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공유택시 논란이 확산되는 가운데 '타다' 서비스를 이용했던 사람들은 호평 일색이다. 한 사례를 소개해본다.


서울에 사는 회사원 이모씨는 야근으로 지친 몸을 빨리 누이고 싶다는 생각에 택시를 타기로 했다. 하지만 버스 다섯 정거장 거리인 집까지 가는 택시를 잡기는 힘들었다. 카카오T를 이용해 택시를 호출했지만 응답이 없었다. 그는 ‘콜 거부’가 없다는 승차공유 서비스 ‘타다’로 차량을 불러봤다. 11인승 승합차가 금세 도착했다. 5분 안에 타면 되기 때문에 조금 늦게 나왔다고 기사에게 ‘꾸지람’을 듣는 일도 없었다. “목적지가 ○○○ 맞으십니까. 도착 예정시간은 15분 후입니다. 안전띠 매주세요.” 운전기사는 간단한 안내만 한 뒤 아무 말도 걸지 않았다. 차량은 깨끗했으며 은은한 향까지 풍겼다. 휴대폰 충전케이블도 비치돼 있었다. 이씨는 “단거리를 가는데도 찬밥 대우 받는 느낌이 전혀 없었다”고 했다. 요금이 택시의 120% 수준이었지만 이씨는 또 이용할 의사가 있다고 했다.


그가 탄 ‘타다’는 쏘카의 자회사인 브이씨앤씨의 서비스다. 소비자 입장에서는 ‘약간 비싼 택시’지만, 법률상으로는 렌터카와 운전기사를 동시에 빌리고 요금을 내는 방식이다. 현행 여객자동차 운수사업법(여객자동차법)에는 ‘렌터카를 빌리는 사람에게 운전기사를 알선하는 행위를 해서는 안된다’는 조항이 있지만, 11~15인승 승합차는 가능하다. ‘타다’는 현재 300여대 차량 모두를 11인승 승합차로 배치함으로써 이 조항을 피해갔다. ‘타다’는 별다른 홍보를 하지 않았는데도 10월 초 서비스를 시작한 이래 애플리케이션(앱) 다운로드 횟수가 20만을 넘어섰다. 기존 택시의 대안을 갈구하는 소비자들의 욕구가 턱까지 차올랐다는 얘기다.


그동안 한국에서 택시를 대체할 교통수단은 사실상 없었다. 2009년 미국에서 탄생한 우버는 자가용 차량과 승객을 연결시켜주는 서비스를 선보여 여러 국가에서 각광받았다. 우버는 2013년 한국에서도 서비스를 시작했지만 2015년 법원으로부터 ‘불법’ 판단을 받아 퇴출됐다. 그러나 3년여가 흐른 뒤 한국 사회는 ‘승차공유 서비스’ 도입 문제와 다시 마주했다. 소수의 운전자들만 활용하던 카풀앱 시장에 가입자 2000만명에 이르는 카카오T가 뛰어들기로 하면서다.






카카오T가 카풀 운전자 모집을 시작한 지난 10월 택시업계는 즉각 반발했다. 택시업계는 “카풀은 자가용 불법 유상 운송의 길을 터주는 것으로, 우버택시와 다름없다”며 “200만원 남짓 겨우 받아 살아가는 택시노동자들의 생존권을 심각하게 침해할 것”이라고 본다. 택시노동자들은 현재 국회에 계류 중인 ‘카풀 금지 법안’ 통과를 요구하고 있다.


반면 카카오T는 카풀과 택시업계의 ‘상생’이 가능하다고 본다. 카카오모빌리티는 자체 리포트를 통해 평일 오전과 심야시간 동안 서울의 택시 호출은 20만콜이지만 배차를 수락한 건수는 4만콜에 불과하다고 밝혔다. 카카오T는 택시 잡기 어려운 시간에 ‘카풀’ 드라이버를 투입해 시민의 승차난을 더는 것일 뿐, 택시업계를 위협하지는 않을 것이라는 논리를 편다.


