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정현 의원(무소속)이 2014년 세월호 보도에 개입한 혐의로 1심에서 징역형을 선고받고 의원직 상실 위기에 처했다. 방송법상 방송편성 간섭을 처벌하는 조항이 만들어진 지 31년 만의 첫 위반 사례다.


서울중앙지법 형사17단독 오연수 판사는 14일 방송법 위반 혐의로 불구속 기소된 이 의원에게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국회의원은 형사사건에서 금고 이상의 형이 확정되면 의원직을 박탈당한다.


2014년 4월 세월호 침몰 사고 직후 KBS는 해경 등 정부의 대처와 구조방식을 비판적으로 보도했다. 박근혜정부 청와대 홍보수석이었던 이 의원은 김시곤 당시 KBS 보도국장에게 전화해 “뉴스 편집에서 빼달라”는 등 방송 편성에 간섭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재판부는 이 의원의 당시 전화가 방송법에서 금지하고 있는 ‘방송편성 간섭행위’에 해당한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개인이 아닌 홍보수석 지위에서 이뤄진 행위”라면서 “보도국장의 입장에서는 그의 말이 대통령 의사에 기인한 것이라고 판단할 수 있다”고 판시했다.


이어 “피고인의 목소리 크기, 억양 등을 들어봐도 상대방에 반복해 강요하고 거칠게 항의와 불만을 표시했다”며 “해경 비판을 자제해달라는 등 구체적 요구로 상대방 의사결정에 영향을 미치려는 시도를 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재판부는 해당 조항으로 기소되거나 처벌된 경우가 없다는 이 의원 측 주장 역시 받아들이지 않았다.


재판부는 “아무도 이 조항을 위반하지 않아서가 아니라 국가권력이 쉽게 방송관계자를 접촉해 편성에 영향을 미쳐왔음에도 이를 관행으로 치부하는 등 왜곡된 인식이 만연해왔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아직 한 번도 적용된 적 없는 처벌조항 적용은 역사적 의미가 있다”며 “관행이란 이름으로 정치 권력으로부터의 언론 간섭이 더이상 허용돼선 안 된다”고 강조했다.


앞서 이 의원 측은 지난달 1일 결심 공판에서 “방송편성 개입 처벌조항이 만들어진 지 31년 됐지만 처벌받거나 입건된 사람은 없다”며 “이 의원이 박근혜정부에서 고위직을 지내지 않았고 현재 국회의원이 아니었으면 기소됐을지 의문”이라고 무죄를 주장했다.


이정현 의원에 대한 이번 법원의 판결은 그가 박근혜 전 대통령의 의중을 가장 잘 알고 이를 언론에 알리는 거의 유일한 창구였다는 점에서 단죄의 의미가 크다.


성기노 에디터 trot@featuri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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