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와대 반부패비서관실 특별감찰반 비위 의혹이 잇따르면서 조국 민정수석 거취가 정국의 핵으로 부상하고 있다.


그간 몸을 낮춰 온 여권이 3일 ‘조국 지키기’로 반격에 나섰다. 야권의 조 수석 사퇴 요구를 ‘정치적 행위’라 공격했고, 조 수석 거취를 사법개혁 성패 문제로 확장시키려 한 것이다. 최근 청와대 내부 기강해이 사건이 정국 위기의 단초가 될 수 있다는 우려와 함께 조 수석이 문재인 정부의 상징적 인물이라는 점을 강조한 움직임으로 해석된다. 야권은 추가 의혹이 불거질수록 조 수석 경질 목소리를 키우고 있다.


더불어민주당 이해찬 대표는 이날 취임 100일 기자회견에서 “야당에서 조 수석에 대한 문책이나 경질을 요구하는데, 그건 야당의 정치적인 행위라고 본다”고 잘라 말했다. 이어 “파악한 바로는 조 수석은 사안에 관해서는 아무런 연계가 있지 않다”면서 “사안의 크기만큼 관리자가 책임을 져야 하는데 그렇게 큰 사안은 아니다”라며 야권의 사퇴 요구를 일축했다.


이재정 대변인은 “(전날 낸 대국민 사과 논평은) 집권여당으로서 도의적 책임을 적시한 것”이라며 “적폐청산과 공직기강, 사법개혁에 있어 조 수석의 역할에 힘을 실어줘야 한다는 것이 당의 입장”이라고 밝혔다.


여당 곳곳에선 동시다발적으로 ‘조국 지키기’ 움직임이 나타났다. 표창원 의원은 “흔들지 말자. 이명박·박근혜 정권 내내 비리를 감춘 민정수석의 과거는 잊었나”라고 했고, 손혜원 의원은 “문재인 대통령과 마지막까지 함께할 단 한 분의 동반자”라고 조 수석을 엄호했다. 박광온 최고위원과 6선 이석현·4선 안민석 의원 등도 각각 조 수석 역할론을 들며 방어에 나섰다.


이 대표는 기자회견에서 전날 조응천 의원의 ‘조 수석 자진사퇴론’ 주장에 대해 “본인한테 확인한 바로는, ‘(특감반 관련 의혹을) 조속하게 처리해 달라’는 뜻으로 한 발언이라고 한다”고 설명했다.


여당의 ‘총력 엄호’는 현 상황을 총체적 위기 국면으로 파악하고 있다는 방증이다. 앞서 지난달 중순 보수야당이 “인사 검증 실패의 책임을 물어야 한다”며 조 수석 경질을 요구했을 당시 별다른 대응을 하지 않았던 것과는 다른 기류다. 최근 문 대통령 지지율 하락세와 맞물려 ‘더 이상 밀리면 개혁 동력을 회복하기 어렵다’는 위기감이 조 수석에게 투영된 것으로 풀이된다. 특히 문재인 정부 핵심기조인 ‘적폐청산’을 대표하는 조 수석의 상징성을 감안하면 더더욱 양보하기 어렵다.


청와대도 “다른 이야기가 청와대 안에서 나오지 않도록 하자”는 분위기를 형성한 것으로 전해졌다. 조 수석에 대한 문 대통령의 신뢰가 확고하다는 것이 여권의 다수 견해다.


문 대통령의 신뢰와 여권의 엄호 의지가 강한 만큼 야권의 사퇴 요구는 더욱 거세질 수밖에 없다. 장하성 전 청와대 정책실장에 이어 조 수석까지 중도하차시키는 데 성공한다면, 경제·사회 분야의 ‘날개’를 꺾을 수 있다는 판단이 작용하는 것으로 보인다.


자유한국당 김성태 원내대표는 “민정수석이 자기 정치하느라 SNS나 하는데, 이러고도 나라 꼴이 잘 돌아가기를 바란다면 도둑놈 심보”라고 했고, 바른미래당 김관영 원내대표는 “조 수석 사퇴는 빠르면 빠를수록 좋다”고 말했다. 반면 민주평화당 박지원 의원은 페이스북에 “만약 그가 물러간다면 사법개혁은 도로아미타불로 원점회귀 가능성이 높다”고 우려했다.


