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은 위원장은 2018년 4월 27일 문재인 대통령과 함께 한 판문점 도보다리 산책이 그렇게 인상적이었을까?


북한 김정은 위원장이 꼭 열흘 만인 2018년 5월 7일 이번엔 중국의 3대 미항이자 북해의 진주라고 불리는 중국 다롄에서도 아름답기로 유명한 방추이다오에서 또 다시 인생샷을 남겼다. 


‘유유자적’ 


수행원 몇 명 만을 대동하고 함께 산책을 즐긴 상대는 미국과의 패권 경쟁을 굳이 숨기지 않는 중국의 국가 주석 시진핑이다. 


약 40일 전으로 시간을 되돌려 보자


북한 김정은 위원장은 3월 25일 생애 최초로 해외 순방에 나선다. 중국이다. 시진핑 주석은 당시 중국 베이징의 영빈관 댜오위타이에 있는 청나라 황제 행궁 양위안자이에서 김정은 위원장과 부부 동반으로 차를 마시며 우의를 다졌다. 북한이라는 말썽꾼, 불량국가의 주인을 청나라 황제가 즐겼던 바로 그 다원으로 불러 전 세계에 데뷔시켜 준 것이다. 당시 김정은 위원장은 생애  최초라 할 수 있는 인생샷을 미디어로부터 선물 받았다.


그리고 한 달 만인 4월 27일 판문점 남측 지역에서 도보다리 산책으로 또 하나의 역사적 인생 샷을 만든 김정은. 이번에 열흘 만에 다시 중국 랴오닝성 다롄항을 방문한 것이다.


중국 랴오닝성 다롄항. 


19세기 말 청일 전쟁이후 러시아와 일본이 차례로 조차할 정도로 전략적 요충지이다. 특히 일본은 이곳을 거점으로 만주 정복에 나서기도 했다. 특히 인근엔 우리에게도 알려진 뤼순이 있다. 이토 히로부미를 저격한 하얼빈의 영웅 안중근 의사가 차디찬 감옥에 수감된 뒤 순국한 바로 그 뤼순이다.


최근엔 중국이 자국 내 최대 규모의 조선소가 있는 다롄항에서 항공모함을 직접 건조할 만큼 군사적인 요충지로도 부상했다. 중국이 해상으로 진출할 수 있는 몇 안 되는 해상 기지이기도 하다. 김일성과 김정일도 종종 방문해 중국 측과 비밀회동을 가질 만큼 역사성도 있는 장소다.


이런 전략적인 장소에서 시진핑 주석과 김정은 위원장이 40여일 만에 다시 만나 회담한 것이다.





공교롭게도 김위원장이 방문한 시기엔 중국의 해상 군사훈련이 진행중이었고, 중국이 자신만만하게 만든 전략 자산인 항공모함 001A함의 첫 시험 항해까지 준비하고 있던 터였다. 중국 항공모함 001A함은 길이 315m, 너비 75m에 중국이 자랑하는 전투기인 젠-15 함재기를 40대 가량 실을 수 있는 7만톤 급의 전략 자산이다. 


군사 굴기를 내세워 2050년엔 미국과 맞서겠다는 시진핑 주석의 중국몽. 이걸 실현하기 위한 군사인프라 시설 최전선에 북한 지도자를 불러 전격 회동한 메시지는 뭘까? 그것도 완전 비핵화와 체제 보장을 두고 북 미간에 샅바싸움을 한창인 때에. 


먼저 미국에 대한 중국의 메시지로 해석된다.


중국이 군사적으로 미국에 맞설 만큼 능력이 있는 만큼 북한에 대한 체제 위협은 중국이 결코 좌시하지 않겠다는 무언의 압박으로, 미국은 더 이상 비핵화 협상에서 북한을 과도하게 몰아붙이지 말라는 메시지일 수도 있다. 시진핑 주석이 김정은 위원장에게 북한과는 관계는 ‘변함없는 순망치한(脣亡齒寒)의 관계’라는 점을 다시 한 번 강조한 걸 보면 그 의중을 충분히 읽을 수 있다.


동시에 북한에 대한 메시지이기도 하다.  


미국이 이란 핵 협정을 3년 만에 휴지 조각으로 바꾸고, 리비아가 선 핵폐기를 했다가 체제 보장도 못 받고 몰락한 사례 때문에 북한이 북미협상 이후를 걱정하는 건 분명하다. 혹시라도 미국의 체제 보장을 담보로 비핵화를 했다가 북한 정권만 망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인 것이다. 이런 북한에게 김정은의 체제, 북한의 안전은 중국이 지켜줄 터이니 비핵화 협상에 화끈하게 임하라는 메시지일 수도 있다. 이런 탓일까? 북한 김정은 위원장은 시진핑 주석과의 회담 직후 “중국과 북한은 하나로 이어져 있으며, 긴밀한 전략적 협동이 항구적 평화 안정 구축에 이바지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중국 시진핑 주석은 이같은 함의를 담은 북중 정상 회담 직후 곧바로 트럼프와 전화 통화를 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완전하고 영구적인 북한 비핵화를 위한 대북 제재와 압박을 강조하자, 시 주석은 한반도 영구 비핵화엔 공감한다면서도 뼈있는 말도 잊지 않았다.


“북미 양국이 서로 마주 보고 가면서 상호 신뢰를 쌓고, 단계적으로 행동에 나서기를 원한다.”면서 "미국이 북한의 합리적인 안보 우려를 고려하길 바란다."고 덧붙인 것이다. 북한이 염려하는 체제 안전 보장을 확실히 하라는 압박인 것이다.


다롄 회동으로 중국이라는 든든한 배경을 다시 한번 확인한 김정은. 대미 협상력을 제고시켰다는 나름대로의 전략으로 이제 트럼프와의 진검 승부에 임할 것이다. 북한내 억류된 한국계 미국인 3명의 석방이라는 ‘위대한 제스처’가 전 세계에 알려지면 사상 최초의 역사적인 북미 정상회담의 장소와 시기가 실체를 드러낼 것이다.


마주 앉게 될 두 협상가가 북한 핵 문제라는 전 세계의 불신 덩어리를 말 그래도 불식시키고 신뢰의 선순환을 만들어 낼 수 있을까? 이제 가시권에 접어든 북미 회담에서 김정은은 어떤 인생샷을 선보일까?



김연/통일전문기자


김연 통일전문기자는 공중파 방송국에서 기자로 활동하며 10여년동안 주로 남북관계와 한반도 이슈를 취재했다. 지금은 모 방송국에서 일하면서 북한정세와 남북관계 관련 연구도 활발히 하고 있다. 인동의 시절에 꽃피는 봄을 준비하는 마음으로 남북관계와 통일의 이야기를 풀어나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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