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년 만이다.


남북 철도·도로 연결을 위한 남북 회담이 2007년 1월 이후 10년 남짓 만에 다시 열렸다. 2018년 6월 26일 오전 10시 판문점 남측 지역 평화의 집에서 남북 철도 협력 분과회의가 개최됐다. 4.27 판문점 선언에서 동해선과 경의선 남북 철도연결 및 북한 철도를 현대화하기 위한 논의를 진행하기로 합의한 데 따른 것이다.


남측 수석대표로 나선 김정렬 국토부 2차관은  "이렇게 단비가 흠뻑 내리는 데 남북 간 좋은 일이 있을 것 같다. 회의에서 철도 연결에 대해 또 철도 현대화에 대해 좋은 성과가 있을 것 같은 좋은 느낌을 받았다"고 말했다.


북측 단장인 김윤혁 철도성 부상은 "경제에서 철도는 경제의 선행관이라고도 말한다. 이렇게 만나기까지 많은 세월이 흘렀지만 철도협력 사업에서는 쌍방의 마음과 의지는 변함없다“고 화답했다. 


나흘 전인 6월 22일엔 남북 적십자 대표들이 금강산 호텔에서 마주 앉았다. 남북 100명씩의 이산가족들이 8월 하순 헤어진 가족들과 만나기로 합의했다. 


한국전쟁의 포화가 멈춘 지 55년이 되는 2018년 6월. 유독 남북 사이에 회담이 많다. 6.12 싱가포르 북미 정상회담이라는 세기의 이벤트, 김정은-트럼프 사이의 역사적 회담처럼 전 세계의 스포트라이트는 받지 못했지만 요란하지 않게 남북 간의 대화가 이어진 것이다.





6월 1일 남북 고위급 회담을 시작으로 14일 남북 장성급 회담, 18일 남북 체육회담, 22일 남북 적십자 회담이 줄줄이 개최됐다. 분야도 군사적 긴장완화, 통일농구 대회 같은 남북 교류, 이산가족 상봉이라는 인도적 사안 등 정치군사뿐 아니라 사회 문화 분야까지 다양했다. 여기에 남북 경협 문제를 본격적으로 다룰 철도·도로 협력 분과 회의까지 6월 26일과 28일 잇따라 열리게 된 것이다. 6월 한 달에만 다양한 분야의 남북 대표들이 6차례 만난 것이다. 말 그대로 남북회담 5일장이 섰다.


18년 전 2000년 9월에도 그랬다.


9.11-14 북한 김용순 특사 방남 / 서울 제주 포항 등 방문

9.20-23 남북 적십자회담 / 금강산 해금강 호텔

9.25-26 남북 경제협력 1차 실무접촉 / 통일부 회담 사무국

9.25-26 남북 국방 장관 회담 / 제주 롯데호텔

9.27-30 3차 남북장관급 회담 / 제주 롯데호텔





2000년 9월 한 달 동안 굵직한 회담이 5차례 이어졌다. 그 해 2000년에는 남북회담이 모두 27차례 개최됐다. 김대중-김정일 정상회담 이후 남북 관계 훈풍이 그대로 반영된 것이다. 


하지만 남북 간 다양한 분야의 회담이 가장 활발하게 개최된 때는 2007년이다. (비록 남북 기본합의서가 채택된 1992년에 남북 회담이 88차례 열렸지만 주로 정치·군사 분야에 집중돼 있어서 논외로 하자.)


2007년 한 해 동안 열린 남북 회담은 모두 55차례. 분야도 무척 다양했다. 


많이 들어서 익숙한 남북 장관급 회담이나 이산가족 상봉을 위한 적십자 회담, 남북 단일팀 구성 논의 등은 당연히 포함됐다. 또 듣기에도 생소하고, 이런 분야까지 협력해야 하나 싶기도 하지만, 남북한 동질성 회복과 공동 발전을 위해서는 꼭 필요한 분야도 많았다.


