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부터미널 근처 지인과 약속후에 예술의 전당을 잠시 들렀다.

예술자료원이 있어 잠깐 들러 보고 싶은 책을 대여할 목적이었는데, 계단입구에 큰 현수막이 눈에 들어왔다.


심장이 떨림을 느꼈다.


나이 든 자코메티가 작업 중인 모습이 사진으로 크게 현수막이 되어 있는 모습에 목적을 잊고 어느새 자코메티 사진의 정체를 찾아 인포에 물어보니 그의 전시가 한가람 디자인미술관에서 진행된다는 안내를 받았다.


프랑스에선 자코메티의 걸어가는 사람이라고 하면 모를 사람이 없을 정도라 하니 우리나라 작품으로 치자면 이중섭 화백의 “소” 라고 해야 할까?





어쨌든 20세기 위대한 예술가 중 예술가와 미술애호가들에게 정말 사랑 받는 예술가 중에 예술가 임은 분명하다.


첫번째의 울림은 사진 속 노장의 손과 주름진 얼굴, 그윽하고 겸손한 그의 작품처럼 그의 모습도 그윽하기 그지없기 때문이었다.


어느 한 세계에 깊이 탐구한 사심없는 인간의 소박하고 진지한 태도가 보이는 그런 모습이 너무나 아름다웠기 때문에….


두번째의 충격은 전시장 입구 한켠의 그의 평생 7평 남짓한 작업실의 전경이 흑백 사진으로 크게 채워져 있는데 그것을 보는 순간 또 다시 숙연해 질 수밖에 없었다.


말없이 한참을 그 공간 앞에 서성였다.


누추한 작업실 전경 속 그의 누더기 의자. 시멘트 벽면과 그의 책상과 이젤, 캔버스 그리고 그의

인물 드로잉…





어느것 하나 강한 존재감 없는 사물은 없다. 벽마저 말을 건다.


예술가의 정신이 느껴지는 그가 작업 공간에 캔버스 속 인물화는 인간존재에 대한 사유의 세계에

깊이 침잠하게 한다.


세번째의 울림은 선적인 가느다란 인체 (무언가 형언할 수 없는 묵직하고도 근원적인 인간의 존재를 질문하는 것 같은 그의 독특한 작품 ) 걸어가는 사람이 시내의 전경이 흑백사진으로 펼쳐지고 그가 남긴 글이 전시장 조명과 함께 빛나고 있었다.


그의 대표작 “걸어가는 사람”은 20세기 예술사의 상징과도 같은 작품으로 유럽의 2차대전이 남긴상처를 어루만지면서 어떤 일이 있더라도 인간은 전진해야 한다는 희망을 이야기 하고 있었다.


우리의 삶은 어린이나 노인이나 남녀를 불문하고 고단함이 있다.


인생은 각 장과 막은 그러하다.


기쁨도 슬픔도 사랑도 미움도 우리는 겪는다.


그리고 각각의 문제를 풀기 위해 몸부림치고 때로는 넘기도 쓰러지기도 한다.


그러나 중요한 것은 결국 포기하지 않는 것일 것이다.


어떠한 상황에도 우리는 다시 일어나고 멈추지 말아야 한다는 조용하지만 강한 희망의 메시지를

작품은 뿜어내고 있었다.





“마침내 나는 일어섰다.

그리고 한발을 내디뎌 걷는다.

어디로 가야 하는지 그리고

그 끝이 어딘지 알 수는 없비만,

그러나 걷는다.


그렇다. 나는 걸어야만 한다 “


(알베르토 자코메티, 1901-1966)


전시가 이제 시작된다.


알베르토 자코메티 한국 특별전

예술의 전당 한가람디자인미술관 2017.12.21~2018.04.15


알베르토 자코메티 (1901~1966)

스위스 출보르고노보 출생. 스위스의 인상파 화가인 G.자코메티의 아들로 1919년에 제네바의 미술 공예학교에서 조각을 배우고, 이어 이탈리아에 머물면서 고대 미술품에 영향, 파리에서 로댕의 제자 부르델 교수 밑에서 조각과 데생을 시험하여 보았으나 눈에 보이는 것을 조형하는 어려움에 절망하여, 1925년경부터는 사생(寫生)을 중지하고 상상력에 의한 관념적 공간조형을 시작하였다. 그렇게 해서 얻게 된 것이 추상적•환상적•상징적•전율적인 일련의 오브제(objet)였으며, 이것들은 초현실주의자들에 의해서 높이 평가되어 1929∼1934년 초현실주의 그룹의 한 중요 구성원으로서 권위적인 작품을 발표하였다. 1935년 이후는 사생(寫生)에 의한 조각에 몰두하여, 1948년에 공허 속에서 응결된 것과 같은 가느다란 조상(彫像), 즉 그 자신은 철사와 같이 가느다랗게 깎이면서 그 주위에 강렬한 동적 공간을 내포한 날카로운 조상을 발표하였다 《옆으로 눕는 여자》(1929) 《쉬르리얼리스트 케이지》(1930), 《오전 4시의 궁전》(1932∼1933, 뉴욕 근대미술관 소장) 등과 제2차 세계대전 후의 작품인 《가리키는 남자》(1947. 테이트 갤러리 소장) 《디에고의 초상》(1960, 파리국립근대미술관 소장) 등이 있다.




이연주/작가

한국에서 동양화를 배운 후 독일에서 회화와, 사회와 연관된 예술을 공부했다. 작품 활동을 하며 대학교에서 드로잉을 가르치고 생활 속에서 어떤 예술같은 일들이 마주하고 있는지 연구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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