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18평창동계올림픽 개막을 앞둔 지난달 31일 오후 강원도 평창 선수촌에 올림픽 자원봉사자들이 줄지어 이동하고 있다.



평창 동계올림픽 자원봉사자 처우에 관한 논란이 계속되고 있다. 일각에서는 자원봉사자들을 '봉'으로 보는 정부의 왜곡된 시각이 고쳐지지 않는 한 이런 논란은 계속될 것이라고 입을 모으고 있다.


최근 지난 1월 31일 MBC뉴스는 "자원봉사자들이 추위와 열악한 처우를 견디다 못해 방한 대책을 요구하고 나섰다"고 보도해 올림픽 조직위에도 비상이 걸렸던 것으로 전해진다.


평창 칼바람에 그대로 노출돼 있는 크로스컨트리 경기장 바로 옆 의료지원실에서 자원봉사자들이 서명을 하는 장면이 방송을 탔다. 방풍텐트 설치와 추가 방한 의류 등을 요구하는 내용이었다.


야간에 3시간 이상 야외에 서 있어야 하는데, 지급받은 용품으로는 추위를 견디기 어렵다는 것이다. 자원봉사자 근무복 상의가 실외나 실내 근무자 모두 동일해 바깥에서 봉사를 하는 사람들의 경우 칼바람에 그대로 노출돼 엄청난 추위를 느끼고 있다고 한다.


또한 조직위가 지급한 건 외투 상·하의와 모자 그리고 장갑과 부츠 정도인데 오리털이나 솜 같은 충전재가 들어 있지 않아 방한 성능이 떨어지는데다, 규정상 그 위에 다른 옷을 겹쳐 입을 수도 없어 유독 추운 겨울을 보내고 있다.


조직위는 자원봉사자의 열악한 처우에 대한 불만과 제보가 잇따르자 부랴부랴 보도자료를 배포하고 개선을 약속했다. 특히 조직위는 지금까지 현장에서 일하던 자원봉사자 6명이 그만뒀다고 밝혔다.


또 2천여 명의 자원봉사 희망자들이 평창에 오기도 전에 포기의사를 밝힌 것으로 드러나 대회 운영에 차질이 우려되고 있다고 MBC는 덧붙였다.


하지만 이런 '열악한 처우와 환경으로 인해 많은 자원봉사자들이 그만뒀다'는 보도에 대해 평창동계올림픽 조직위원회가 사실과 다르다고 밝혔다.


2018 평창 올림픽 조직위원회 관계자는 "지금까지 2000명 이상, 총 3000명에 가까운 자원봉사자가 이탈한 것은 맞다. 하지만 이들의 대부분은 활동을 시작하기 전에 포기한 것"이라고 말했다.


MBC가 '평창 올림픽이 시작하기도 전에 2000명이 넘는 자원봉사자들이 이탈했다'며 열악한 근무여건에 대해 지적한 내용을 반박한 것이다. 방한 용품에 대한 지원이 부실하고, 교통이 불편해 활동이 쉽지 않다는 내용이었다.


이에 대해 조직위 관계자는 "정확하게 이 중 일을 시작한 뒤 그만둔 인원은 10명 남짓에 불과하다. 대부분은 개인 사정과 건강, 단순 변심 등의 문제로 인해 활동 시작 전 포기의사를 밝힌 것"이라면서 "이 많은 인원들이 열악한 처우로 인해 자원봉사를 그만뒀다는 것은 와전된 것"이라고 강조했다.


또 "생각보다 많은 인원이 이탈했지만 대회 운영에는 문제가 없다. 당초 필요한 인원의 110%를 선발했고, 예비 인원도 모집해놓았기 때문에 우려할 문제는 아니다"고 덧붙였다.



▲ 평창올림픽 자원봉사자들이 처우개선을 요구하며 서명을 하고 있다. 사진=MBC뉴스 캡처



그러면서도 조직위는 근무여건과 관련해 일부 미흡한 부분이 있었다는 점에 대해서는 인정했다.


조직위 측은 "부실한 식사, 불편한 교통 등에 대한 이야기가 많이 들렸다. 이 중 대응이 다소 늦었던 부분이 있었던 것도 사실"이라면서 "우리가 해줄 수 있는 것에 대해서는 최대한 신속하게 해주려고 한다"고 했다.


그러면서 "부실한 식사의 경우 일부 업체에 문제가 있었다. 보도가 된 이후 재차 점검해 현재는 이상이 없는 것으로 알고 있다. 교통의 경우 현실적으로 근무지에서 가까운 숙박시설이 부족해 출퇴근에 소요되는 시간을 단축하기는 어렵다. 하지만 운영 인력과 차량을 추가 투입해 추위에 떠는 일은 없도록 조치했다"고 설명했다.


이와 함께 조직위원회는 일부 숙박시설에서 제한적으로 공급하던 온수를 24시간 공급하도록 숙박업체와 협의를 마쳤다고 덧붙였다.


평창 올림픽 조직위원회는 지난해 4월부터 자원봉사자를 선발하기 시작해 이번주부터 본격적으로 현장에 투입하고 있다. 현재까지 등록 절차를 마치고 유니폼을 수령한 자원봉사자는 6000명이 넘어섰으며, 평창 올림픽 개막 이튿날인 2월10일에는 1만5000여명에 이를 전망이다.


하지만 올해 겨울 유난히 큰 추위가 찾아와 자원봉사자들의 '방한 대책'에 허점이 드러났다. 그리고 식사 등도 터무니 없이 비싼 가격에 품질이 떨어지는 등 자원봉사자들의 불만이 계속 쏟아지고 있다. 이런 논란은 무엇보다도 조직위의 정밀하지 못한 준비 때문에 빚어진 것이다.


'그냥 봉사만 하라'는 권위주의적 사고가 아직도 관료사회를 지배하고 있다. 그 결과 순수한 자원봉사자들의 의지마저 꺾는 결과를 초래하고 있다. 그동안 관이 주도해온 한국 자원봉사 문화의 또 다른 이면이다.


성기노 에디터 trot@featuring.co.kr

저작권자 © 피처링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