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일 오후 검찰 수사를 받던 중 투신 사망한 이재수(60) 전 국군기무사령부 사령관은 약 2주 전 지인에게 "가족을 잘 부탁한다"고 말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 전 사령관의 지인은 본지에 "유언 비슷한 말을 한 뒤부터 연락을 받지 않았다. 뭔가 심상치 않다고 느꼈다"며 "구속영장이 기각된 뒤 수사받는 부하들 때문에 심적으로 많이 괴로워했다고 들었다. 그때부터 연락이 끊겼다"고 했다.


이 전 사령관은 지난 3일 구속영장 실질심사를 받으러 들어가면서 기자들에게 "모든 공은 부하에게, 책임은 나에게라는 말이 있다. 그게 지금 제 생각"이라고 했다. ‘한 점 부끄럼 없었다는 입장은 여전히 변함없나’는 질문에는 "그렇다"고 짧게 답했다.


이번 수사에서 이 전 사령관 부하들은 줄줄이 구속되거나 재판에 넘겨졌다. 사령관 시절 참모는 물론 실무 책임자도 일부 포함됐다. 검찰 안팎에서는 "이 전 사령관이 부하들에 대한 책임감 때문에 심적 부담을 느낀 것 아니냐"는 이야기가 나온다.


육군사관학교를 37기로, 평생을 군인으로 산 이 전 사령관은 군 내에서 인사 전문가로 알려져 있다. 이 전 사령관은 육군본부 핵심부서인 인사참모부에서 다양한 보직을 두루 경험했다. 인사기획과장·선발관리실장 등을 지냈고, 장군 진급 후에도 인적자원개발처장으로 근무했다. 육군 제2작전사령부 인사처장과 53사단장을 거쳐 육본 인사참모부장을 지냈다.


박근혜 정부 출범 직후인 2013년 4월 중장으로 진급, 육군 인사사령관으로 발령났다가 불과 6개월 만인 2013년 10월 기무사령관으로 발탁됐다. 특히 전임자인 장경욱 사령관이 6개월 만에 교체되며 후임 사령관으로 부임했는데, 당시 이례적 인사라는 평가를 받았다.


하지만 그는 이듬해 10월 갑자기 기무사령관에서 경질돼 두달 뒤 군복을 벗었다. 경질 인사는 당시 한민구 국방장관이 청와대로부터 경질 통보를 보고 깜짝 놀랄만큼 전격적으로 이뤄졌다고 한다. 박근혜 전 대통령의 남동생인 박지만 EG 회장과 중앙고·육사 동기로, 친구 사이인 것이 경질에 영향을 미친 것 아니냐는 해석이 나왔었다. 당시는 박 전 대통령의 측근 정윤회씨와 박 회장 사이의 암투설이 파다할 때였다. 한참 뒤 박 회장은 이 전 사령관에게 "나 때문에 불이익을 받은 것 같아 미안하다"고 위로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작년 3월31일 박 전 대통령이 탄핵 후 삼성동 자택으로 돌아왔을 때 박 회장과 함께 박 전 대통령을 만나러 간 것도 이 전 사령관이었다. 최근 세월호 유족 사찰 의혹으로 검찰 수사를 받을 때 박 회장이 변호사 선임을 돕겠다고 했으나 그가 사양했다는 이야기도 있다.


성기노 에디터 trot@featuri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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