① ‘코피’ 작전 앞에 낙마한 매파


대표적 매파 빅터 차가 낙마했다. 


한국 정부의 아그레망(임명 동의)까지 받았지만 트럼프의 주한 미국 대사 최종 사인을 받지 못했다. 


한반도 전문가로서 매파적 관여정책(Hawk Engagement)이라는 대북 강경책을 주창한 빅터 차이지만 아이러니컬하게도 그의 한국 행을 가로 막은 건 미국이 검토하고 있는 대북 ‘코피 작전’이다. 


‘코피’ 작전(Bloody-Nose)은 속전 속결형 북핵 해법이다. 


북한 핵과 미사일이 미국 땅을 공격할 수 있는 실질적 ‘생존 위협’으로 부상하자 백악관에서는 대북 전쟁 불가피론이 확산됐다. 그래서 논의되는 게 핵과 미사일 시설을 공습하는 ‘제한적 군사타격’, 이른바 ‘코피’ 전략이다. 실제 작전 가능성이 최대 40%라는 분석도 있다. 


하지만 논리적 모순을 안고 있다. 


김정은 정권의 핵 개발은 합리적으로 설명되지 않기 때문에 핵 저지를 위해서는 ‘선빵’이 중요하다는 게 코피 작전의 주요 논거다. 김정은 정권의 비합리성 저지를 위해 정밀 폭격이 필요하다는 거다.


그럼 북한은 한 대 먼저 맞으면 가만 있을까? 


코피작전에선 북한은 반격에 나서지 못할 거로 판단하고 있다. 전면전 확대에 대한 우려와 정권 생존욕구 때문에 보복 공격에 나서지 않을 것이라는 합리성을 내세우고 있는 것이다.


핵 폭주에 나선 ‘비합리적’ 김정은이 한 대 맞고 나면 ‘합리적’으로 바뀔 것이다? 


빅터 차는 이 논리적 모순을 파고들었다. 미국이 폭격하면 김정은이 보복에 나설 게 뻔하기 때문에 한반도를 전쟁으로 몰고 갈 수 있는 코피작전은 지나치게 위험하다고 반대의사를 밝힌 거다. 


“한국과 일본에만 각각 23만 명과 9만 명의 미국인이 있는데 선제타격을 한다면 피츠버그나 신시내티에 준하는 미국의 중형 도시를 위험에 빠뜨리는 꼴”이라며 “희망보다 논리가 우선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런 그의 지적을 트럼프가 왜 걷어찬 것일까?


② 목발을 번쩍…“북한은 잔혹한 정권“


빅터 차 낙마가 공식화 되던 날 미 의회에선 번쩍 든 목발이 조명을 받았다. 


꽃제비 출신으로 굶주림에 신음하다 열차사고로 다리와 팔을 잃은 탈북자 지성호씨. 배고픔과 모진 고문을 피해 탈북한 뒤 중국과 동남아 1만 킬로미터를 목발로 횡단해 한국으로 온 그다.



▲ 탈북자 지성호씨.



트럼프가 그를 전 세계가 주목하는 국정연설에서 직접 소개했다. “섬뜩한 북한 정권에 대한 또 한 명의 목격자"라는 것이다. 특히 "지성호씨 이야기는 자유롭게 살고자 하는 모든 인간 영혼의 열망을 증명해주는 것"이라고 평가했다.


트럼프가 북한 정권의 잔혹함을 생생하게 보여준 것은 북한 핵 문제뿐만 아니라 북한 인권 문제까지도 분명히 짚고 넘어가겠다는 의지를 나타낸 것이다. 


“북한이 허를 찔려 쩔쩔맸던 경우는 2005년 9월 마카오 은행이 북한 계좌를 동결한 소위 BDA사태 때와 2014년 2월 유엔 인권조사위가 김정은을 국제형사재판소에 제소했을 때 두 번 뿐”이라고 빅터 차는 말했다. 북한 돈줄을 죄고 인권 문제로 최고 지도자를 직접 겨냥해야 효과가 있다며 이게 대북 전략의 새 지표가 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트럼프가 국정연설에서 북 인권을 거론하며 북한 고사 전략을 은연중에 내비친 속내는 뭘까?





북한이 평창올림픽 참가로 시간벌기에 나섰을 뿐, ICBM 완성 계획과 의지에는 변화가 없다는 시각이 트럼프 행정부에 강하게 자리 잡고 있다. 그래서 트럼프가 속전 속결형 코피 전략의 손을 들어 줄 가능성이 높다는 관측이 제기된다. 


그러면서 북한 인권 문제 제기는 속전속결 전략을 사용하지 않더라도 북한을 고사시키겠다는 의지를 동시에 보여준 것은 아닐까?


어쨌든 빅터 차 낙마로 한반도 정세는 무섭게 흘러간다. 대북 강경론이 더욱 비등할지 모른다는 전망이 힘을 얻고 있다. 비록 평창 올림픽으로 남북 평화 무드가 조성된 터여서 몸으로 느끼는 체감은 덜 할지 모른다.


하지만 “북이 미사일로 위협하면 타격해야 한다”는 샤프 전 주한미군 사령관이나, “북한 ICBM 프로그램을 정지시키기 위해 행동할 수 있는 시한을 ‘올 3월까지”라고 주장한 볼턴 주 유엔 대사가 빅터 차 후임 ’주한 미국 대사‘로 거론된다고 하니 더 우려스럽다. 


평창 올림픽 이후가 그래서 더 걱정이다.



김연/통일전문기자


김연 통일전문기자는 공중파 방송국에서 기자로 활동하며 10여년동안 주로 남북관계와 한반도 이슈를 취재했다. 지금은 모 방송국에서 일하면서 북한정세와 남북관계 관련 연구도 활발히 하고 있다. 인동의 시절에 꽃피는 봄을 준비하는 마음으로 남북관계와 통일의 이야기를 풀어나가고 있다.



저작권자 © 피처링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