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진핑의 중국몽 실현이 가져올 나비효과




①김정은의 꿈


“미국은 김정은을 직접 만나라”


한국으로 망명한 태영호 전 북한 공사가 2017년 11월 1일 미국 의회에서 한 말이다. 트럼프 행정부의 대북 압박이 지속되는 상황에서 북한 사정에 정통한 북한 내부자의 제안이다.


태영호의 메시지는 이렇다. 대북 군사적 조치를 취하기 전에 김정은에게 먼저 경고해야 한다는 것이다. 


“김정은이 현재의 방향을 고수할 경우 파멸할 것이라는 점을 분명히 전해야 한다."


한마디로 김정은에게 ‘꿈 깨’라고 전달하라는 거다.


김정은의 꿈은 말할 것도 없이 ‘핵 보유국’으로 인정받아 미국과 대등하게 맞서고, 체제를 완벽하게 보장받는 걸 말한다. 


그런데 태영호 공사는 "솔직히 말하면 김정은은 미국이 보유하고 있는 군사력의 힘을 완전히 인식하지 못하고 있다"고 말한다. 북한식 표현을 빌리면 ‘김정은은 미국의 힘을 모르는 하룻강아지’이며, 김정은의 꿈은 미국의 힘 앞에 속절없이 무너져 내릴 수밖에 없는 허망한 미몽임을 우회적으로 강조한 것이다.


②시진핑의 중국몽





강력한 통치 권력, 1인 지배 체제를 구축한 시진핑 중국 주석의 꿈이다.


2020년까지 모든 중국인이 풍족하게 사는 전면적 샤오캉(小康)사회를 만들고 2050년까지 부강하고 조화로운 사회주의 현대화 강국을 만들겠다는 게 시진핑의 포부다. 


‘중국식 사회주의’를 이룩해 21세기 중반이 되면 모든 면에서 미국을 넘어선 세계 1위 국가가 되겠다는 거다. 


이를 위한 수단으로 개혁과 개방을 강조했다. 2018년 중국 개혁개방 40주년을 맞아 개혁 심화와 개방 확대를 계속할 것이라며 “중화민족의 위대한 부흥은 개혁개방의 과정에서 실현될 것이라고 굳게 믿는다”고 강조했다.


그런데 중국몽을 이루기 위해서는 풀어야 할 숙제가 있다. 북한이다.


핵 국가로 다가서는 북한을 그대로 안고 가기도, 그렇다고 아예 무시하기도 어려운 게 중국의 입장이다. 중국에게 북한은 계륵이다.


시진핑은 달래기와 거리두기를 되풀이하면서 북한 길들이기에 나섰지만 여태껏 쉽지는 않았다.


 2년 전인 2015년 10월 북한 당 창건 기념일에 시진핑은 김정은에게 축전을 보내면서 개혁 개방을 은근히 압박한 바 있다. 


“김정은이 경제발전과 민생 개선에 노력하고 있다”며 “‘조선식 사회주의’ 건설과정에서 더 큰 성과를 이루길 바란다”며 칭찬한 것이다. 


중국이 개혁 개방의 대명사인 ’중국식 사회주의‘를 추구하는 것처럼 북한도 그 길을 좇아 ‘북한식 사회주의’의 개혁 개방 노선을 선택하라는 무언의 압력이었다. 


물론 북한은 이후 핵실험을 강행하면서 시진핑의 제안을 보기 좋게 걷어찼다.


그런 시진핑이 2년이 지난 올해 또 한 번 달래기를 시도한다. 이번엔 김정은이 10월 25일 시진핑에게 보낸 축전에 대한 답전 형식이다. 시진핑은 답전에서 “새 정세 속에 양국 관계의 발전을 기대한다”며 “지역평화와 안정에도 기여하라”고 한 번 더 압박했다. 


“어떤 국가도 자신을 폐쇄시키는 외딴섬으로 돌아갈 수 없다”며 개혁 개방으로 중국몽을 실현하겠다는 시진핑. 


눈앞의 계륵인 북한을 개혁 개방으로 이끄는 묘수를 발휘할 수 있을까?


눈여겨 볼 점은 북한이 1년 4개월 만에 시진핑의 축전을 노동신문 1면에 배치하는 성의를 보이며 양국관계 개선에 나설 기미를 보인다는 것이다.


③ “북한은 변화의 대상이다”





“북한은 파괴의 대상이 아니다. 북한에 대한 압박도 중요하지만 관여(Engagement)도 중요하다"  


다시 태영호 공사의 말이다. 


그는 북한의 변화가 필요한데 주요 수단으로  "외부 정보 유입과 인권 압박“을 제시했다.


"북한의 변화를 끌어내기 위해서는 북한 주민이 더 많은 남한 사회 정보를 얻도록 해야 한다. 표면적으로 김정은 정권이 공포통치를 통해 공고한 체제를 굳힌 것으로 보이지만, 내부에서는 많은 변화가 일어나고 있다.“


태영호 공사는 북한 내에 퍼지는 자본주의 형 시장경제 확산, 한국 영화·드라마 유입 등을 예로 들면서 "2010년 '아랍의 봄'처럼 북한에서도 그러한 반란이 일어나는 것도 가능해 보인다"고 주장했다.


트럼프 방한을 앞둔 시점, 북한이 두 달 동안 도발하지 않으면 북미간의 유의미한 대화가 시작될 수도 있다는 이른바 ‘틸러슨 계획’도 솔솔 흘러나오고 있다.


이 모든 게 결국은 핵 국가 추구라는 김정은의 미몽을 깨뜨리고 북한의 변화를 가져와야 가능할 것이다. 이런 측면에서 시진핑의 중국몽 실현 여부는 한반도 평화에 나비효과를 가져올 결정적 가늠자가 될 것이다.


김연/통일전문기자


김연 통일전문기자는 공중파 방송국에서 기자로 활동하며 10여년동안 주로 남북관계와 한반도 이슈를 취재했다. 지금은 모 방송국에서 일하면서 북한정세와 남북관계 관련 연구도 활발히 하고 있다. 인동의 시절에 꽃피는 봄을 준비하는 마음으로 남북관계와 통일의 이야기를 풀어나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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