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중섭의 아이들.



좋은 동료를 둔다는 것은 세상 기쁜 일이다.


A-Z 까지 사회의 사건, 현상을 공유하고 각자의 견해를 듣고, 대화하며 때론 성토대회로 나름 치유의 시간을 갖기도 하고, 생각을 정리할 수도 있게 되는데, 나에겐 그런 '일요일 친구'가 있다.

나는 해박한 그녀를 통해 모 TV 프로그램의 3명의 독일친구의 한국여행 행보를 전해 들었다.


나 또한 오랜 청춘을 독일에서 보낸지라 내가 느낀 독일인을 거기에 한 술 곁들어 열심히 거들었고 우리는 떠들었다.


여자들은 술이 없어도 아주 즐겁게 3시간 이야기 할 수 있는 탁월한 능력을 가졌다.


우리는 녹초가 되어 집으로 돌아갔고, 어쨌든 그들의 행보를 직접 눈으로 확인하고 싶어 집으로 돌아온 후 조용히 TV의 다시보기라는 훌륭한 기능으로 그들을 따라 내 나라 한국을 둘러 보았다.


3명의 30대 초반의 독일친구들은 놀랍게도 분단의 장소인 DMZ를 첫 방문지로 삼고 한국의 아픔의 역사를 서대문 형무소에서 기억하며 나도 가보지 못한 그곳을 돌아보고 있었다.


아, 내가 알던 독일인, 맞다. 그들…

그들은 본질에 충실했고, 그러한 그들의 눈을 통해 우리의 역사와 현재를 다시 새롭게 보고 있었다.


그들의 시선을 통해 말이다.


다른 시선, 낯선 이들의 시선을 통해 내 나라를 다시 본다. 새롭게!!


작품을 본다는 것도 사실 그와 일맥상통하는 부분이 있다.


그림 속 세계는 내가 보긴 본 것 같은데, 마음 쏟지 못한 세계, 보긴 보았는데 느끼진 못했던 세계가 펼쳐져 있다.


나는 그 당시 그들이 바라보고, 관찰하고, 마음을 쏟은 그 세계로 같이 들어갈 수 있다.


당장 못 들어갈 수도 있다.


공감 되지 않을 수도 있다.


그러나 분명 언젠가 그것을 같이 바라볼 수 있는 순간이 오게 된다. 걱정 말고 마음을 열고 찬찬히 보는 것이 첫 디딤일 것이다.


그러면 어느 순간 나의 시선은 작가의 시선과 동일하게 그 곳을 바라보고 있는 것을 느낄 것이다.


그것이 교감이고, 어느 순간 그들이 보았던 세계, 그들이 느끼고 생각했던 세계를 나도 그들과 함께 느끼고 공감하고 있는 감동하는 순간이 오게 된다.


아버지가 약주를 드시고 이중섭 화백의 그림 중 아이들이 두 불알을 내놓고 하늘을 바라보며 세상 부끄러움 없이 노는 그런 모습을 너무 너무 좋다며 이야기해 주시던 모습이 생각난다.


그런 인생에서 만난 좋은 작품 말이다.


모든 사람이 그러한 인생작을 만나길 … … 바란다.



이연주/작가

한국에서 동양화를 배운 후 독일에서 회화와, 사회와 연관된 예술을 공부했다. 작품 활동을 하며 대학교에서 드로잉을 가르치고 생활 속에서 어떤 예술같은 일들이 마주하고 있는지 연구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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