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한국당 나경원 신임 원내대표는 자유한국당의 여성 최다선(4선) 의원으로, 탄탄한 정치 행보를 걸어온 엘리트 정치인으로 평가받는다.


서울대 법대를 졸업한 판사 출신으로서 2002년 당시 법조계 대선배인 이회창 한나라당(자유한국당 전신) 대선후보 특보로 정계에 입문했다. 이 전 총재의 대선 패배 이후엔 변호사로 활동하다 2004년 17대 국회에서 비례대표로 원내에 진출했고 18대 총선 때 서울 중구에서 당선되며 재선에 성공했다.


나 의원은 17∼18대 국회에서 대변인과 최고위원 등을 지내며 당의 간판 여성 정치인으로 확실한 자리매김을 했다.18대 국회에서는 문화체육관광방송통신위 간사를 맡아 이명박정부의 역점 추진과제였던 미디어법을 처리하는 데 주도적인 역할을 했다.


당시 미디어법은 대기업·신문의 방송 진출을 가능하게 하는 내용 등 첨예한 쟁점을 포함하여 진보 야권의 극심한 반발을 샀고, 결국 직권상정 처리됐다.


나 신임 원내대표는 꽃길만 걸은 것은 아니다. 2010년 서울시장 선거에 출사표를 던졌지만 당내 경선에서 쓴맛을 봤고, 2011년 오세훈 당시 서울시장의 사퇴로 치른 보궐선거에서도 박원순 현 시장에게 패배했다. 당시의 패배로 나 의원은 큰 정치적 타격을 입었다. 홍준표 당시 한나라당 대표는 나 의원의 패배에 대해 "집에 가서 쉬세요"라며 빈정거렸던 일화는 유명하다. 당의 전폭적 지원에도 서울시장이라는 중요 선거에서 패배한 나 의원의 정치적 역량을 깎아내리며 비판했던 것이다. 이 서울시장 선거는 나 의원에게 일종의 변곡점이 됐다.



▲ 2011년 서울시장 선거에서 패배한 뒤의 나경원 의원 모습.



나 의원은 이듬해 19대 총선에서는 불출마를 선언하며 정치 공백기를 가졌다. 본인도 서울시장 선거 패배가 큰 후유증으로 다가왔고 이를 극복하기가 쉽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러다 당의 요청으로 출마한 2014년 7·30 서울 동작을 보궐선거에서 노회찬 야권 단일 후보와의 박빙 승부 끝에 승리하며 복귀 신호탄을 쏘았다. 정치인에게는 흔히 오지 않는 재기의 기회였다. 동시에 나 의원이 가진 대중적인 득표 잠재력을 당에서도 인정했기 때문에 절호의 기회가 찾아온 것이기도 했다.


이후 당 서울시당 위원장에 이어 2015년 여성 의원 최초로 국회 외교통일위원장을 맡으며 정치력을 입증했다. 그리고 20대 총선에서도 배지를 달면서 중견 정치인의 대열에 들어섰다.


특히 이번에 삼수 끝에 원내대표에 선출됨으로써 보수 진영 최초의 여성 원내대표라는 타이틀도 갖게 됐다.


하지만 나 원내대표의 '엄친딸'(엄마 친구 딸·모든 걸 갖춘 사람을 비유해 이르는 말) 이미지는 가끔, 주요 국면에서 오히려 아킬레스건으로 작용했다. 사학재단의 딸로서 부유한 환경에서 성장한 데다 판사 출신 엘리트 정치인이라는 이미지는 앞선 서울시장 선거 과정에서 상대 진영으로부터 '온실 속 화초'라는 공격의 빌미가 됐다.


평창동계올림픽·패럴림픽 조직위원회 위원이었던 나 의원이 남북단일팀 구성에 반대하는 서한을 국제올림픽위원회(IOC)에 보냈다가 그의 조직위원 파면을 요청하는 청와대 청원에 30만명 넘게 참여한 것이다.


당시 나 의원은 "남북단일팀 졸속 추진으로 인한 공정성 문제 및 평창올림픽이 북한의 체제선전장으로 활용되고 정치 도구화될 수 있다는 데 대한 우려를 전달한 것"이라고 해명했다. 하지만 이때의 비판은 현재의 남북관계 상황을 감안하면 대의적인 접근이 아니라 정략적 반대에 매몰됐다는 비판을 받는 계기가 됐다.


보수성향이 뚜렷한 나 의원이 이분법적인 발상으로 남북관계에 비판 일변도를 보일 게 아니라 장기적인 관점에서 접근했다면 중도보수층의 더 많은 지지도 받을 수 있었다. 바로 이 지점이 나 의원이 앞으로 침몰해가는 자유한국당을 견인해낼 수 있는 핵심 포인트가 될 전망이다. 무너진 보수층 재건을 위해 당 포지션을 어떻게 가져갈 것인지가 핵심이다.


나 의원은 한때 박근혜 전 대표의 후계자로도 주목을 받았었다. 하지만 2011년 서울시장 선거의 패배로 당의 차기주자 위상도 많이 깎였다. 그 뒤 조윤선 전 문화체육부 장관이 박근혜 정부 들어 잘 나감으로써 상대적으로 더 입지가 위축됐다. 원내대표도 3수끝에 간신히 당선됐다. 당 관례상 동정표도 적잖이 작용했다는 후문이다.


이런 점에서 이번 나 의원의 원내대표 당선은 2011년 서울시장 선거 패배 이전의 완전한 정치적 입지로 되돌아간 것은 아니라는 평가가 많다. 1년 임기 동안 그가 무너진 당을 얼마나 세우느냐에 따라 나경원의 진정한 재도약은 다시 평가받을 것이다.


나 의원은 현직 판사인 남편 김재호(55) 씨와 1남 1녀를 두고 있다.


성기노 에디터 trot@featuri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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