곤충학자 파블로프가 사람과 성질이 유사하다며 가장 좋아했던 곤충이 있다. 바로 쐐기벌레다. 쐐기벌레는 먼저 기어간 리더의 자국을 따라가는 본능을 갖고 있다. 이들을 원형으로 놓으면 선두를 따라 뱅뱅 돌다가 며칠 뒤 모두 죽어버린다. 원 밖에 먹이가 있어도, 대열을 이탈할 줄 모른다.


자녀의 진로문제로 부모상담을 할 때, 자주 느끼는 안타까움이 있다. 대열 속에서 평가받고 그 점수가 자신의 자리가 되어버린 인생에 불행해하면서도, 그래서 “너는 앞에 서라”라고 가르친다. “네가 원하는 삶을 살아라.”라고 말하기에는 방법을 모르겠다는 것이다.


4차 산업혁명의 물결 속에 내 자녀가 로봇에게 일자리를 뺏기지는 않을까, 지금 하고 있는 공부가 쓸모없는 것은 아닐까, 부모들의 불안이 더 커지고 있음을 느낀다. 대학입시제도 개편이나 고교학점제, 자사고폐지 등 변화하는 교육과정이 부모를 혼란시키는 것도 사실이다.


“그 마음, 너무 잘 알고 있습니다. 혼자만의 불안이 아닙니다.” 지금은 변화의 시기가 맞다. 고로, 제대로 커브를 돌기위해 속도를 도리어 낮출 필요가 있다. 우르르 남을 따라갈 게 아니라, 세상이 어떻게 바뀌든 건강히 자신의 삶을 살아갈 수 있는 힘을 키워줘야 하는 것이다.


자녀가 하고 싶은 것이 있다면 시켜주고 기다려주면 된다. 기대처럼 되지 않을 때도 그런 게 인생이라며, 다만 의미를 찾아 배울 수 있으면 된다고 의연하게 자녀를 받아주는 자세가 필요하다.


“네가 그러면 뒤떨어지는 거야” 라고 말하지 않아도 괜찮다. 이제 우리는 누구보다 빠르게 학습하고 정답을 도출하는 로봇과 경쟁할 게 아니라 하나를 하더라도 제대로 경험하고, 배우고, 새로운 질문을 던지는 사람이 되어야 하기 때문이다. 진정 실패가 성공의 어머니가 될 수 있도록 시간을 주어야 한다.


자녀의 성적이 본인은 물론 부모의 자존감으로 이어져 서로를 괴롭히던 그 굴레에서도 벗어났으면 한다. 2등조차 울상을 짓는 이 기형적인 대열에서 이탈하여 자기 인생의 선두가 되는 것, 그게 우리가 가야할 교육의 방향이다. 우리는 더 행복해질 수 있다.





홍문화(동대문진로직업체험지원센터장/ peacejam01@naver.com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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