가장 첨예한 쟁점은 여객자동차법에 명시된 ‘출퇴근 때’ 문구의 해석이다. 여객자동차법은 자가용 자동차의 유상 운송은 금지하고 있지만 ‘출퇴근 때’는 예외로 뒀다. 전국택시노조연맹 임승운 정책부장은 “만약 협상을 한다면 오전·오후 각 ‘2시간씩’ 이상은 안 된다”는 입장이다. 반면 카카오T는 운행시간 대신 운행 횟수를 2회로 제한하겠다고 했다. 그리고 다른 직업이 있는 경우에만 기사(크루)가 될 수 있도록 해, 전업기사가 등장하는 것을 막겠다는 계획을 내놨다. 그러나 택시업계는 “카풀 운전자가 카카오T 카풀을 이용한 다음, 다른 카풀앱들을 돌아가면서 쓰면 사실상 택시처럼 영업할 수 있다”고 본다.





카카오T 카풀 갈등은 1주일 사이 요동을 쳤다. 7일 카카오T가 시범서비스를 시작했고, 사흘 뒤 택시노동자 최모씨가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택시노조들은 국회 앞에 분향소를 차리고 천막농성을 시작했고, 20일 국회 부근에서 대규모 집회를 열겠다고 예고했다. 정부·여당이 중재에 나섰으나 뾰족한 대안을 내놓지 못했다. 13일 카카오T가 카풀앱 서비스 개시를 잠정 연기하겠다고 물러서면서 갈등은 잠시 소강국면을 맞았다.


14일 더불어민주당 택시·카풀 TF 위원장인 전현희 의원은 당정회의가 끝난 뒤 “사납금제를 폐지하고 (택시) 전면 월급제를 제도적으로 도입하는 것을 포함한 지원책을 적극 검토한다는 결론을 내렸다”면서 “(공항픽업, 임산부와 노령자들에 대한 사전예약 등) 택시 서비스를 다양화하는 방안도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그밖에 카카오T 카풀의 운행시간 제한 여부에 대해서도 중재 중이지만 양측이 합의에 이르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택시노조들은 카카오T 카풀뿐 아니라 ‘타다’ 서비스에 대해서도 날을 세우고 있다. 전국택시노동조합은 ‘타다’에 대해 “렌터카를 사용해 대리운전 기사를 알선하는 서비스”라면서 “신산업·공유경제·승차공유 등 대단히 새로운 서비스인 것처럼 광고하지만 법의 맹점을 찾아 이익을 창출하고 사실상 일반인을 고용한 택시영업과 다를 바 없다”고 비판했다.


다만 택시노동자들 사이에서는 택시 서비스의 질을 떨어뜨리는 근본원인인 사납금제를 폐지하면 카풀이나 ‘유사택시’와의 경쟁에서 살아남을 수 있다는 의견도 나온다. 현재 한국의 택시노동자들은 하루 14만~15만원(서울 기준)에 달하는 사납금을 채우기 위해 10시간을 일해야만 기본급 약 130만원을 받을 수 있다. 하지만 이 돈으로는 생계가 어렵기 때문에 대개가 10시간이 훌쩍 넘는 장시간 노동을 감수하고 있다.


10년간 사납금제 폐지 운동을 해온 공공운수노조 택시지부의 이삼형 정책위원장은 “범죄기록을 조회하고 정기적인 교육을 실시하는 등 국가가 관리하는 택시기사와 달리 사기업 플랫폼으로 연결받은 기사에게는 그런 것이 없다”면서 “사납금제를 폐지해 승차거부, 불친절 등을 개선한다면, 전혀 모르는 이에게 자신의 출퇴근지와 이동경로 같은 정보가 흘러들어가는 카풀 대신 택시를 선택하는 이들이 상당히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현재 전주의 택시회사 가운데 일부는 이미 월급제를 도입했다. 그는 “사납금을 채우기 위한 경쟁 운전에서 벗어나니 오히려 손님이 늘었다는 경험담이 나온다”고 덧붙였다.





시민들은 ‘타다’나 카풀앱 같은 ‘택시의 대체재’를 반기는 분위기다. 그러나 노동자 입장은 어떨까. 택시노조들은 최근 집회에서 “승차공유는 해외에서 보듯 드라이버들을 ‘플랫폼 노동자’로 전락시키고 수수료를 착취해 거대기업의 배만 불릴 것”이라고 주장했다.


