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일 국회를 통과한 내년도 예산안에 국회의원 연봉 인상도 포함되자 여론의 반발이 거세다. 예산안도 늑장 처리한 데다가 ‘일 안 하는 국회’에 대한 국민 불신이 크기 때문이다. 국회의원 연봉을 제3의 기구가 정해야 한다는 의견도 나온다.


국회사무처 발표에 따르면 2019년도 국회의원 수당은 공무원 공통 보수 증가율 1.8%가 적용돼 지난해 연 1억290만원에서 연 1억472만원으로 182만원(1.8%) 올랐다. 여기에 지난해와 같은 활동비 연 4704억원이 더해져 국회의원의 총 보수는 1억5176만원이 됐다. 이는 지난해 총 보수보다 1.2% 증가한 수준이다. 국회사무처는 장관, 차관급보다 상대적으로 적은 금액이 증가했다고 설명했다.


이를 두고 일부 의원들은 별도 감사 기구에서 연봉을 정하자는 의견을 냈다. 표창원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전날 페이스북에 “면구하고 송구하다. 서민 어려움이 큰데 파행 정쟁 일삼는 국회 셀프 연봉인상이라니. 인상분 기부 등 방안을 마련해 공개하겠다”며 “앞으로 국회 예산은 영국처럼 별도 국회 감사기구에서 정해야 한다. 개혁안 마련해 추진하겠다”고 남겼다.


김병관 민주당 의원도 “공직자 보수평가위원회 같은 것을 만들어서 제3자가 정하는 대로 받게 하면 제일 좋겠다는 생각이 든다”고 했다.


투명사회를 위한 정보공개센터에 따르면 영국은 의회 윤리감사기구가 의원의 수당을 책정한다. 의원 수당이 낮은 편인 노르웨이, 스웨덴, 호주는 의원보수산정위원회라는 독립 기구가 수당을 산정하고 의회가 이를 받아들이는 방식을 채택했다. 이들 독립기구는 임금 인상률과 물가 상황 등 경제적 여건들을 고려해 의원들의 보수를 결정한다.



한편 내년 예산안이 지각 처리된 가운데 이번 예산에 국회의원 연봉 인상분이 포함돼 논란이 일고 있다. 국회의원의 연봉 ‘셀프 인상’을 중단하라는 국민청원이 만 하루 만에 7만9000명 이상의 동의를 얻었다.


지난 7일 더불어민주당과 자유한국당이 합의한 2019년도 예산안 수정안에 국회의원 세비 인상분이 포함됐다는 보도가 나오자 청와대 홈페이지 국민청원 게시판에는 이를 반대하는 청원이 잇따라 올라왔다.


이날 한 청원자가 올린 ‘국회 내년 연봉 2000만 원 인상 추진…최저임금 인상률보다 높은 14%… 셀프 인상을 즉각 중단하십시오!’라는 제목의 청원은 하루가 지난 8일 오후 2시 현재 7만9371명의 동의를 받았다.


청원자는 “국민의 목소리를 반영하고 경청해야 할 봉사직인 국회의원의 연봉이 연간 1억6000만 원대”라며 “지금 경제상황은 점점 어려워지고 문 닫는 자영업자가 늘어나며 국가부채는 점점 증가하고 있다. 최저임금 생활비에 허덕이는 근로자와 최저임금 인상으로 자영업자의 시름은 깊어져 가고 있다”고 토로했다.


그러면서 “1년에 열리는 정기 국회나 임시 국회에 정상적으로 참여하는 의원들이 몇이나 되냐”며 “정치 싸움에 휘말려 정상적인 국회 운영도 못 하면서 받아가는 돈은 그대로다. 일반 회사에서 그랬다면 정상적으로 급여를 받을 수 있었을까”라고 지적했다.


논란이 커지자 국회사무처는 보도자료를 통해 “2019년도 국회의원 세비는 공무원 공통보수 증가율 1.8%가 적용돼 2018년 1억290만 원에서 연 1억472만 원으로 연 182만 원 증액됐다”며 국회의원 연봉 2000만 원 인상 보도는 사실이 아니라고 반박했다.


또 법령에 따라 지급되는 활동비 포함 국회의원의 총 연봉은 2019년 1억5176만 원으로, 전년 대비 1.2% 수준 증가했다고 설명했다.


국회 사무처는 “이는 장관급은 물론, 차관급보다도 적은 금액”이라며 “일부 보도에서 사무실 운영비, 차량 유지비, 유류대 등을 합산해 보도하고 있으나 이 경비는 예산안 편성 기준에 따라 편성되는 ‘관서 운영에 소요되는 경비’로 개인 수입과 관계없다”고 밝혔다.


사무처의 이같은 해명은 오히려 화를 불렀다. 누리꾼들은 “그러면 국회의원 하지 말고 차관해라”, “그동안 특수활동비 줄이는 대신 업무추진비 늘리는 등 꼼수를 봐왔는데 이젠 대놓고 연봉 올리겠다고?”, “우리 최저임금을 국회의원이 정하면 국회의원 연봉은 우리가 정해야 하는 거 아닌가”, “국회의원은 명예직으로 가야 한다”, “월급을 스스로 정하는 게 정상인가”라는 등의 반응을 보였다.


국회의원 연봉 관련 논란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지난 1월 최저 시급 인상을 반대하는 국회의원의 급여를 최저 시급으로 책정해달라는 국민 청원에 청와대는 “삼권분립 원칙에 따라 청와대가 관여하기 어려운 사안”이라고 답했다.


당시 청와대의 SNS 방송인 ‘11:50 청와대입니다’에서 정혜승 뉴미디어비서관실 비서관은 “청와대가 국회의원 월급을 결정할 수 없다는 점은 국민도 잘 아실 것으로 본다”면서도 “청와대가 해결하지 못할 것을 알면서도 의견을 모아준 것이 국민의 뜻”이라고 말했다.


이어 정 비서관은 “국회도 이번 청원을 계기로 국민의 신뢰를 얻기 위해서 노력할 것으로 기대해본다”는 바람과 함께 “청와대의 이런 답변이 만족스럽지 않으실 것”이라고 양해를 구하기도 했다.


한편, 이번 국회의원 연봉 인상에 대해 야3당은 거대 양당이 ‘밥그릇만 챙기는 적폐 야합을 했다’고 비판했고 바른미래당은 세비 인상분 200만 원을 모두 기부하겠다고 밝혔다.


물가인상 등의 요인을 감안하면 세비도 올리는 게 무리는 아니다. 하지만 정치권에 대한 불신이 극에 달한 상황에서, 그리고 경제침체 장기화와 실업률 증가 등 각종 경제지표도 땅에 떨어지고 있는 상황에서, 사회지도층의 상징인 국회만이라도 세비를 동결하거나 오히려 낮췄다면 그 얼마되지 않는 금액보다 훨씬 더 큰 이익을 챙겼을지도 모른다.


성기노 에디터 trot@featuri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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