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세훈 전 서울시장이 29일 자유한국당에 입당했다.


오 전 시장은 국회에서 입당식 직후 기자간담회를 열어 "문재인정부가 국민 앞에 반성하고 좀 더 잘해서 약속했던 대로 어려운 분들의 생활을 낫게 하겠다는 반성문을 써도 부족할 판에 오만하게도 20년 집권론을 입에 올리고 있다"면서 이같이 밝혔다.


오 전 시장은 또 "야당이 단일대오를 형성하지 못하고 지리멸렬하기 때문에 이렇게 실정을 거듭하고도 여권이 국민 앞에 겸손하지 않은 것"이라면서 "이 정부의 무능과 고집스러운 폭주를 그대로 지켜볼 수만은 없다"고 비판했다.


오 전 시장은 "내년에 치러지는 한국당 전당대회가 보수의 가치에 동의하는, 보수우파의 이념과 철학에 동의하는 모든 정파가 모여 치르는 통합 전대가 되면 가장 바람직할 것"이라면서 "그래서 다가오는 총선에서 승리해야 한다는 목표를 향해 나가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강조했다.


그는 제21대 총선에서의 추미애 전 민주당 대표의 지역구인 서울 광진을 출마설에 대해 "지켜보며 결정해야 할 문제"라면서도 "광진구가 우리 당 입장에서는 선거를 치르기가 수월치 않은 곳이지만 그곳보다 더 어려운 곳으로 가라 해도 찾아가서 제 책임을 다하는 게 도리"라고 답했다.


이는 한국당의 지지도가 상대적으로 약한 이른바 '험지'에 출마하는 것으로, 오 전 시장은 지난 4월 이미 광진구 자양동으로 이사한 바 있다.


이어 오 전 시장은 지난 2011년 학교 무상급식 투표 후 시장직을 중도 사퇴한 데 대해 "다시 한번 깊이 머리 숙여서 사죄한다"면서 "다만 복지 포퓰리즘이 분명하게 예상돼 복지 기준선에 맞춰 정책을 펼쳐나가야 한다는 소명의식과 책임의식의 발로였다"고 설명했다.


오 전 시장은 또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과정에서 새누리당(한국당의 전신)을 탈당한 데 대해서도 "당시 해외에 체류 중이던 후보의 지지율이 상당히 높았고 그분을 중심으로 대선을 치러서 '해볼 만한 대선을 만들어 보자'라는 공감대가 있었다"면서 "결과적으로 실패한 정치 실험이 된 데 대해 깊이 머리 숙여 반성한다"고 사과했다.


이는 당시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을 보수 진영의 후보로 옹립하기 위해 바른정당에 합류했던 사실을 언급한 것이다.


한편 오 전 시장은 당에 신설되는 미래비전특위의 위원장을 맡아 문재인정부의 소득주도성장과 차별화한 성장 전략 등을 수립해 보수 우파 정당으로서 노선을 재정립하는 작업을 맡을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내년 2월 말께로 예상되는 전당대회에 출마할 방침이어서 선거 판도에도 영향을 미칠 것으로 전망된다.


하지만 오 전 시장의 자유한국당 입당 및 역할에 대해 여론은 여전히 싸늘한 편이다. 그가 저지른 최악의 정치적 실수는 바로 무상급식에 따른 서울시장 중도사퇴였다. 지금은 학급별 무상급식이 거의 보편화된 상황이다. 미래를 내다보지 못하고 정치적 이해관계에 따라 복지정책을 대권논리에 이용했다는 비판에서 그는 자유로울 수 없다.


오 전 시장은 당시 박근혜 전 대표 위주의 일방적 대권구도를 깨기 위해 무상급식 투표를 통해 승부수를 던진 것이라는 평가가 많았다. 당내에서는 무상급식은 시대적 흐름인데 괜한 짓을 한다는 비판이 많았지만, 오 전 시장은 끝가지 고집을 꺾지 않고 밀어붙였다. 이 과정에서 무상급식을 미끼로 대권 장난질을 하고 있다는 비난도 나왔다. 결국 무상급식 반대는 무산됐고 그는 서울시장직을 던지고 말았다.


이 과정에서 터져나온 여러가지 시정 난맥과 정쟁은 많은 후유증을 낳았다. 지난 20대 총선에서 오 전 시장은 종로에 출마했지만 낙선하고 말았다. 그가 2011년에 저지른 무상급식 논란과 서울시정 혼란에 대한 평가였다. 무상급식 논란은 오 전 시장의 대권 탐욕을 드러낸 대표적인 정치적 실수였다.


