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자원봉사의 참여율은 여전히 제자리 걸음이다. 특별한 계기가 없는 한 20% 미만의 참여율은 유지될 전망이다.


사실 자원봉사에 대한 우리 사회의 개념과 영역은 확장되고 있지만 참여율은 10년 가까이 정체된 것으로 나타난다. 자원봉사자들이 보람을 느끼지 못하는 환경도 문제로 지적되는 가운데, 선진국처럼 소정의 대가를 지원하는 방안이 거론된다.


우리나라는 2000년대 들어 세대와 환경이 급변하면서 시설 중심‧서비스 제공 같은 전통적 자원봉사가 꾸준히 줄고 있다.


서울연구원의 최근 자료에 따르면 우리나라 전국의 전통적 자원봉사 참여율은 2003년 14.6%에서 2006년 14.3%로 내려갔다. 2009년 19.3%로 상승한 이후 2011년 19.8%, 2013년 19.9%로 조금씩 오르다 2015년 다시 18.2%로 떨어졌다. 2009년 이후 10년째 18~19%대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자원봉사의 양적 참여가 정체되는 가운데, 프로보노 같은 전문적인 자원봉사 비율은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의사나 변호사 등 전문가가 참여하는 프로보노의 경우 2011년 전국 참여율이 15.9%였으나 2013년 19%로 올랐고 2015년엔 30.3%까지 급상승했다.


전통적 자원봉사 참여율이 정체되는 이유로는 경기침체와 개인주의 확대가 거론된다. 여기에 시민사회단체나 사회적경제 등 새 민간영역이 주도하는 전문적 자원봉사가 늘며 질적 향상은 꾸준한 것으로 분석된다.


우리나라 자원봉사 참여율 감소의 해결방안으로는 ▲선진국형 인센티브제 도입 ▲정부의 행정적 지원 ▲인식 전환 등이 거론된다.


특히 주목받는 것이 인센티브다. 자원봉사 제도가 발달한 미국의 경우 ‘자원봉사보호법’에 의거, 봉사활동에 소요되는 실비와 실비 외 월 500달러(약 55만원)를 넘지 않는 대가를 허용한다.


자원봉사가 발달한 일본도 소정의 활동비를 제공한다. ‘유상 자원봉사’라는 개념이 정립돼 있다. 이런 사람들을 자원봉사(volunteer)와 아르바이트(arbeit)의 중간 개념인 ‘보라바이토(ボラバイト)’라고 부른다. 대개 8~10시간 봉사하고 300~700엔(약 3000~7000원)을 받는다. 지역의 온천, 교통편 등 다양한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는 지역통화를 제공하기도 한다.


일본 도쿄의 자원봉사단체 관계자는 “초고령화 사회에 접어들며 자원봉사 수요가 크게 늘고 분야도 다양해졌다”며 “봉사자들의 삶의 질도 점차 중요해져 소정의 대가를 지급하고 있다. 물론 일정 부분 정부가 지원해줘 가능한 일”이라고 설명했다.


변화하는 자원봉사에 대한 시민 인식전환도 필요하다. 서울연구원은 “우리나라는 이미 시설 중심‧서비스 제공형 노력봉사에서 시민 참여형 전문봉사로 욕구가 변화하고 있다”며 “여전히 자원봉사를 서비스 제공형 봉사, 비전문적 노력봉사로 인식하는 경향이 있다”고 지적했다.


또 “청소년 자원봉사의 경우 실적을 채우기 위해 비자발적으로 이뤄지는 문제점이 있었다”며 “실비지원과 소득활동의 구분을 명확히 하고 이에 대한 현장 혼선을 최소화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하지만 '유급 자원봉사'에 대한 반론도 만만치 않다. 10여년 이상 자원봉사 활동을 해오고 있는 이미숙씨(50)는 "선진국의 경우는 자원봉사 문화가 오래 전부터 자리잡아 참여율이 미국의 경우 50%가 넘는다고 한다. 선진국은 자원봉사를 당연한 사회참여와 봉사로 받아들이고 일상생활에서 자원봉사를 실현하고 있다. 이런 과정에서 축적된 자원봉사 문화는 그 자체로 성숙돼 있고, 힘든 일에 대해서는 인센티브제를 운영해도 별 무리가 없다. 하지만 우리나라의 경우 아직 자원봉사 문화가 정착이 되지 않은 상황에서 활동비를 지급할 경우, 자원봉사의 기본 의미마저 퇴색되고 또 다른 일자리로 전락할 가능성이 높다. 활동비 지급은 단기적 처방은 될 수 있겠지만, 장기적으로 볼 때 참여율 향상에 도움이 되지 않을 것이다. 무엇보다 국민들의 인식 개선이 시급하다"라고 말했다.


자원봉사 참여율을 높이기 위해 단순히 활동비를 지급하려는 의도는 정책적으로 '붐업'을 시키기 위한 고육지책 성격으로 해석된다. 하지만 아직도 자원봉사를 개인의 만족 정도로만 생각하는 경향이 있는 한 활동비 지급은 대증요법에 지나지 않을 것이다. 자원봉사는 사회에 참여하는 시민의식의 발로에서 나와야 한다. 활동비가 왜곡된 자원봉사 문화를 근본적으로 바꾸기에는 무리가 있다. 자원봉사 문화를 제대로 정착시키기 위해 정부의 장기적인 접근이 필요한 때다.


성기노 에디터 trot@featuri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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