가운데 연간 10억달러가 줄어드는 효과를 볼 것이라고 안보리는 설명했다. 석탄 수출이 4억달러, 철과 철광석 2.5억달러, 수산물 3억달러 등이라며 구체적 항목과 수치까지 공개했다.
정부는 국제사회의 단호한 대응이며 단합된 경고라며 반겼다. 미국은 지금까지 나온 대북 제재 가운데 “가장 혹독한 사례”라고 강조했고 트럼프 대통령은 “이번 조치로 북한에 매우 큰 경제적 충격이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번 제재안은 북한의 핵과 미사일 폐기를 압박하기 위해 북한으로 가는 자금줄을 차단한다는 데 초점이 맞춰졌다. 북한은 당연히 이번 제재에 대해 강력히 반발할 것이다.
북한 핵과 미사일에 대한 제재는 이번이 8번째이다. 북한이 2006년 1차 핵실험을 한 이후 채택한 유엔 결의 1718호, 2009년 2차 핵실험 이후 채택된 1874호 그리고 2013년 2087호, 2094호, 2016년 2270호, 2321호, 그리고 2017년 2356호까지 핵과 미사일에 대응한 유엔 안보리의 결의는 7차례가 더 있었다.
무슨 난수표 같기도 한 이 숫자들은 그러나 북한에 대한 그동안의 제재가 국제사회의 기대만큼 효과가 없었다는 걸 역으로 증명하는 것 같기도 하다. 제재에도 북한은 도발을 계속 이어왔고 핵과 미사일 수준을 고도화시켜왔기 때문이다.
제재가 효과가 없는 건 아닐까? 북한에 대한 제재는 한국전쟁 때 유엔결의 82호를 시작으로 지금까지 60여년 넘게 지속되고 있다. 북한은 자신들이 지구상에서 가장 강력한 제재를 받아왔다며 불만을 터뜨리기도 했다. 그런데도 북한이 그럭저럭 버티는 걸(muddling through) 보면 신기하기도 하다.
이유가 뭘까? 따져보자.
한 국가의 대외 의존성이 높을수록 국제사회의 제재효과는 더 클 것이다. 그런데 북한은 대외 의존도가 현재 5% 미만이라고 한다. 제재를 해도 효과가 미미할 거라는 추론이 가능하다. 또한 북한은 수 십 년 제재에도 나름대로의 체제 유지를 위한 내성을 키워왔다.
특히 북한 자력갱생과 체제 유지에는 북한 전역에 존재하는 400여개의 장마당이 상당한 역할을 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유통과 공급을 담당하는 장마당은 김정은 집권 이후에 2배로 증가한 것으로 조사되는 데 하루 평균 많게는 180만 명의 북한 주민이 장마당을 이용하는 것으로 미 존스홉킨스 대학은 추정했다.
고난의 행군 시기를 거치며 북한의 배급 시스템은 붕괴됐다. 하지만 주민들은 장마당에서 생필품을 조달하며 생존을 이어왔다. 북한 당국에 대한 제재가 강해도 장마당이 있는 한, 주민들은 생존을 영위할 수 있고 이는 곧 북한 체제 유지에 도움이 된다는 것이다. 거듭된 제재에서 생긴 내성과 장마당을 통한 자력갱생이 대북 제재의 효과를 반감시킨다고 볼 수 있는 것이다.
또한 김정은 집권 이후 시행한 ‘사회주의 기업책임 관리제’ 등 각종 정책들과 소위 돈주(북한의 신흥 자본가)를 통한 부동산 개발 방식이 어느 정도 효과를 내며 북한 김정은 정권의 경제 성장의 한 축으로 기능하고 있다는 점도 부인할 수 없다. 사회주의 기업책임 관리제는 상품생산에서 이윤의 30%만 당국에 내고 70%는 자율 처분하는 구조인데 이 정책이 농업과 경공업등에 어느 정도 뿌리내린 것으로 평가된다는 것이다. 또한 북한 당국은 돈주들이 일정 몫의 자금만 당국에 내면 부동산 개발을 통한 이익을 눈감아 주고 있는데 돈주들이 내는 세금 아닌 세금이 북한의 국가 재정에 도움을 준다는 것이다.
여기에 북한과 중국사이의 밀무역도 큰 몫을 담당한다. 북-중 공식 무역보다 밀무역이 10배 이상 많다는 분석도 제기되는 데 대북제재로 공식 무역이 줄어든다고 해도 밀무역에서 이를 벌충할 수 있다는 거다. 또한 중국 중앙정부가 대북제재를 위해 북한과의 교역을 통제하라고 지방 정부에 지시를 내려 보내지만 이 지시가 말단 구석구석에 제대로 전파되는 지도 의문이다. 중국 지방정부가 소극적으로 행동한다면 대북 제재의 효과는 반감될 것이다.
결국 김정은 정권은 외부의 제재와 압박을 오히려 자력갱생 시스템을 강화하는 계기로 활용했으며 이를 통한 국가 재정 확보로 핵과 미사일 개발에 더 박차를 가한 것으로 분석할 수 있다. 북한 경제 시스템이 어느 정도 돌아간다는 걸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게 한국은행의 최근 분석이다. 한국은행은 북한의 지난해 경제 성장률을 3.9%로 판단했다. 김정은 집권 이후 북한의 살림살이가 나아졌다는 걸 의미한다.
이런 상황이고 보면 북한에 대한 제재를 하더라도 큰 효과를 내기가 어렵다는 분석이 가능하다. 게다가 새 대북제재 2371호에는 여전히 북한의 생명줄이라고 하는 대북 원유 수출의 금지 조치가 빠져있다. 또한 제재 대상 명단에 김정은 위원장은 이번에도 포함되지 않았다.
결국 이번 대북 제재도 기존의 대북 제재와 마찬가지로 북한에 대한 결정적 조치는 되기 힘들 것으로 전망된다.
결국 앞선 글들에서도 언급했듯이 북한 핵 문제를 풀기 위해서 북한 문제를 다루기 위해서는 이전과 같은 조치와 방법, 대책들을 더 강화하는 것보다는 보다 창의적인 방안으로 접근해야 할 것이다. 북한을 바라보는 패러다임 시프트가 필요한 시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