남북경공업 및 지하자원 개발 실무협의

안중근 의사 유해 공동 발굴 및 봉환을 위한 실무접촉, 

남북기상협력 실무접촉, 

베이징 올림픽 공동응원을 위한 경의선열차 이용관련 실무접촉, 

남북보건의료 환경협력분과 위원회 회의  


특히 대북 지원을 위한 남북간 협의도 있었다. 북한 구제역 방역 지원을 위한 실무 접촉과 북한 산림병충해 방제지원을 위한 실무협의가 대표적이다.


회담 종류뿐만 아니라 회담 장소도 남북 어느 한 곳에 집중되지 않고 분산돼 열렸다.


2007년 남북사이의 각종 회담은 서울에서 3차례, 부산 1차례, 평양 6차례, 금강산 3차례 열렸고, 판문점에서도 모두 10차례 남측과 북측 지역을 오가며 개최됐다. 특히 개성에서는 정치, 경제, 사회 문화 등 분야를 가리지 않고 무려 32번이나 회담이 열렸다. 


남측 지역에서는 서울의 쉐라톤워커힐 호텔과 그랜드 힐튼 호텔, 부산 웨스틴조선 호텔,  개성에 있는 남북경제협력협의 사무소 등이 활용됐고, 북측 지역에선 평양 백화원초대소와 고려호텔, 개성 자남산여관, 봉동관, 중앙특구개발 지도총국 개성공업지구사무소, 금강산 호텔 등이 이용됐다. 물론 판문점 남측 평화의 집과 북측 통일각도 회담 장소로 유용했다.





이처럼 2007년은 남북 회담이 말 그대로 봇물을 이루었다. 하지만 회담 개최 횟수가 많다고 해서, 다양한 분야의 회담이 남북 곳곳에서 열린다고 해서 남북관계가 곧바로 획기적으로 진전되는 건 아니다. 군사적 대치와 긴장 상태로 언제든지 남북관계가 원점으로 돌아갈 개연성은 존재한다. 아주 사소한 불씨 하나가 그동안 쌓아놓은 노력들을 수포로 돌리기도 한다. 지난 시기 우리는 그러한 장면들은 많이 지켜보았다. 더구나 북한 핵 문제라는 난제중의 난제가 있는 상황이고 보면 더욱 그렇다. 


그래서 이번에 찾아온 해빙 분위기와 교류의 물길이 지난날의 전철을 되풀이 하지 않기를 바라는 마음이다. 


한 달 전인 5월 26일 판문점 북측 지역 통일각에서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위원장의 두 번째 정상회담이 ‘번개’처럼 열렸다. 당시 두 정상이 한 말들이 이번엔 꼭 실현되기를 희망해 본다.

 


문재인 대통령


“친구 간의 평범한 일상처럼 이루어진 이번 회담에 매우 큰 의미를 부여하고 싶습니다. 남북은 이렇게 만나야 한다는 것이 제 생각입니다.…이번 회담이 필요에 따라 신속하고 격식 없이 개최된 것에 큰 의미가 있다고 평가하고, 앞으로도 필요한 경우 언제든지 서로 통신하거나 만나, 격의 없이 소통하기로 하였습니다.”


김정은 위원장 


“이때까지 많은 합의가 나왔지만…우리가 여기서 교착돼서 넘어가지 못하면 안 되고, 또 못 넘어갈 것이 아니라는 것을 생각합니다. 얼마든지 충분히 자주 만나서 얘기도 하고, 같이 이렇게 한 곳에 앉아서 풀어가다 보면…(이것이) 약속을 이행하는 것에 대한 아주 중요한 실천 행동이라고 생각합니다.”



김연/통일전문기자


김연 통일전문기자는 공중파 방송국에서 기자로 활동하며 10여년동안 주로 남북관계와 한반도 이슈를 취재했다. 지금은 모 방송국에서 일하면서 북한정세와 남북관계 관련 연구도 활발히 하고 있다. 인동의 시절에 꽃피는 봄을 준비하는 마음으로 남북관계와 통일의 이야기를 풀어나가고 있다.



저작권자 © 피처링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