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1일 새벽 충남 태안군 원북면 태안화력 9‧10호기에서 운송설비점검을 하다 불의의 사고로 목숨을 잃은 20대 비정규직 김용균(24)씨의 유품과 생전 모습이 공개됐다. 숨진 김씨가 메고 다니던 가방엔 고장 난 손전등과 건전지, 컵라면이 담겨 있어 주의를 안타깝게 했다.


2년 전 서울 지하철 구의역에서 작업 중 숨진 열아홉 살 김모군의 유품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 특히 컵라면에서 20대 비정규직 노동자의 열악한 근무 환경이 그때나 지금이나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는 점에서 많은 이들이 분노하고 있다.


민주노총 전국공공운수노동조합은 지난 13일 유가족과 함께 한 현장조사를 통해 김씨의 유품을 확보했다. 민주노총 등은 운전원 대기실에서 발견된 김씨의 유품을 15일 공개했다.


유품엔 그의 이름이 적힌 작업복과 검은색 탄가루가 묻어 얼룩덜룩해진 수첩, 매번 끼니를 때웠던 컵라면 3개, 과자 1봉지가 들어있었다. 면봉과 휴대전화 충전기, 동전, 물티슈, 우산, 속옷, 세면도구, 발포 비타민, 쓰다 만 건전지와 고장 난 손전등, 탄가루가 묻어 검게 변한 슬리퍼도 있었다.


동료들에 따르면 휴식 시간이나 식사 시간을 가리지 않고 수시로 낙탄을 치우는 작업에 투입된 김씨는 앞이 보이지 않는 밤에 헤드랜턴 없이 위험한 컨베이어 속으로 몸과 머리를 들이밀어야 했다. 때문에 손전등을 사비로 구입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그마저도 고장 난 상태였다.


불규칙한 작업 지시 때문에 매번 컵라면으로 끼니를 때워야 했던 김씨는 2016년 5월 서울 지하철 구의역 스크린도어 수리 중 전동차에 치여 숨진 김모군(19)의 열악했던 근무 환경과 크게 다르지 않음을 짐작할 수 있었다.





이와 함께 지난 9월 첫 출근을 앞두고 자택에서 찍은 동영상도 공개됐다. 경북 구미에 위치한 김씨의 자택에서 찍은 영상에서 김씨는 새 양복과 넥타이, 새 구두를 신고 수줍게 서 있다. 양복을 입은 자신의 모습이 어색한 듯 이리저리 몸을 돌려 보더니 수줍게 웃으며 포즈를 취했다. 첫 출근을 앞둔 사회 초년생의 설레는 모습이 고스란히 담긴 이 영상은 많은 이들을 울컥하게 만들었다.


성기노 에디터 trot@featuri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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