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울 강남구 수서경찰서에서 12일 오전 열린 숙명여고 문제유출 사건 수사결과 브리핑 현장에 전 교무부장 A씨와 두 딸로부터 압수한 압수물들이 놓여있다. 경찰은 자매의 시험지에 정답 목록이 적혀있는 것을 발견했다.



경찰이 숙명여고 정기고사 시험문제·정답 유출 사건 수사를 마무리하고, 전임 교무부장 A씨(53)와 그의 두 딸인 쌍둥이 자매를 기소의견으로 검찰에 송치했다.


서울 수서경찰서는 12일 오전 사건 수사결과 브리핑에서 A씨와 그의 쌍둥이 딸을 각각 구속, 불구속 기소의견으로 검찰에 송치했다고 밝혔다. A씨는 지난 6일 “증거인멸의 우려가 있다”는 법원의 판단에 따라 구속됐다. 쌍둥이 자매는 1명이 호흡곤란 증세로 병원 진단서를 제출한 것과 둘 다 학생 신분인 점이 고려돼 불구속 상태로 검찰 조사를 받게 됐다. 


시험지와 정답 유출을 방조한 혐의로 입건됐던 전 교장, 교감, 고사총괄교사는 불기소 의견으로 검찰에 넘겨졌다. 이들 3명은 A씨가 근무하고 있는 학교에 자매가 재학 중임에도 A씨를 교무부장 직위에서 배제하지 않았다. 경찰은 “이 사실만으로는 학업성적 관리업무를 방해한 방조범으로 인정하기 어렵다”고 봤다. 


A씨는 지난해 6월부터 올해 7월까지 총 다섯 차례의 정기고사 시험지와 정답을 유출해 학교의 성적관리 업무를 방해한 혐의를 받고 있다. 자매는 부친으로부터 문제를 미리 받아 부당하게 시험을 치른 혐의(업무방해)를 받는다.


경찰에 따르면 자매가 부당하게 시험을 치른 것은 1학년 1학기 기말고사, 1학년 2학기 중간·기말고사, 2학년 1학기 중간·기말고사다. 문제를 제공 받지 않고 시험을 본 것은 1학년 1학기 중간고사뿐이었다. 자매는 덕분에 1학년 1학기 때 각각 문과 121등, 이과 59등이었던 성적을 문과 5등, 이과 2등까지 크게 올렸다. 2학년 1학기에는 둘 다 각 과에서 1등을 석권했다. 



▲ 정답이 적혀있는 쌍둥이 자매의 시험지.


▲ 정답이 적혀있는 쌍둥이 자매의 시험지.



이에 학원가 등을 중심으로 문제 유출 의혹이 제기됐고, 지난 8월 31일 서울시교육청의 의뢰를 받은 경찰이 수사에 나섰다. 경찰은 기초조사 이후 지난 9월 5일 숙명여고 교무실과 A씨 자택 등 3곳을 압수수색하고, 교사 등 참고인을 조사했다. A씨와 자매를 포함한 피의자들에 대해서는 각 2~5번씩 조사했다.


수사 결과 쌍둥이 자매가 2학년 1학기 기말고사의 전 과목 정답을 ‘암기장’에 메모해 둔 사실이 밝혀졌다. 또한 자매의 시험지에서 미리 외워온 정답 목록을 아주 작게 적어둔 흔적도 나왔다. 물리 과목의 경우 시험지에 적힌 정답 목록이 발견됐지만, 문제를 풀기 위해 계산을 한 흔적은 없었다. 


디지털포렌식 분석 결과 자매 중 동생의 휴대전화에서 2학년 1학기 기말고사의 영어 서술형 문제 정답이 메모돼 있는 것도 확인됐다. 이는 시험보다 앞서 작성된 것이었다. 경찰은 자매 자택에서 나온 미적분 과목의 새 시험지도 미리 유출된 것으로 의심하고 있다. 



▲ 경찰이 압수수색을 통해 확보한 문제유출 정황 중 쌍둥이 자매 휴대전화 메모장에서 나온 영어 서술형 문제 답안.



그러나 A씨와 자매는 경찰 조사에서 모든 혐의를 부인했다. A씨는 문제유출 정황을 보여주는 자료에 대해서는 “모른다”고 답했고, 자매는 열심히 노력해 성적이 향상된 것이라는 취지로 진술했다. 시험지에 정답 목록이 적혀있던 것에 대해서는 “채점을 위해 메모한 것”이라고 부인했다. 


A씨는 올해 1학기 중간·기말고사 시험지가 교무실 금고에 보관된 날에 시간 외 근무를 하고도 근무 대장에 기록하지 않은 것에 대해서도 “평소 초과근무를 했을 때보다 일찍 퇴근했기 때문”이라고 해명했다.


성기노 에디터 trot@featuring.co.kr

저작권자 © 피처링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