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말 통신 대란에 자영업자들은 가게 문을 닫고, 시민들은 공중전화 앞에서 발을 동동 굴렀다. KT망을 이용하는 전화는 물론 카드결제 단말기와 현금인출기(ATM) 모두 먹통이 되면서 피해 지역에서는 경제활동이 마비됐다.


피해는 특히 소상공인들 사이에서 컸다. 결제 수단이 없는 손님들이 발길을 돌리면서 일부 가게들은 매출이 절반 가까이 떨어졌다. 서울 마포·서대문·용산·은평·중구 일대뿐 아니라 경기도 고양시에서도 피해가 속출했다. 마포구에서 카페를 운영하는 구정한(46)씨는 25일 “카드 결제와 와이파이가 안 된다는 말에 많은 손님이 발길을 돌렸다”며 “지난주 토요일 대비 하루 매출이 30∼40% 줄었다”고 말했다. 이태원에서 치킨집을 하는 이모(32)씨도 “몇몇 손님은 현금을 뽑아오겠다고 했는데 주변 ATM이 작동이 안 돼 애를 먹었다”고 했다.


KT 인터넷을 쓰는 PC방들은 이틀째 ‘강제 휴업’ 중이다. 한 달 전부터 서대문구에서 PC방을 운영하고 있는 김동진(27)씨는 “화재 당일 대관 행사가 있어 손님 80명이 와 있었는데 오전 11시쯤 갑자기 인터넷이 끊겼다”며 “KT에 전화하니 화재가 나서 케이블에 문제가 생긴 것 같은데 정확히 모르겠다고 하더라”고 말했다.


업주들은 정확한 복구 시점을 알 수 없어 불안해했다. 김씨는 “월요일까지 안 되면 다른 대책을 강구할 생각”이라며 “근처 PC방들이 타사 인터넷을 써서 애써 확보한 고객들이 죄다 이탈할까 걱정된다”고 털어놨다. 중구에서 분식집을 운영하는 김성열(35)씨도 “배달 앱 접속이 막힌 데다 KT망 휴대전화를 쓰는 배달 알바생들도 연락이 안 되다 보니 배달 주문을 한 건도 받지 못했다”며 “주말 내로 복구되지 않으면 급한 대로 타사와 계약 맺는 방안을 고려 중”이라고 했다.


가족이나 지인과 연락이 두절된 시민들은 불안을 호소했다. 인터넷과 이동통신사 모두 KT를 사용하는 1인가구는 외부와 단절됐다. 근처 카페나 PC방으로 ‘피난’을 가도 상황은 마찬가지여서 혼란은 이어졌다. 허모(32)씨는 “마포에서 자취하는 친구와 만나 밥을 먹기로 했는데 몇 번을 전화해도 안 받아서 당황했다”며 “1시간 후에야 SNS로 연락이 오더라”고 했다. 서대문구에 사는 정모(49)씨도 “전화와 인터넷, TV가 다 먹통이 돼서 라디오로 바깥 상황을 겨우 확인했다”며 “나중에 인터넷이 되는 PC방에 가서야 지인들에게 연락을 할 수 있었다”고 하소연했다.


주차비를 결제해야 차단기가 열리는 주차장에서는 시민들이 ‘감금’된 사례가 속출했다. 자가용을 끌고 주말 나들이를 나온 가족들은 내비게이션이 먹통이 되면서 불편을 겪었다. 이모(40)씨는 “남편이 오전에 유료주차장에 차를 대놨었는데 결국 차는 버리고 몸만 빠져나왔다”며 “휴대전화도 먹통이어서 관리자에게 전화하지도 못했다”고 했다.


성기노 에디터 trot@featuri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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