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핵 위기 촉발해 기름 받더니 핵 때문에 기름 차단?




북한 6차 핵실험에 대한 유엔 차원의 대북 제재가 논의되고 있다. 그동안 항상 역대 최강의 대북 제재안을 발표해 온 유엔 안보리가 이번에도 또 다시 역대 최강의 제재안을 내놓으려고 하고 있다. 그동안 수차례 대북 제재안이 통과된 만큼 남은 선택지는 거의 없다. 대북 원유 차단과 해외 송출 북한 인력의 대북 송금 차단 등이 유력해 보인다. 북한의 기름을 마르게 하고 돈줄을 죄려는 의도다. 그 중에서도 대북 원유 차단이 북한에 대한 확실한 제재라는 국제사회의 주장이 힘을 얻고 있는 상황이다.


북한 핵문제 뒤엔 항상 기름이 있었다. 


먼저 1차 북핵 위기. 


1990년대 초반 북한이 핵 물질인 플루토늄을 추출했다는 국제 사회의 합리적 의심에서 시작한 1차 북핵 위기는 지난한 협상 끝에 1994년 북미 제네바 합의로 한고비를 넘는다. 


북한은 핵 개발이 아니라 전력 생산을 위한 평화적 원자력 사용이라고 항변했고, 결국 북한이 핵 시설을 동결하는 대신 200만 킬로와트의 전력을 공급할 경수로 2기를 한미일이 북한 신포에 지어주기로 마무리 한 것이다. 


여기에 기름이 등장한다.


북한은 경수로가 완공될 때까지 자신들의 전력 공급은 어떻게 하느냐며 불만이었다. 이에 미국은 핵 시설을 동결하는 조건으로 매년 기름을 북송하겠다고 한 것이다.


‘대북 중유 선적’ 연간 50만톤의 중유를 매달 5톤 가량씩 나눠 북한에 선적할 테니 이 기름으로 북한이 필요하다는 전기를 생산하라는 것이었다.


핵 위기를 촉발해서 기름을 취한 북한.


하지만 2차 핵위기는 오히려 이 ‘대북 중유 50만톤‘ 때문에 더욱 불이 붙었다. 


북한의 우라늄 핵 개발 의혹이 제기된 2002년 10월. 


미국 부시 행정부는 북한이 핵개발을 동결하겠다는 제네바 기본 합의를 어기고 우라늄 핵 폭탄 개발까지 나섰다며 북한에 대해 강경한 입장을 취했다. 


2002년 11월 초 도쿄에서 열린 한미일 정책 조정 회의, 이른바 TCOG회의는 북한이 과연 우라늄 핵 개발을 했느냐를 놓고 미국과 한일간의 설전이 있을 정도로 북한 우라늄 핵 개발에 대해 반신반의하는 분위기였다. 하지만 미국의 증거자료로 북한 우라늄 핵 개발이 확인되면서 타깃은 북한에 공급하는 대북 중유로 옮겨졌다.



▲ 중국 장쑤성 양저우 항의 오일 저장 탱크. 중국은 북한의 주요 원유 수출국이다.



“중유 수송선을 북북서로 돌려라“ 


미국은 북한이 핵동결을 약속한 제네바 합의를 깬 이상 더 이상 대북 중유를 공급하는 건 맞지 않다며 당시 11월 분 대북 중유 4만 2500톤을 싣고 북한 원산항을 향해 출발한 대북 중유 수송선을 북한 영해로 진입시키지 말고 항로를 돌려야 한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한일대표는 대북 중유를 이렇게 신속하게 중단시키면 어렵사리 만든 제네바 합의가 즉시 파기된다며 출항한 원유 수송선은 일단 북한 예정대로 원산항에 입항시켜야 한다고 주장한다. 강 대 강 대결 국면으로 치닫기보다는 일단 상황을 진정시킨 뒤 차분하게 관리하자는 쪽으로 의견을 제시한 것이다. 


결국 한미일은 11월 분 대북 중유를 실은 중유 수송선은 예정대로 원산항에 입항시키지만  2002년 12월 분 대북 중유 지원을 전면 중단하기로 결정한다. 


이에 북한은 ‘자신들의 우라늄 핵 개발은 쏙 뺀 채’ 미국이 먼저 합의를 깼다며 2003년 1월 초 핵 확산 금지 조약, NPT를 탈퇴하며 본격적인 핵 개발에 나서게 된다. 이후 북한은 2006년 10월 1차 핵실험을 거쳐 2017년 수소탄 핵실험 주장까지 온 것이다.


이제 다시 원유다.


유엔 안보리는 북한 핵실험에 대한 제재 카드로 대북 원유 중단을 심도 있게 논의 중이다. 하지만 언제나 그랬듯이 중국과 러시아의 반대를 넘어야 한다. 문재인 대통령이 2017년 9월 6일 러시아 푸틴 대통령을 만나 “대북 원유 공급 차단이 부득이해졌다”고 하자 푸틴은 “대북 원유 차단은 북한 민생을 어렵게 할 거라며 제재와 압박만이 능사가 아니다”라고 받아쳤다. 


이번 북한 핵 실험의 파장을 의식해서인지 중국이 대북 송유관을 부분적으로 차단할 수 있다는 홍콩발 기사가 흘러나오지만 중국 측 속내는 마뜩찮다. 


북한이 사용하는 기름의 90% 이상을 제공하고 있는 중국. 대북 원유 차단이 북-중 관계에 미칠 영향, 북한에 주는 메시지, 북한 경제에 미칠 영향 그리고 송유관 차단의 기술적 문제 등등이 얽혀있어 쉽게 결단을 내릴 수는 없을 것이다.


핵 위기 촉발로 기름을 얻은 북한이 핵 위협으로 오히려 기름 공급선이 차단되는 운명을 맞이할까?  북한을 옥죌 수 있는 마지막 카드로 여겨지는 원유 공급 차단에 과연 중국이 동의할까 ? 그리고 만약 원유 공급이 차단된다면 북한은 어떻게 나올까? 


김연/통일전문기자


김연 통일전문기자는 공중파 방송국에서 기자로 활동하며 10여년동안 주로 남북관계와 한반도 이슈를 취재했다. 지금은 모 방송국에서 일하면서 북한정세와 남북관계 관련 연구도 활발히 하고 있다. 인동의 시절에 꽃피는 봄을 준비하는 마음으로 남북관계와 통일의 이야기를 풀어나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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