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흥부’를 연출한 조근현 감독의 오디션 현장 녹취가 공개됐다. 앞서 조 감독은 뮤직비디오 오디션에서 신인 여배우를 상대로 성희롱 발언을 했다는 논란에 휩싸였다. SBS funE는 2일 조 감독과 단 둘이 오디션을 봤다는 신인 배우의 녹취 파일을 입수해 보도했다.


매체에 따르면 신인배우 A씨는 두어 달 전 뮤직비디오 오디션을 위해 조 감독을 만났다. 당시 A씨는 오피스텔에서 감독과 오디션을 진행한다는 설명을 듣고 녹음 앱과 경찰 신고 앱을 다운받았다. 만일의 사태를 대비하기 위해서였다.


실제 오디션이 시작되자 조 감독은 여배우에 대한 성적인 이야기를 늘어놓았다고 한다. 당시 조 감독은 “여배우 B씨와 사귀었는데 내 권력으로 영화 여주인공을 B씨로 바꾸었다”거나 “여배우 C씨는 감독을 자빠뜨려서 작품 여주인공이 됐다”며 확인되지 않은 여배우의 사생활을 언급했다.


또 “연기를 하는 것과 캐스팅을 하는 건 완전히 별개”라며 “감독들은 다 똑같다. (중략) 남자의 어떤 지점을 건드려 줘야 하는데 저질 감독이든 세계적인 감독이든 다 똑같다. 남자들이 원하는 건 잠자리 아니겠나. 그 여지를 열어줘야 한다. 접근하기에 좀 더 쉽고 편한 표정과 태도를 가졌으면 좋겠다”고 말하기도 했다.


A씨는 조 감독의 이야기가 이상한 쪽으로 흐른다고 생각해 녹음을 시작했다. A씨는 1시간 가까이 진행된 오디션에서 뮤직비디오에 대한 이야기는 5분도 되지 않았다고 매체에 전했다.


조 감독의 성희롱 발언은 A씨처럼 뮤직비디오 오디션을 봤던 또 다른 신인배우의 폭로로 지난 7일 처음 알려졌다. 이후 ‘미투’ 운동이 문화예술계에 확산되면서 조 감독은 ‘흥부’의 VIP시사회 무대인사 등 홍보 일정에서 전면 제외됐다. 조 감독은 현재 해외에서 머물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조 감독이 사석에서 편하게 이야기한 것이 아니라 오디션이라는 공개적인 영역에서 이런 발언을 한 것에 대해 영화계에서도 비판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감독의 영화관은 언제든 피력될 수 있지만, 지인도 아니고 처음 보는 배우 지망생에게 영화계의 내밀한 얘기를 여과 없이 쏟아붓는 의도에 불순함이 들어있다는 견해도 있다. 


최수정 인턴기자 soojung@featuring.co.kr

저작권자 © 피처링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