① 언론의 혹평 “이럴 거면 왜 대화했나?” 


십자포화였다.


70년 적대 관계를 12초 악수와 100보 산책이라는 상징적인 장면으로 해빙시키는 극적인 연출에 환호하는 것도 잠시, 북미 정상의 공동성명이 발표되자 언론과 전문가들은 실망감을 쏟아냈다.


트럼프 대통령과 김정은 위원장이 서명한 공동성명은 4가지 항목을 담고 있다. ① 새로운 북미관계 형성 ② 한반도 평화체제 수립 ③ 한반도의 완전한 비핵화 약속 ④ 6.25 전쟁 미군 포로와 실종자 유해 즉각 송환이라는 큰 항목으로 구성돼 있다. 


언론과 전문가들은 역사적 첫 발걸음이라는 점은 인정하지만, 한반도 비핵화에 대한 내용이 모호하다며 비판의 날을 세운 것이다. 


“애매모호한 구절을 반복했을 뿐”(로버트 매닝)

"상징만 있고 내용이 없어" (워싱턴 포스트)

“과거 북한과 맺은 어떤 합의보다 약해"(아담 마운트)

“다시 북한 등에 올라탄 로데오 경기”(마이클 그린)

“북한 정권의 합법성만 부여해 매우 실망”(알렉산더 버시바우)


한마디로 비핵화를 위한 구체적인 내용이나 시간표가 없다는 것이다. 심지어 CNN은 "궁극적으로 김정은이 승리했고 美 대통령과 같은 등급에 올라왔다”고 혹평했다.


미국 민주당의 비판은 더 거세다. 한마디로 미국의 리더십을 포기했다는 것이다. 


척 슈머 민주당 상원 원내대표는 김정은 위원장이 핵과 ICBM을 가지고 있는데, 트럼프는 보여주기식 사진 촬영을 했다고 비난했고, 낸시 펠로시 하원 원내대표도 일방적으로 양보만 했다고 몰아붙였다. 심지어 트럼프와 같은 공화당인 존 케네디 상원의원은 김정은 위원장을 설득하는 것은 상어에게 맨손으로 먹이를 주는 것이라고 경고하기도 했다. 


이같은 비판은 트럼프 대통령과 폼페이오 장관이 자초한 측면이 크다. 트럼프와 폼페이오는 회담 전날까지도 완전하고 검증가능하고 불가역적인 비핵화 이른바 CVID는 양보할 수 없는 목표라고 강조했기 때문이다. 


폼페이오 장관은 무엇보다 검증을 나타내는 V가 중요하다고 강조해 불가역을 의미하는 I까지는 아니더라도 검증(V)과 관련한 절차나 행동 조치가 포함될 것이라는 기대를 키웠다. 리비아식 해법과 북핵과 ICBM의 해외 반출 후 폐기라는 방안을 강조했던 볼턴 보좌관도 확대 정상회담에 배석한 탓에 더 그렇다. 


② 트럼프의 반격 “즉시 비핵화 될 것”


비판이 쏟아지자 트럼프 대통령은 트윗을 통해 불만을 공개적으로 표출했다. 1년 전만 해도 전쟁은 안 된다며 북한과 대화하라고 졸라대던 전문가들이 이제는 북한과 대화해서는 안 된다며 대북 대화 무용론을 주장하고 있다며 반박하고 나선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언론들과 잇따라 인터뷰를 강행하면서 북한의 완전한 비핵화는 달성할 수 있다고 강조한다. 김정은 위원장은 영리한 협상가이며 비핵화의 필요성을 알고 있기에 즉각적인 비핵화에 착수할 것이라는 점도 분명히 했다.


“김정은 위원장은 북한으로 돌아가서 사실상 곧 바로 비핵화를 시작할 것이라고 믿습니다. 그러면 세계는 잠재적인 핵 재앙에서 한발짝 뒤로 물러서게 됩니다." 


③ 이제부터는 ‘악마와의 전쟁’





북미 정상회담 공동성명의 성격 때문일 것이다. 북미 정상 간의 합의문은 북한 비핵화와 체제 보장, 국교 정상화와 평화체제 구축 같은 최종 목표를 설정한 포괄적 합의이다. 


