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민들 "누진제 완화 말뿐 실제 고지서 보니 뒤통수"


서울 공덕동에 사는 A씨는 21일 전기요금 고지서를 보고 깜짝 놀랐다. 이달 전기요금이 19만4420원이나 나왔기 때문이다. 한 달 전 납부했던 3만8250원보다 5배나 많은 금액이다. 

다자녀 할인 1만6000원을 받았지만 전력량요금 17만9704원, 기본요금 7300원, 부가가치세 1만7100원, 전력산업기반기금 6320원을 포함해 20만원에 육박하는 `요금 폭탄`을 맞은 것이다.

40도에 육박하는 이상 폭염에 20일 넘게 열대야가 이어지면서 A씨 집에서 쓴 전기는 한 달 전(348kwh)보다 2.4배 늘어난 840kwh였다. A씨는 "1.8kwh 스탠드형 에어컨을 하루 10시간가량 한 달 내내 틀었다"며 "어린아이 3명이 있어서 밤에도 에어컨을 안 틀 수가 없었다"고 말했다. 

A씨는 이어 "전기요금이 많이 나올 것으로 예상은 했지만 누진제를 한시적으로 완화한다는 발표가 있어 10만원 정도 생각하고 있었는데 실제 고지서를 보니 뒤통수를 맞았다"고 분통을 터뜨렸다. 이에 대해 한전 측은 "검침과 요금 부과가 끝난 상태라 한시적으로 완화된 누진제가 적용되지 않았다"며 "다음달 요금 고지서에 할인 혜택이 소급 적용될 것"이라고 밝혔다. 

현재 주택용 전기요금에는 사용량에 따라 3단계 누진제가 적용된다. 1단계(200kwh 이하)는 1kwh당 93.3원 요금이 적용되고, 2단계(201∼400kwh)는 187.9원, 3단계(401kwh 이상)는 280.6원이 각각 적용된다. 정부는 111년 만에 닥친 최악 폭염으로 가정의 전기 사용이 늘면서 현재 누진제가 가구에 부담될 것으로 판단해 1단계와 2단계 누진구간을 각각 100kwh씩 확대했다. 누진제 적용 전기 사용량을 1단계 300kwh 이하, 2단계 301~500kwh, 3단계 501kwh 이상으로 조정한 것이다. 정부 대책에도 불구하고 다음달 소급 적용될 A씨의 요금 할인 혜택은 그리 크지 않다. 

A씨는 기본요금을 제외한 순수 전력량 요금이 17만9704원인데, 정부의 누진제 한시 완화 기준을 적용해도 16만974원을 내야 한다. 

가정에만 적용되는 전기요금 누진제를 폐지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지만 정부는 일단 부정적이다.


백운규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은 지난 20일 세종시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누진제를 바꾸려면 현재 누진제 1단계를 쓰는 800만가구, 2단계 600만가구 등 총 1400만가구의 전기요금이 올라야 한다"며 이같이 밝혔다. 

한전은 전력사용량 검침일 변경으로 인한 요금은 이달 전기요금에 소급 적용되지 않는다고 밝혔다. 검침일 변경은 가능하지만 변경에 따른 전기요금 인하 효과는 검침일 변경 이후에 발행될 요금에 반영된다. 

지난 6일 공정거래위원회는 8월에 검침일 변경을 요청하는 경우 8월 요금 계산 기간부터 적용 가능하다고 예를 들었지만 최근 발행된 요금은 지난달부터 이전 검침일까지 사용한 요금이기 때문이다.


진명은 기자 ballad@featuri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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