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사는세상 노무현재단 유시민 이사장(59)이 팟캐스트 방송을 시작한다. 유 이사장은 지난 22일 서울 서대문구 추계예술대에서 열린 ‘노무현재단 2018 회원의 날’ 행사에서 회원들과 만나 “재단 차원에서 팟캐스트를 하나 하기로 했다. 진행은 내가 직접 할 것”이라고 말했다. 유 이사장은 “노무현 대통령을 근거 없이 비방해도 대처할 수 있는 방법이 없었다”며 “우리가 성명을 낸다고 해도 그대로 전달되지 않아 스스로 얘기할 수 있는 매체가 있어야 한다고 생각했다”고 팟캐스트 개설 취지를 설명했다.


유 이사장은 “국민이 큰 관심을 가진 국가 정책이나 이슈도 다룰 것”이라며 “반 지성주의라고 말할 수 있을 정도로 혹세무민하는 보도가 넘쳐나고 있어 일주일에 한 번은 정리를 해줘야 하지 않겠나 한다”고 말했다. 이어 “제가 시사 프로그램에서 어용지식인을 하다가 요새는 다 하차하고 은퇴했는데, 팟캐스트에서 다시 해야 할 것 같다”며 “요새는 유튜브가 대세라고 하던데, 다 한번 정복해볼까 한다”고도 했다.


유 이사장은 정계 복귀 가능성에 대해선 선을 그었다. 그는 “팟캐스트를 한다고 하면 ‘노무현재단 이사장 맡아서 밑자락 깐 다음 몸풀기한다’고 보도가 나올 것 같다”며 “그래서 제가 특단의 조처를 준비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또 “일부 언론이 가만히 있는 저를 자꾸 괴롭힌다. 저를 넣고 (차기 대선 관련) 여론조사를 한다”며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에 공문을 보내서 여론 조사할 때 넣지 말라는 본인의 강력한 요청이 있었다는 안내문을 (언론사에) 보내달라고 하려고 한다”고 말했다.


유 이사장은 ‘유시민 테마주’에 대해서도 “그거 다 사기”라고 지적했다. 그는 “(보해양조의) 사외이사를 하고 있기는 하다”며 “그 회사 대주주가 제가 생각할 때는 괜찮은 일을 하려고 해서 그런 일을 하는 데 도움이 될까 맡은 것”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회사들은 대학 때 동생이 대표이사로 있는 곳도 있고, 알던 분이 사외이사로 있는 곳도 있는데 저는 그분들 전화번호도 모른다”며 “제가 선거에 나갈 것도 아닌데, 자기들끼리 돈 갖고 장난치는 거다. 저를 좀 그만 괴롭히십시오”라고 말했다.


유 이사장은 최근 “한국 경제는 지금 국가비상사태”라고 말한 장하준 영국 케임브리지대 교수 인터뷰에 대해선 “혹세무민”이라고 평가했다. 유 이사장은 “산업정책이 없는 게 문제라고 했으면 무슨 사업을 어떻게 키울지 얘기해야 하는데 그게 끝”이라고 비판했다.


그는 경남 김해 봉하마을의 노무현대통령기념관과 서울 원서동의 노무현시민센터를 조만간 착공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 중 2021년 초 개관하는 노무현시민센터는 ‘노무현 정신을 100년간 이어갈 시민민주주의의 산실’을 모토로 재단이 직접 추진하는 사업으로, 이를 위해 재단은 내년 100억원을 특별 모금에 나설 계획이다.


유 이사장은 팟캐스트 오픈 이유에 대해 "혹세무민하는 보도가 넘쳐나고 있어 일주일에 한번은 정리를 해주기 위해서"라고 한다. 이 말은 최근 문재인 대통령의 지지율 하락에 따른 친문세력의 진영 논리를 개발하고 지지세력의 좌표를 설정해주기 위한 것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본인은 대권주자 여론조사 대상에도 넣지 말라고 하지만 이는 어디까지나 '립서비스'에 불과하다.


유 이사장은 정치의 가장 근원적이고 핵심적 역할인 아젠다 세팅과 프레임 만들기에 직접 뛰어들었다. 그것도 일주일에 한번씩 계속 정치권의 논란과 이슈에 대해 좌표를 설정할 계획이다. 이는 정치에 직접 참여하는 것보다 더 큰 효과가 있다. 발언에 따른 파문과 논란은 '비정치인'이자 팟캐스트라는 자유로운 매체를 통해 희석되지만, 그 파급력은 공중파나 유튜브 이상일 것이다.


최근 유 이사장이 태어난 대구경북에서는 '유시민'이라는 인물에 대한 호감도나 관심이 커지고 있다고 한다. 정치 감각이 탁월한 정두언 전 의원이 최근 '보수층에서도 유시민 이사장을 좋아한다'고 언급한 부분도 뼈가 있는 말이다. 사람들은 옛날 '백바지 논란'을 일으킨 비호감 유시민이 아니라 알쓸신잡에서 귀요미 역할도 마다하지 않는 유시민의 또 다른 모습에 점차 빠져들거나 혹은 세뇌되어 가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유 이사장이 팟캐스트라는 또 다른 강력한 '마취제'를 손에 쥔 것은 상당히 주목해야 할 부분이다. TV와 SNS를 넘나드는 그의 종횡무진 활약이 2022년 대선에 어떤 식으로든 가장 강력한 영향을 줄 것이다. 그가 나서든, 그가 지지하는 사람이 나서든.


성기노 에디터 trot@featuri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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