사실 역대정권에서는 정국에 위기가 올 때마다 인적쇄신을 통해 돌파구를 마련하곤 했다. 측근들 위주로 중용하기보다 새로운 인물을 영입해 국민들에게는 신선함을 주고, 내부적으로는 충성 경쟁을 유도해낼 수 있는 장점이 있다.


조금 먼 예이긴 하지만, 김영삼 전 대통령은 지난 15대 총선에서 이재오, 김문수 등 좌파 노동계 인사를 비롯해 자신과 정치적 의견이 정반대인 인사들까지 영입해 보수 여권의 난공불락으로 여겨지던 서울에서 승리를 거두는 저치감각을 발휘하기도 했다.


현재의 상황과는 다소 차이는 있지만, 정국돌파를 위해 역대정권에서는 새로운 인물 영입을 통한 인적쇄신 카드를 늘 염두에 두곤 했다. 하지만 문재인 대통령은 이러한 인위적인 쇄신을 별로 탐탁치 않게 생각한다. 한번 중용한 참모는 좀처럼 바꾸지 않고 끝까지 데리고 가는 편이다. 장관도 웬만해선 업무 연속성을 위해 임기를 충분히 보장해주는 편이다.


이런 점에서 조국 민정수석의 교체는 일단 유력해보이지 않는다. 더구나 정국위기 탈출을 위한 희생양 카드로 조 수석을 버리는 일은 없을 것으로 보인다. 문재인 대통령의 인사 스타일 상 조 수석의 교체 변수는 거의 없다는 게 중론이다.


여기에는 문 대통령과 조 수석의 이심전심의 상호교감도 작용했을 것이다. 조 수석은 재야에서 오랫동안 쓴소리를 해온 대표적인 시민사회그룹 인사로서 신선함과 개혁성을 갖춘 인물이다. 일각에서는 차기 대권주자로까지 받아들이고 있다. 이러한 정치적 잠재력을 문 대통령도 살려나가고 싶은 의지가 있을 수 있다. 여권 차기주자 다양화를 위해서라도 조국 카드는 매력있다.


동시에 문 대통령 자신이 민정수석을 오랫동안 지내 그 직책의 무게와 역할을 누구보다도 잘 안다. 이번 사태가 민정수석의 직접적 책임이 있는 것은 아니라는 게 여권의 설명이다. 문 대통령도 민정실 직원 개인의 일로 받아들이는 듯하다. 청와대 비서실장을 지낸 '야당'의 박지원 민주평화당 의원이 "조국 수석의 사퇴를 반대한다"라고 밝힌 것도 사법개혁을 이어나가야 한다는 점에서도 그렇지만 권력 생리를 누구보다 잘 알고 있는 박 의원이 이번 사태가 조국 수석의 사퇴로까지 하기에는 그리 심각하지 않다는 점을 알았기 때문이다.


이런 여러가지 요소들이 복합적으로 작용해 조국 수석에 대한 사퇴론은 물밑으로 잠복할 가능성이 높다. 하지만 이번 조국 수석 사퇴 파동의 진파는 장기적으로 문재인 대통령에게 직접 향할 수 있다. '조국 수석=문재인 대통령'의 등식이 성립하는 이상 향후 또 다른 문제점이 불거질 경우 이는 문 대통령에게 직접적인 타격이 될 수도 있다.


여권 일부에서는 조 수석이 법 지식이 해박하고 개혁성향이 뚜렷하긴 하지만 공직사회를 경험해보지 못한 한계 때문에 조직 장악력에는 다소 문제가 있다는 지적을 내놓고 있다. 이명박 정권 때 민정고위직에 있었던 한 인사는 이에 대해 "특감반 등 청와대 민정의 검찰라인이 '사람 좋은' 조 수석을 만만하게 본 결과가 이번 사태로 이어진 것"이라는 주장도 하고 있다. 


청와대 권력의 날이 셀수록 그 파괴력을 제어하고 단속하는 수장의 면밀한 장악력이 더 크게 요구된다. 조 수석이 과연 그 험난한 과정과 위기를 잘 극복하고 무사히 청와대를 나가 제 2의 스테이지로 나갈 수 있을지 관심을 모은다.


성기노 에디터 trot@featuring.co.kr

저작권자 © 피처링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