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엔 새 대북제재 2375호를 보고




유엔 안보리의 새 대북 제재안 2375호에 대한 남과 북 ‘보도’가 엇갈린다. 대한민국 언론들은 주로 “반쪽짜리 제재” 혹은 “물 탄 제재”라고 표현하고 있다. 유엔이 내놓은 역대 최강의 대북 제재안을 두고 미흡하다는 평가를 내린 것이다. 아마도 미국이 내놓은 초안과 최종안 사이의 간극이 크기 때문일 것이다.


그런데 북한에서 나온 ‘보도’는 조금 다르다. 북한 외무성이 성명이나 담화가 아닌 ‘외무성 보도’라는 형태로 입장을 밝혔는데, “안보리 결의 2375호는…전면적인 경제봉쇄로 북한과 북한 인민을 완전히 질식시킬 것을 노린 극악무도한 도발 행위의 산물"이라고 쏟아냈다. 


‘반쪽 짜리로 미흡하다는 제재안인데 북한은 ’봉쇄 당해 질식할 수도 있다‘며 “준열히 규탄하며 전면 배격한다"며 펄펄 뛴 것이다.


지난 8월 초 북한 ICBM 발사에 대응한 유엔 대북 제재 2371호가 나왔을 때도 북한은 “정상적인 무역활동과 경제교류까지 전면 차단하는 전대미문의 악랄한 결의”라고 반발했다. 최근의 대북 제재안이 북한 경제에 압박이 된다는 점을 스스로 인정한 꼴이다.


정말 그럴까? 주요 조치만 살펴보자.


먼저 석유다. 


이번 대북 제재 2375호는 북한에 들어가는 석유 제품을 30만톤 가량으로 제한하고, 원유는 50만톤 수준에서 동결하기로 했다. 이 제재안이 이행되면 북한은 약 80만톤 가량의 기름을 들여올 수 있는데 그동안 한 해 북한에 유입되던 원유와 석유 제품 합쳐 110만톤 보다 30만톤 가량 적은 분량이다. 그런데 북한은 원유 정제 기술과 효율이 떨어져 최근에는 원유보다는 정제된 석유 제품을 더 선호한다고 한다. 


휘발유와 디젤유 중유 등은 관용이나 군용 차량에 주로 공급되기 때문에 이번 조치로 북한 권력기관과 군이 에너지난을 겪을 걸로 예상된다. 또한 북한 내 장마당에 물건을 대는 유통 업자가 기름 부족으로 운송에 차질을 겪을 공산이 크다. 자칫 물품 공급을 제때 못해 쌀이나 생필품 가격이 오를 가능성도 있는 것이다.


다음으로 섬유 제품 수출 금지. 


이는 지난번 대북 제재 때 북한 광물 수출을 금지한 것만큼이나 타격이 될 수 있다. 북한 수출길 차단으로 외화 획득에 차질을 줄 수 있기 때문이다. KOTRA의 2016년 북한 대외무역 동향 보고서를 보면 지난해 북한 수출 1위는 광물로 11억 9천 달러를 벌어들였고, 2위는 의류로 7억 3천만 달러를 획득했다. 두 품목을 합치면 수출액의 68.1%를 차지하는데 1,2위 수출품목의 판매가 막히면 외화 벌이에 막대한 차질을 가질 수 있다. 정부는 이번 조치로 북한 수출의 90%가 막힐 것이라고 분석했는데 완전히 틀린 말은 아니다.



▲ 북한 라선 특구내 한 의류 공장에서 노동자들이 작업 중이다.



또한 북한 노동자의 해외 신규 채용도 금지됐고 기존 해외 노동자도 계약이 만료될 때 까지만 허용했다. 북한은 중국 러시아등 세계 40여 나라에 5만 여명의 노동자를 보내 연간 2억 달러 정도를 벌어들이는 걸로 분석되고 있다. 

 

이번 대북 제재안이 기존의 대북 제재와 합쳐져 제대로만 이행된다면 김정은과 권력기관들의 달러 자금줄이 사실상 끊어지는 효과를 볼 수 있는 것이다.


그럼에도 이번 대북 제재 2375호가 국내에서 미흡하고 반쪽짜리로 평가받는 건 북한 김정은에 대한 직접 제재가 빠졌기 때문일 것이다. 그렇지만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말처럼 “이번 조치는 궁극적으로 발생해야만 할 것들에 비하면 아무 것도 아니며 아주 작은 걸음이다."  


주한 미국 대사로 내정된 빅터 차 교수는 “북한이 허를 찔러 쩔쩔맸던 경우는 2005년 9월 미 재무부와 마카오 은행 당국이 북한의 예금계좌를 동결했을 때(이른바 BDA사태)와 2014년 2월 유엔 인권조사위원회가 김정은을 국제 형사재판소에 제소했을 때 두 번 뿐”이라고 말한다. 국제사회가 북한 최고 통치자의 자금줄을 죄고, 최고 통치자를 직접 단죄하겠다고 나서자 북한이 허둥지둥했다는 것이다.


그래서 이번 대북 제재안에 김정은 직접 제재가 빠진 것은 더 이상 버티기 말고 ‘정신 차리고 나오라’는 일종의 경고 메시지를 보낸 것으로, 김정은의 퇴로를 열어둔 것으로도 해석할 수 있다.  





그러면서 미국은 다시 중국을 압박했다.  


므누신 미 재무부 장관은 중국이 유엔의 새 대북 제재를 충실히 이행하지 않을 경우 중국에 대한 경제 제재를 단행하겠다고 밝혔다. "중국이 유엔 제재를 따르지 않으면, 중국이 미국 및 국제 달러화 시스템에 접근할 수 없도록 할 것"이라는 것이다. 미 재무장관이 '중국'을 직접 거론하며 ‘국제 무역과 금융 질서’에서 중국을 빼버려 중국 경제의 기초 골격 자체를 흔들어 버리겠다는 전면적 압박인 것이다.


미국의 직접 압박에 직면한 중국은 이제 행동에 나설까? 트럼프 대통령이 11월초 베이징을 방문할 예정인데, 그 사이 한반도 주변 공기는 여전히 팽팽할 것이다.



김연/통일전문기자


김연 통일전문기자는 공중파 방송국에서 기자로 활동하며 10여년동안 주로 남북관계와 한반도 이슈를 취재했다. 지금은 모 방송국에서 일하면서 북한정세와 남북관계 관련 연구도 활발히 하고 있다. 인동의 시절에 꽃피는 봄을 준비하는 마음으로 남북관계와 통일의 이야기를 풀어나가고 있다.

저작권자 © 피처링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