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한국당에서 이명박·박근혜 전 대통령 석방을 요구하자는 주장이 꿈틀대고 있다. 비박근혜계 좌장격인 김무성 의원(67)이 “앞장서겠다”고 하면서, 친박·비박 계파를 넘어 ‘태극기 세력’까지 아우르는 보수 통합 발판으로 여기는 모양새다. 하지만 헌정사상 초유의 국정농단에 대한 사법적 단죄가 완료되지 않은 상황에서 한국당이 오로지 정치공학적 판단으로 석방을 거론한다는 비판도 나온다.


김 의원은 5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기자들과 만나, 친박계 홍문종·윤상현 의원 등과 최근 만난 사실을 두고 “우리가 잘못해서 탄생한 문재인 정권이 현재 여러 가지 문제를 야기하고 나라를 잘못 이끌기 때문에, 지난 과거와 잘못을 총론적으로 서로 인정하고 화해하고 통합해서 문재인 정부 폭주를 막아내자고 합의했다”며 “한 참석자가 ‘이명박·박근혜 전 대통령이 증거인멸 여지도 없고 고령인데 석방을 요구할 의사가 없느냐’고 제안해서 ‘얼마든지 할 수 있다. 앞장서겠다’, 이 정도 이야기를 했다”고 밝혔다.


국회 탄핵소추위원단장이었던 비박계 권성동 의원과 보수 논객 조갑제·정규재씨 등도 당시 모임에 참석했다. 결국 친박·비박 핵심 의원들과 태극기 세력에 지분이 있는 인사들이 만나 화해와 통합을 결의했다는 것이다. “우파 통합”(김무성 의원), “반문(재인)연대”(윤상현 의원) 등 산발적으로 나온 통합 논의가 윤곽을 갖춘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두 전직 대통령 석방 요구는 이 같은 흐름의 물꼬를 틀 ‘카드’로 띄운 것으로 보인다. 한국당 내에선 ‘이명박·박근혜 전 대통령 불구속 재판 촉구 결의안’을 발의한다는 구체적인 방안까지 언급된다.


하지만 사법적 문제를 정치적으로 이용한다는 비판이 제기된다. 이달 원내대표 선거와 내년 초 전당대회를 앞두고 친박계·보수강경층 표심을 노린 선거 전략이라는 것이다. 원내대표 후보 사이에선 ‘사면’ 주장까지 나온 상황이다. 한 보수진영 인사는 “수가 너무 뻔히 보이는 정치적 쇼”라고 했다.


정치적으로도 풀기가 쉽지 않다. 비박계가 주도하는 모양새가 되면서 친박계 거부감이 만만찮다. 일부 친박은 박 전 대통령 탄핵에 가담했던 비박계에 줄곧 사과를 요구해왔다. ‘친박 맏형’ 무소속 서청원 의원은 4일 페이스북에 김 의원을 겨냥해 “후안무치(낯이 두꺼워 부끄러운 줄 모름)”라고 비판했다. 김 의원은 이날 “지금 공방을 벌이는 건 아무 도움이 안된다”고만 했다.


그동안 이명박 박근혜 전 대통령의 석방은 일종의 금기어일 정도로 이 사안은 민감한 것이었다. 하지만 김무성 의원을 비롯한 범박그룹이 내년 당권 도전을 앞두고 세력 규합에 나서면서 두 전직 대통령의 석방을 일종의 부양책으로 이용하려는 모양새다. 여기에는 최근 급격하게 세를 불리고 있는 태극기부대로 상징되는 강경보수세력에 대한 포용전략도 깔려 있다. 두 전직 대통령의 석방을 연결고리로 그들을 자유한국당의 주요 세력 가운데 하나로 끌어들이려는 것이다.


하지만 이런 정략적 접근은 극히 일부 강경세력을 끌어들이기 위해 합리적 중도세력을 떠나보내는 자충수로 작용할 가능성이 크다. 김무성 의원은 그 자체로 야당의 구태세력이다. 그가 주도하는 그 어떤 정치전략도 시대의 흐름을 거꾸로 가는 구시대적인 발상일 뿐이다.


성기노 에디터 trot@featuri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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