노조의 말대로, 실제로 미국 뉴욕시에서는 지난해에만 택시노동자 8명이 자살하면서 규제가 시작됐다. 지난해 12월 뉴욕타임스는 “자살을 선택한 노동자들은 대개 50~60대 이민자 택시운전사였고 우버의 범람 후 경제적으로 어려움을 겪었다는 공통점이 있다”고 보도했다. 결국 뉴욕은 올해 미국 최초로 우버와 리프트 같은 플랫폼 운전기사에 대한 신규 면허를 한시적으로 금지하기로 했다.


2016년 영국 가디언 역시 우버 기사 83명의 증언을 바탕으로 한 보고서를 소개하면서 우버가 노동자들을 “(산업혁명 초기인) 빅토리아 시대 스타일”로 “쥐어짜고” 있다고 지적했다. “장시간 노동을 하고 있지만 최저임금보다 못한 돈을 벌고 있으며, 겨우 생계를 유지하는 수준”이라는 것이다. 하지만 우버는 ‘사용자’가 아니기에 최저임금법의 규제를 비켜 갈 수 있다. 훗날 한국에서 승차공유가 전면화된다면, 플랫폼 기업이 노동법 등의 규제를 받지 않는 사실상 ‘사용자’로 군림하는 우버 방식과는 어떻게 달라야 하는지에 대한 고민을 남긴다.


시민 사이의 연결을 통한 ‘공유’의 산물인 데이터를 플랫폼 기업이 가져가 자신들의 이득을 위해 쓰는 것이 옳은가에 대한 사회적 논의도 필요하다. 데이터가 쌓일수록 힘이 막강해지는 ‘눈덩이 효과’는 무섭다. 예를 들어 우버 퇴출 후 카카오는 택시와 승객을 연결해주는 ‘택시 친화적’인 서비스를 내놨다. 하지만 이렇게 쌓인 데이터는 오히려 택시업계의 ‘콜 거부’(승차거부) 실태를 보여주고 카풀을 밀어붙일 근거가 됐다.


카풀·택시 논란은 ‘누군가를 희생양 삼지 않으면서, 공유경제의 결실을 모두가 함께 누리는 미래’에 대한 논의의 필요성을 일깨웠다.


전문가들은 독일 사례를 참고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한다. <노동 4.0-독일이 구상하는 좋은 노동>의 저자인 이명호 여시재 솔루션 디자이너는 “독일은 디지털 기술 때문에 생길 수 있는 노동자들의 문제에 대해 선제적으로 논의하기 위해 ‘미래의 좋은 노동’을 표방하는 ‘노동 4.0’이라는 정책 목표를 내놓고 2년간 공론화해 정책 방향을 설정했다”면서 “‘우버 홍역’을 치르고도 사회적 논의를 하지 않다가 이슈가 되자 부랴부랴 대응하는 한국 사회는 이제라도 노동이 맞을 급격한 변화에 어떻게 대비해야 할지 논의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디지털 기술 발전에 따른 노동시장의 변화는 필연적이다. 이번 승차 공유 논란도 그런 장기적 관점에서 바라볼 필요가 있다. 우리 소비자들도 여기에는 대체로 공감하는 편이다. 택시 기사들의 노동조건이 더 열악해질 가능성도 있다. 그럼에도 선뜻 소비자들이 택시 파업에 대해 "아침 출근 시간 차가 밀리지 않아서 좋겠다"라는 등의 반응을 보이는 것은 한번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


택시는 그동안 시민의 발로써 훌륭한 역할을 해왔다. 하지만 자동차가 늘어나면서 그에 따른 택시기사들의 불법적이고 위압적인 운행 행태가 계속 문제가 돼 왔다. 기사들의 승차거부와 불친절도 "내 돈 내고 타면서 이렇게까지 해야 하나"라는 생각이 들게 했다. 이런 택시를 둘러싼 소비자들의 불편한 인식이 이번 승차 공유 논란 한켠을 자리잡고 있다. 택시에 대한 불쾌한 인식이 바뀌지 않는 한, 승차 공유는 거슬를 수 없는 대세로 자리잡을 수도 있다. 거리로 나서기 전, 일상에서의 일그러진 택시 문화를 그들 스스로 한번쯤 되돌아봤으면 한다.


성기노 에디터 trot@featuri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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