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종로구 고시원 화재 사고 현장에서 극적으로 탈출한 ㄱ씨(59)가 “창틀에 고인 빗물로 코를 닦고 겨우 탈출했다”고 당시 긴박한 상황을 전했다.


서울 중구 국립중앙의료원에서 치료를 받고 있는 건설노동자 ㄱ씨는 병원 관계자를 통해 “혼자 3층에서 파이프(배관)를 타고 밖으로 빠져나왔다”며 이렇게 밝혔다. ㄱ씨는 탈출 과정에서 이미 뜨겁게 달궈진 문 손잡이와 창틀을 잡았다가 왼손에 화상을 입은 것으로 전해졌다.


불이 난 고시원에서 3년째 거주했다는 ㄱ씨는 현재 화재로 인해 심리적으로 불안정한 상태를 보이고 있어 병원 관계자를 통해 당시 상황을 전했다.


ㄱ씨는 “손에 걸리는 걸 잡고 내려왔고, 창틀을 잡았는데 온도가 너무 높아서 왼손에 화상을 입었다”며 “보통 일을 나가기 전에 오전 4~5시에 일어나는데, 5시 조금 전에 매캐한 연기 때문에 눈을 떴다가 밖에서 ‘우당탕’ 소리를 들었다”고 증언했다.


처음 불이 난 것으로 알려진 3층 출입구에서 가까운 방에 머물렀다는 ㄱ씨는 “이미 복도쪽은 문이 벌겋게 달아올라 겁이 나 나갈 엄두를 내지 못했다”며 “다행히 전날부터 내린 비로 인해 창틀에 고인 빗물로 코와 입을 적시고 내려왔다”고 말했다.


ㄱ씨는 “창이 좁아서 어깨가 빠지는 데 힘이 들었다”고 탈출 상황을 설명했다.


거주자들은 화재 당시 스프링클러가 작동하지 않았고, 경보기도 고장난 상태였다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성기노 에디터 trot@featuri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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