오 전 시장은 기회주의자라는 비판도 나온다. 오 전 시장은 지난 2017년 1월 박근혜 탄핵 정국에서 한국당을 탈당한 후 바른정당 창당에 합류해 최고위원을 지냈다. 그러다 지난 2월 바른정당과 국민의당 합당 논의가 진행되자 다시 탈당해 한국당 입당을 저울질해왔다.





이런 철새 행보는 지난 2007년 3월 20일 노무현 전 대통령의 정곡을 찌른 '멘트'를 연상시킨다. 노 전 대통령은 당시 한나라당을 탈당한 손학규 전 경기지사를 겨냥해 ''보따리 장사하듯이'' 정치를 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노 대통령은 그날 국무회의를 주재한 자리에서 국무위원들에게 "항상 정치현상에 대해 가치 판단을 가지고 있길 바란다"며 "보따리 장사같이 정치를 해서야 나라가 제대로 되겠느냐"고 말했다. 물론 손학규 전 지사라는 말은 직접 하지 않았지만 노 대통령 발언의 전후 맥락은 손 전지사를 겨냥한 것이었다.


노 대통령은 "탈당을 하든 입당을 하든 평상시의 소신을 갖고 해야지, 선거를 앞두고 경선에서 불리하다고 탈당하고 이렇게 하는 것은 기본적으로 민주주의 원칙에 맞지 않는 일"이라고 말했다. 또한 그는 "그렇게 하면, 자기가 후보가 되기 위해 당을 쪼개고 만들고 탈당하고 입당하고 이런 일을 한다고 하는 것은 민주주의 원칙을 근본에서 흔드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노 대통령은 "민주주의 정치에서 진보다, 보수다, 중도다하는 노선도 매우 중요한 가치지만 그 가치의 상위에 원칙이란 가치가 있다"며 "게임의 규칙을 지킬수 있는 원칙을 존중할 때 비로소 민주주의 정치가 성립되는 것"이라고 말했다.


특히 노 대통령은 "원칙을 파괴하고 반칙하는 사람은 진보든 보수든 관계없이 정치인 자격이 없는 것"이라며 손 전 지사를 우회적으로 비판하고 "원칙을 지킬줄 모르면 그 정치는 한발도 앞으로 나갈수 없다"고 말했다. 그리고 노 대통령은 "정치적 판단을 하거나 정치적 지도자로서 하는 경우도 있을 것이지만 어느 경우든 정치의 원칙을 반드시 준수하라"고 말했다.


노 대통령은 "유권자로서 판단할때라도 그와 같은 판단을 갖고 있어야 한다"며 "앞으로 우리 정치가 원칙을 가지고 이뤄지길 바란다"고 말했다. 노 대통령은 "요새 정치가 돌아가는 상황을 보고 답답해 국민들한테 한마디 정치에 대한, 정치의 판단 기준에 대해 말씀드렸다"고 덧붙였다.


노 대통령이 당시 언급한 '정치적 판단 기준'은 지금 상황에서도 유효해보인다. 원칙과 소신을 지키지 않는 지도자, 이해관계에 따라 정치적 입장을 뒤집는 지도자보다 더 추한 정치인이 있을까. 오세훈의 선택은 그래서 여론의 지지를 받지 못한다.


힘도 없는 야당이 의지해야 할 곳은 어디일까. 박정희 시대 그 엄혹한 독재정권에서도 양김이 끝까지 싸울 수 있었던 원동력은 무엇이었을까. 바로 국민들의 묵묵한 응원이었다. 여론의 지지가 없는 야당은 존재 이유가 없다. 자유한국당이 지금처럼 비틀거리는 것도 국민들의 지지가 없기 때문이다.


그나마 야당에서 인물이라고 자처하는 오세훈의 선택에는 '오세훈'만 있지, 국민은 없다. 그런 자유한국당의 상황이 그냥 서글플 뿐이다. 미래를 내다보고 지금이라도 새로운 인물을 키워야 한다. 차곡차곡 여론 적금을 드는 심정으로 다시 시작하는 자유한국당의 모습은 언제쯤 볼 수 있을까.


성기노 에디터 trot@featuri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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