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은 아직도 인류에게 공포 그 자체다. 암 판정을 받으면 대부분 죽음을 먼저 떠올린다. 요즘이야 의술이 발전해서 생존율도 높아지고 있지만, 암은 여전히 인생의 끝을 맛본듯한 경험일 것이다.


30대 중년남자는 꿈이 많았을 것이다. 그래서 억울해서 죽을 수 없다고 했다. 그리고 그의 의지는 암도 이겨냈다.


최근 중앙일보는 혈액암 말기환자의 암 극복기를 소개했다. 흔한 극복기일 수도 있지만, 우리는 주변에서 훨씬 많은 암환자들과 만난다. 남의 일이 아닐 수도 있다. 그냥 지나칠 수 없어 한 30대 남자의 암 극복기를 소개해본다.


2015년 7월, 대기업에서 사내벤쳐 관련 일을 하던 이정훈씨(36)는 배가 자주 아팠다고 한다. 처음에는 스트레스성 위염인 줄 알았다. 동네 병원에 가고, 약을 먹으며 버텼다.




바쁜 업무로 미뤄왔던 종합건강검진을 받으러 간 병원에서 “심상치 않다”는 말을 들었다. 처음에는 위암인 줄 알았다. PET-CT 결과를 보니 수술할 수 없는 상태라는 말을 들었다. 다음 날 조직검사 결과가 나왔다. 버킷림프종 혈액암 말기. 8개월 전 종합검진에서 아무 이상도 없던 그가, 두 달 전 마라톤을 뛸 정도로 건강했던 그가 암 말기 선고를 받았다.


누구도 원망할 수 없었다. 그저 살고 싶었다. 혈액암 말기는 상대적으로 생존가능성이 높다는 의사의 말을 듣고 항암치료를 시작했다.


항암치료 3일만에 10㎏이 빠졌다. 74㎏던 몸무게는 2주만에 50㎏가 됐다. 평소 손가락으로 들 수 있던 물건은 두 손으로 들어야했다. "머리카락을 빠짝 밀었는데, 자고 일어나면 짧은 머리카락들이 빠져 베개에 박혀있었어요. 세수를 할 때 스치는 머리들도 다 빠지고. 그러다 거울을 보면 내 몰골이 보여요. 살고 싶었어요. 아직 못해본 것들도 많고. 이대로 죽긴 억울했어요."


2차 항암스케줄을 지날 때 희망이 보였다. 암세포가 사라지기 시작했다.


“나아지기 시작했는데, 약이 독해서 추석 직전에 위 천공이 왔어요. 산다는 게 이렇게 고통스러운 일이구나 싶었죠.”


그런데, 죽음보다 삶이 더 가까워졌다. 항암치료가 효과를 본 것이다. 거동이 편해질 무렵 의사의 허락을 받아 시골로 요양을 떠났다.




걷다보니 다리에 근육도 생기고 머리카락도 더 잘 자라는 느낌이었어요. 어느 날 자려고 누웠는데 너무 여행을 가고 싶었어요. 문득, 나같은 암환자도 여행 버킷리스트를 만들면 의지를 갖고 버틸 수 있지 않을까 생각했죠.”


2015년 11월말, 5개월의 항암치료를 마친 이씨는 퇴원 직후 계획을 실행에 옮겼다. 병상에서 계획한 미국 여행을 다녀왔다. 현재 완치수준인 그는 정기적으로 추적검사를 받는다. 몸무게도 60㎏대가 됐다.


건강이 나아지자 회사에 복직한 그는 지인들과 SNS(소셜네트워크서비스)를 통해 사람들을 모았다. '젊은 암환자를 위한 여행 프로젝트' 준비를 시작했다.


국내 20~30대 암환자는 증가 추세다. 국립암센터 등이 발표한 '2014 암등록통계'에 따르면 20~29세 10만명당 암환자는 66.2명(2004년)에서 110명(2014년)으로, 30~39세는 204.1명(2004년)에서 336.7명(2014년)로 증가했다.


2016년 12월부터 모인 이들은 14명. 약사·선생님·사진작가 등 직업도 다양하다. 격주 목요일 오후 8시에 다같이 모여 3시간씩 기획 회의를 한다.


“암 환자들은 항암치료 부작용으로 장시간 책 읽는 게 쉽지 않아요. 여행지에서 찍은 사진들과 짧은 에세이들을 통해 독자와 암환자들이 여행 버킷리스트를 만들 수 있게 여행 포토북을 제작중입니다.”


올해 12월 출간이 목표다. 독자가 1부를 사면 암환자에게 1부를 기부한다. 현재 여행지에서 찍은 사진 3만여 장을 모아 선별 및 디자인 작업중이다. 클라우드 펀딩도 할 계획이다. 장기적으로 여행 버킷리스트를 작성한 암환자가 완치될 경우 여행비를 지원하고, 암치료자의 복직을 돕는 아이디어도 구체화하고 있다.