이번 회담에서 미국은 그동안 사용했던 Bottom-Up(상향식)과는 다른 Top-Down(하향식) 방식을 채택했다. 실무자 협상을 통해 정책 방향을 결정하는 것과 달리 양국 정상이 단번에 결정을 내렸다는 의미다. 워싱턴 포스트는 "김 위원장의 말이 법과 다름없는 북한에서는 비핵화 등 확실한 목표를 세운다면 탑-다운 방식이 효과가 있을 수도 있다."고 설명했다.


북미 공동성명에서 김정은 위원장은 한반도의 완전한 비핵화에 대한 확고하고 흔들림 없는 의지를 재확인했다. 양 정상은 또 완전한 비핵화를 포함한 4가지 공동성명 조항들을 완전하고 신속하게 이행하기로 합의했다. 미국 입장에서는 이 문구를 토대로 북한 비핵화의 신속한 이행을 자신하고 있는 것이다.


여기에 트럼프 대통령은 북한이 미사일 엔진 실험장의 해체와 연구시설 폐쇄 같은 조치를 취할 것이라고 공언하고 있으며, 김정은 위원장의 미국 백악관 방문도 적절한 시기에 이뤄질 것이라고 강조하고 있다. 또 폼페이오 장관도 북한의 주요 비핵화를 2년 반 내에 달성할 수 있다는 점에 희망적이라고 밝히고 있다. 미국 협상 당사자가 비핵화에 대한 주요 시간표를 제시한 것이다. 


이런 측면에서 비춰볼 때 양국 사이엔 공동성명에 담지 않은 더 많은 합의가 존재할 수 있다는 점을 쉽게 추론할 수 있다. 美 랜드연구소 브루스 베넷 선임연구원도 여기에 주목했다. 트럼프 대통령과 김 위원장이 이미 초기조치를 비롯해 핵심적인 비핵화 단계들에 대해 합의를 이뤘으면서도 비공개에 부쳤을 수 있다며 이면 합의 가능성도 충분히 있다고 추정한 것이다.


6.12 북미 공동성명이 김정은의 승리문서인지, 비핵화와 평화체제 구축을 위한 청사진인지, 


첫 번째 리트머스 시험지는 다가올 북미 고위급 실무 접촉이 될 것이다. 북미 두 정상은 공동성명에서 이번 싱가포르 센토사섬 정상회담의 결과를 이행하기 위해 가능한 빠른 시일 안에 폼페이오 장관과 북한 고위 인사와의 후속 협상을 진행하기로 합의했다. 두 정상은 또 서로 신뢰를 쌓아가는 과정이 비핵화를 촉진하는 방안임을 재확인했다. 신뢰구축과 행동 대 행동 원칙이라는 두 축을 공언한 것이다.


이제 주사위는 던져졌다. 


복잡하게 얽힌 북핵 문제를 생각한다면, 두 나라 정상이 만나 북미 관계구축의 첫걸음을 내디딘 것만으로도 극적인 전환이다. 그러나 비핵화의 과정은 길고 험난할 것이다. 디테일에 숨어있는 악마가 비핵화 로드맵 작성을 위한 실무협상에서 수시로 그 모습을 드러낼 것이다. 자칫 그 과정에서 협상이 좌초할 위기에 처할 수도 있을 것이다. 


이제 미 CSIS 빅터 차 한국 석좌의 말처럼 “역대 어느 대통령도 하지 못한 북한의 '고립 버블'에 구멍을 내, 전쟁의 위기에서 벗어나는 외교 과정이 이제 시작됐다.” 



김연/통일전문기자


김연 통일전문기자는 공중파 방송국에서 기자로 활동하며 10여년동안 주로 남북관계와 한반도 이슈를 취재했다. 지금은 모 방송국에서 일하면서 북한정세와 남북관계 관련 연구도 활발히 하고 있다. 인동의 시절에 꽃피는 봄을 준비하는 마음으로 남북관계와 통일의 이야기를 풀어나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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