“단 한 사람이라도 의지를 얻고, 암 투병을 견딘다면 성공이라고 생각해요. 가고 싶은 곳을 향한 열망이 저를 살렸던 것처럼요.”


그는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말이 있다고 했다.


“암환자로서 힘든 것 중 하나는 알고 지내던 이들이 날 다르게 대할 때였어요. 평소대로 대했으면 하는데 동정하고 안타까워하고 돌아가면, 남아있는 저는 기운이 빠지더라구요. 암환자들에게 투병 이전처럼 대해줬으면 해요. 다시 일상으로 돌아갈 수 있도록.”


점심시간에 인터뷰를 마친 이씨는 회사로 들어갔다. 투병시절, 그가 그토록 바라던 일상이 있는 곳이었다.


일상의 힘은 위대하다. 평소에는 느끼지 못하지만, 그것이 깨졌을 때 우리는 그 소중함을 알게 된다. 거창한 삶이 아니라 우리가 그토록 힘들다며, 지겨워하며 투덜대던 그 일상이 가장 그리운 것이다.


이씨가 자신의 암만 극복한 것이 아니라, 젊은 암환자를 위한 여행 프로젝트를 기획하고 있는 것이 인상적이다. 암은 개인의 문제이지만 그것을 둘러싼 수많은 문제는 사회적인 문제와 연결돼 있다. 오랜 암환자를 보살피지 못해 자살하는 사람들, 금전적인 문제 그 모든 것들이 개인의 문제인 동시에 그 후유증은 사회문제가 된다. 암을 우리의 문제로 여겨야 하는 까닭이다.


2016 한국인 사망원인 통계 1위는?


통계청이 발표한 '2016 한국인 사망원인 통계'에 따르면 암은 사망원인 1위를 차지했고, 암 중에서도 폐암으로 인한 사망자 수가 가장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고 한다. 인구 10만 명당 35.1명의 폐암 환자가 발생하는데, 폐암은 다른 암에 비해 생존율도 현저히 낮은 편이다.





폐암을 진단받고 5년 이상 생존할 확률은 23.5%로 알려져있다. 특히 대기오염·미세먼지가 심해져 흡연을 하지 않더라도 폐암에 걸리는 경우가 있어 주의해야 한다.


폐암의 주된 원인은 흡연으로, 실제 폐암 환자의 70~80%는 흡연자다. 담배 속 발암물질과 4000여 가지의 화학물질이 그대로 폐에 들어와 암을 일으킨다. 담배를 피운 시기가 이를수록, 오래 필수록, 피우는 양이 많을수록 폐암에 걸릴 확률이 더 높아진다.


그러나 폐암의 20~30%는 담배를 피우지 않아도 걸리는 비흡연성 폐암이다. 최근 문제가 되는 미세먼지와 대기오염 등으로 인해 공기 속 오염 물질이 몸에 들어와 암을 일으킨다. 질병관리본부에 따르면, 미세먼지 농도가 10㎛/㎥ 높아질수록 폐암 발생률은 9%씩 높아진다. 이외에도 석면·라돈·방사선 노출, 기존 폐 질환, 가족력 등이 폐암 발병에 영향을 미친다.


요리 중 발생하는 연기도 폐암을 일으킬 수 있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 자료에 따르면 최근 6년간 여성 암 환자가 66% 증가했는데, 전문가들은 주로 여성이 담당하는 요리가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고 있다.


폐암은 초기에 증상이 뚜렷하지 않아 실제 환자의 85~95%는 암이 많이 진행된 후에야 폐암을 진단받는다. 암이 진행된 폐암 환자의 대부분은 기침을 겪고, 25~50%는 객혈, 25%는 호흡곤란을 겪는다. 이외에도 암이 생긴 부위에 따라 다른 증상이 나타나기도 한다.


폐에 생긴 암세포가 커져 식도를 누르면 음식을 삼키기 어려워지고, 성대를 누르면 목소리가 쉴 수 있다. 간혹 암세포가 폐 윗부분에 나면 어깨나 팔이 아픈 경우도 있다. 따라서 40세 이상이라면 1년에 한 번씩 병원을 찾아 폐암 검사를 받아야 한다.


폐암을 예방하는 가장 좋은 방법은 흡연하지 않는 것이다. 이미 흡연 중이라면 최대한 빨리 금연하고, 흡연자는 정기검진을 받아 조기에 발견해야 치료 효과가 좋다. 비흡연자도 안심할 수 없다. 미세먼지가 심한 날은 되도록 외출을 피하고, 외출 시에는 반드시 마스크를 착용해 폐를 보호해야 한다.


철도·인쇄소·오래된 건물에서 일하는 사람은 석면·라돈 등 유해물질에 노출되기 쉬우므로 보호구를 착용하는 게 안전하다. 요리 중에는 주방 후드를 사용해 연기를 배출시키고, 실내를 자주 환기하는 게 좋다. 가족 중 폐암 환자가 있다면, 다른 위험요인이 없더라도 주의해야 한다.


임석우 인턴기자 rainstone@featuri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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